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당하고 피곤하게 굴면 해고한다”

[인터뷰] 성희롱 피해자, 현대차 아산공장 정문에 서다

성희롱 피해자가 피켓을 들고 현대차 아산공장 정문 앞에 처음 섰다.

아침7시 지나자 버스, 승용차 출퇴근 차량이 줄지어 들락거린다. 사람이 아니라 차에 치이는 곳이다. 다행히 야간근무가 없어 차량은 덜했다. 개천절이 일요일이라 ‘중복휴일’로 노동자들은 전날 쉬었다.

까맣게 썬팅하고 휑휑 지나가는 자동차에 탄 사람들은 동료인 피해자를 보고 있을까? 삭막한 곳이다.


이혼한 여성 하청노동자

“내가 태어나서 이런 일(1인시위) 할 줄이야... 가족들도 충남에 모여 살고, 아이들도 다 컸고 해서 웬만하면 이런 거 안 하려고 했는데... 근데 떡하니 해고시켜서 공장 못 들어오게 하고, 밖에 나가서 싸우던지 아예 공장 나가라잖아요. 현장에 제가 현대차 명예훼손했다고 소문을 퍼트리고...”

피해자는 검은색 마스크와 검은색 모자를 쓴 채 1인시위를 했다. 동그란 두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슴에 맺힌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두 눈은 빛났다. 곳곳에 퍼진 사회 부조리는 ‘글로벌기업’ 현대차라고 피해가지 않는다.

현대차는 성희롱 당한 피해자를 작년 12월 1차 징계한 데 이어 올해 9월 인사위원회에서 징계해고 당했다. ‘회사의 규칙을 위반, 잘못된 언행을 감행하여 회사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경우’가 심의 내용이었다.

“현대차에는 나 같이 성희롱 당한 사람들은 그동안에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있을 것예요. 다만 ‘성희롱’이라고 문제제기 한 사람이 없었던 것뿐이죠. 회사는 나를 자르면서 사람들의 입을 막은 거예요. 성희롱 했다고 피곤하게 굴면 재처럼 잘라버린다! 이런 식이죠. 가해자 2명이 징계 받으면 나 같은 피해자들이 또 제기할 거예요. 이게 사측의 제일 큰 의도라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해고할 이유가 없잖아요? 있는 증거자료만 가지고 성희롱이라고 제기한 건데”

피해자는 여성이다. 대기업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이다. 그렇게 14년을 일했다.

  피해자는 그간 성희롱을 참다 못해 일부 문자, 전화통화 내용을 보관해 뒀다고 했다.
“14년 동안 일하면서 ‘내가 정규직이었으면’하는 생각은 수도 없이 들었어요. 어찌됐건 원청에 굽실거리며 살아야 하는 게 하청노동자예요. 그게 살아남는 방식이죠. 7월 22일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97년부터 현대차 아산공장의 사내협력업체에서 일했던 나는 이미 99년부터는 정규직이었던 셈이에요.

만약 내가 정규직이었다면 이런 성희롱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내가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이었다면 어떻게 감히 관리자들이 나를 이혼한 여성이라고 함부로 보며 이런 일을 했겠습니까. 어떻게 성희롱을 하는 문자를 보내고, 그것을 동료에게 보여줬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를 열러 징계하고, 정직6개월을 내렸겠습니까. 어떻게 그걸 이유로 직원들을 다 모아놓고 사람들 있는데서 저 사람은 해고라는 말을 했겠습니까.

만약 내가 화가 날 때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할 때마다 내 생각을 참지 않고 다 말하면 언제든 관리자들이 나를 계약해지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내가 정규직이었다면 절대 이럴 수 없었을 것 같아요”


마음이 힘들어

관리자 두 명은 피해자를 일상적으로 성희롱했다. 참다못해 가해자들이 보낸 문자를 보관했고,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했다. 가해자들은 잠자리를 요구하기도 했고, 욕설을 했다. 피해자가 일할 때 엉덩이를 무릎으로 찬적도 있고, 어깨와 팔을 만지며 말을 시키는 등의 성추행도 했단다.

이런 사실을 안 업체측은 오히려 피해자의 전화녹음이 ‘불법’이라고 거짓말까지 했다.

“관리자 두 명은 모두 기혼인데, 모두 입에 담기도 혐오스러운 말들을 했어요. 한 명은 ‘우리 둘이 자고 나도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는 말도 서슴지 않았어요. 그때마다 거절했죠.

또 한 명은 술 먹고 우리 집에서 자고 싶다면서 하루 밤 사이에 세 번 전화를 걸기도 했어요. 막무가내로 자겠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인지 기가 막히고 황당했어요. 그러지 말라고 참다가 마지막 새벽에 세 번째 전화가 왔을 때는 통화를 녹음했어요.

큰딸은 옆에서 엄마가 전화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듣고 함께 화를 내고 마음 아파했어요. 어제 큰딸에게 엄마 내일부터 1인시위 한다고 했더니, 자기가 나서서 진술서 써주겠다고 하더군요. 큰딸은 잠시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엄마 얘길 듣고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현대차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해도,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만한 직장이라도 있어 어디냐며 살아갔다. 그러나 마음이 힘든 것은 견디기 힘들었다. 이혼한 여성이라 주변에서 무시하는 것 같기도 했다.

“결혼하고 온양온천으로 왔고, 남편의 알코올중독으로 이혼하고 7년째 아이들과 살고 있어요. 현대차에서 일해서 아이 셋을 교육시키며 먹고 살았어요. 살아보니 살아졌어요. 어렵고 마음 아픈 일들이 있어도 애들 생각하며 이만한 직장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이 직장이나마 없으면 아이 셋과 어디 의지할 곳도 없는 사람입니다.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하면 되니까 이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이혼 전에는 이렇게까지 업신여김을 당하거나 무시당하는 것들이 많지 않았어요. 혼자되고 나서 나를 아래로 보고, 내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무시한 것 같았어요.

이 사람 저 사람이 함부로 말을 하고,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참을 수 있는데... 몸으로 하면 되는데 마음이 힘든 것은 정말 견딜 수가 없이 고통스러웠어요”


피해자는 성희롱 사건이 반복되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토하고, 소화도 안 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병원에 가니 스트레스로 간수치가 919까지 올라갔고, B형간염이라며 당장 입원하라고 했단다.

일상적으로 성희롱 당하다 이제는 징계해고된 피해자는 아직도 말한다. “요즘도 잠을 잘 못자요. 밤에 자다 깨고, 입맛도 없고...”(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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