공무원개인정보, 금융기관에 통째로 넘어간다

전자공무원증 도입 지자체로 확대되며 문제점 불거져

충남지역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전자공무원증 발급조건으로 농협 현금카드를 신청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자체와 교육청 등이 전자공무원증과 금융기관 카드 기능 통합을 이유로 공무원들의 개인 정보를 특정 금융기관에 통째 넘겨 정보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또,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출처: 행안부]
전교조 충남지부는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전자공무원증 발급을 위한 선행 조건으로 농협 현금카드 신청을 받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농협 현금카드 발급신청을 꺼리는 교사들에게 반강제적으로 가입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갑상 전교조 충남지부장은 “‘반강제’라는 무리수까지 쓰면서 현금카드 가입 사업을 속도전으로 처리하는 충남교육청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며 “특정 금융기관에 교사들의 개인정보를 일괄 넘겨주는 것은 정보인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안일무사 행정의 전형이다”고 비판했다.

충남지역 일선학교 뿐만 아니라 전자공무원증을 도입하는 지자체, 교육청도 특정 금융기관에 공무원 개인정보를 넘기는 실정이다.

충남 보령시는 보령시, 농협, 한국조폐공사 3자 계약에 따라 보령시가 공무원 930명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농협이 일체의 비용 부담하며, 조폐공사가 제작을 맡는다.

충북 옥천군도 군 산하 700여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자공무원증을 올해 상반기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과 협력해 성명, 소속, 혈액형, 발급번호 등 약 20여개의 정보를 암호화해 전자칩(IC칩)에 저장한다고 했다.

강원도 영월군, 경기도 안성시 등도 다르지 않다.

청사출입, 근태관리, 회의참석관리도 하나로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교사, 공무원 업무와 무슨 관계?


전자공무원증은 정보인권 침해 소지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노동자들은 전자공무원증이 현장 감시 체계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례로 경상북도는 시간외 근무나 청사 출입, 회의참석 관리까지 하나로 가능케 했다. 구미시도 신분증 외에 청사출입, 근태관리, 회의참석관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전자공무원증 전자칩에 지문을 포함시킬지 여부는 지자체가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이미 지문인식기가 도입되고 있다. 서울 마포지부 조합원들이 반발하며 투쟁했다. 전자공무원증과 지문인식기가 맞물려 현장 감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용에 대한 문제도 있다. 전자공무원증 도입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자 지자체, 교육청 등은 개인 정보를 넘겨주는 것을 전제로 특정 금융기관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협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의 부족한 예산도 한 몫 했다.

일례로 충남교육청측은 농협과의 협약체결이 문제가 되자 “전자공무원증을 만드는 데 1인당 1만2천원, 전체 2억6천400여만원 들어가는 데, 이를 농협이 부담한다. 이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자공무원증에 대한 각 종 문제점이 발견되자 전자공무원증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교조 대변인은 “전자공무원증으로 인해 수집되는 수많은 개인정보가 공무원의 신분을 증명하는 데 무슨 관련이 있는 지 의문이다. 어차피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사용되었다. 업무 수행과도 관련이 없는 것 같다”는 말했다.

행안부 ‘어차피 금융기관 이용하는데’...편리성으로만 접근

행안부 관계자는 “전자공무원증은 각 지자체의 예산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며 강제적 시행과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또, 특정 금융기관에 개인 정보를 넘겨주는 것은 정보인권 침해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어차피 공무원들이 금융기관을 이용하거니와 편의상 금융 관련 업무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선택사항이다. 지자체가 금융기관과 협약을 체결한다고 해서 금융기관에 실익이 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더불어 전자칩을 내장한 전자공무원증을 발급한다고 2008년 7월 발표했다. 전자공무원증에 나라 문장을 넣어 국가공무원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패용의 편리성, 공무원 개인 정보 암호화로 인한 보안성 강화, 전자칩에 내장된 금융기관 계좌정보를 이용한 현금카드, 전자화폐, 교통카드로 사용이 이유다.

이에 따라 ‘공무원증규칙’을 개정했고, 행안부 표준안을 만들었다. 표준안은 기본적으로 IC칩에 소속기관, 소속부서 주민등록번호, 혈액형 등의 개인신상정보가 들어간다. 지문(선택사항), 공인인증서 탑재로 신분증 기능도 한다.

또, 종이공무원증의 유효기간을 2011년 3월 31일까지로 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