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의료민영화 2라운드”...MB에 ‘보고서’ 제출

삼성과 MB의 합작품,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와 ‘원격의료’

의료민영화를 향한 삼성의 2라운드 실행 계획이 정부의 공조 아래 시작됐다.

지난 5월, 의료분야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의료 산업화에 본격 착수한 삼성은,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대로 의료민영화 사업 채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의 이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삼성경제연구에서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것으로,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과 의료법 개정안 등 MB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과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및 건강보험보장성강화를위한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은 이 보고서를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내용을 검토, 분석해 발표했다. 범국본은 선진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대해 “MB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 계획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의료민영화‘의 다른 이름, 삼성의 ’HT' 계획

범국본은 ‘영리병원허용’과 ‘민영보험의 개인질병정보확보’,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 등과 같은 직접적 의료민영화 계획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삼성이 Health Technology(HT)라는 우회 전략을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HT 산업의 구조 [출처: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보고서 25쪽]

HT는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뿐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와 같은 보건의료 시스템을 포괄하여 상업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즉 HT는 공적 영역인 건강보험, 보건의료서비스, 환자질병정보 까지도 HT라는 이름으로 상업화의 영역으로 포괄한다.

실제로 지난 7월 13일 개최된 ‘제 8회 HT포럼’에서 삼성경제연구소는 HT의 중요성에 대해 ‘보건의료 분야의 투자 효과가 타 분야보다 높다’고 밝히고 ‘보건의료는 단일분야 세계최대시장으로 타 산업에 비해 고성장 전망’이라며 의료 상업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보고서에서는 BT(생물체를 이용,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술)와 HT(건강증진 또는 질병의 예방, 치료를 위한 제반기술)을 구분하고, HT가 ‘의료서비스’를 중심적 매개로 하고 있다고 정의했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서비스’는 병원과 약국 등 보건의료체계로, 범국본은 이 내용이 사회공공성이 필요한 보건의료체계의 상업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BT와 HT의 산업 영역 구분 [출처: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보고서 24쪽]

또한 범국본은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서비스를 상품화하여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려는 산업정책이야말로 의료민영화”라며 삼성의 HT계획을 비판하고 나섰다.

삼성의 민영화 돈벌이,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와 ‘원격의료’

삼성경제연구소는 의료서비스 추진 유망분야로 원격의료를 비롯한 정보화, 예방의학, 재활치료, 건강진단, 환자대상 교육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공공적으로 환자들에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해야 할 부문이다.

특히 범국본은 “삼성이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예방, 재활의학, 건강검진, 교육 등을 ‘건강관리서비스’로 묶어 건강보험에서 제외하고 상업화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와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인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 현재 국회에 상정 돼 있다.

원격의료의 경우, 삼성은 보고서를 통해 최 유망 산업화 분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현재까지 그 안전성과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환자 검진 결과 공유 등의 개인질병정보 누출 문제로 많은 논란을 일으켜왔다. 원격의료는 현재 ‘의료법’에서 허용하려 하는 ‘원격진료’와 그 내용을 같이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범국본은 “결국 삼성은 영리병원허용과 민간보험활성화 등이 당분간 어려워지자,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진료를 통해 우회적인 의료민영화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영리병원허용과 민간보험활성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우회로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최종 완성을 위한 포괄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삼성은 보고서를 통해 병원의 ‘전문대형화’를 통한 의료서비스 시장 형성과 해외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 의료비 지출’이 ‘성장’이라 말하는 삼성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최고수준의 국내 의료지출 증가=성장동력화 기회’라고 밝혔다. 이는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가 곧 성장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범국본은 “특히 이 같은 주장은 현재의 낭비적 국민의료비지출을 장려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삼성은 보건의료까지도 성장지상주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실제로 삼성은 보고서를 통해 ‘2020년에 세계 5위권의 HT 강국으로 가자’라는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비 증가, 즉 국민의료비지출증가는 국민부담증가로 고스란히 적용되어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행위별수가제 등과 같은 비용팽창적 구조 및 제도로 의료비 급증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때문에 범국본 등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정부가 공공성이 담보되는 정책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해 왔지만, 결국 삼성을 비롯한 정부는 ‘성장의 기회’로 삼자는 주문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의 내용을 담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을 제정입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동시에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는 ‘의료법’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보고서를 통해 의료민영화 추진을 위한 병역 특례, 세금 감면 등의 규제완화와 정부지원 확대를 정부에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의료민영화를 위한 범정부 추진기구를 제안하고 있는데, 범국본은 “복지부 분야였던 보건의료분야를 경제부처의 관할하에 두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안한 범정부추진기구 안 [출처: 위 보고서 582쪽]

실제로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국회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HT전략위원회’를 설치하거나, 보건복지부, 지식경제부, 교과부가 합동으로 ‘부처합동 HT 추진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범국본은 “이러한 국가지원체계내에서 병원-민영보험사-재벌의 연계체계를 명확히 확립하여, 의료민영화의 국가적 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한편 범국민운동본부는 6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삼성경제연구소의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연구 보고서의 내용과 문제점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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