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공정? 한국 정부와 기업이 자초한 일”

한글단체, 이미 표준 작업 건의...“정부와 기업이 응하지 않았다”

중국이 조선어 입력 표준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연일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네티즌들은 ‘한글공정’이라 부르며 서명운동도 나섰다. 한글을 중국에게 빼앗길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추진 중인 한글 표준 작업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등에 입력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한글 표준을 만들어 국제 표준화 할 경우, 한글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한글 표준 만들기에 착수한 단체는 ‘중국조선어정보학회’로 대다수가 조선족 출신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중국이 나서서 한글 표준을 만드는 데는 한국 기업과 정부의 실책이 한 몫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표준을 만들자고 정부와 기업에 오랫동안 건의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13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이번 사건은 정부와 기업이 한글을 우습게 본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우리 컴퓨터 자판의 표준은 한글의 장점과 특징을 살리지 못했으며, 손전화가 나온 지 오래 됐는데 아직 표준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와 기업에 표준을 만들자는 건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 ‘한글공정’이라는 네티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정이 앞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차 정부와 기업에 건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중국 동포들이 직접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중국 동포들도 (표준을)만들자고 했지만, 소통이 안 돼, 동포들이 우리라도 만들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글 표준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행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중국이 주도해 국제 표준으로 하거나, 특허를 낸다면 한글 종주국으로서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기업이 반성하고 표준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이 만든 조선어 입력 표준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인증하는 국제표준을 추진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특히 국제표준은 강제성을 가지기 때문에 한국에서 한글을 입력할 때 중국의 표준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하지만 국제표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들의 협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일방적인 한글 국제 표준 추진은 불투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