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 세번째 단식투쟁 들어가...“이제 목숨 걸겠다”

"사측이 물밑교섭도 뒤집었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목숨을 건 단식을 또 한 번 시작했다. 지난 2006년에 30일, 2008년엔 94일,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단식이다.

김소연 기륭분회 분회장은 13일 노사문제해결촉구를 위한 집중투쟁 결의대회를 열어 “그동안 물밑교섭이 있었고 노조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최종안을 던졌으나 최동열 회장이 결정적 순간 뒤집었다”며 “이제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륭분회 분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번엔 며칠이나 단식이 지속될지, 여저저기서 걱정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연대 발언에 나선 전권희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은 “또 다시 죽기를 각오한 단식투쟁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진보정당이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 진정한 벗이 되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정말 죄송하다. 인간다운 노동자의 길 가는 데 길동무가 되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열심히 투쟁하라는 말은 단식 열심히 하란 말 같아서 못 하겠다”면서 “최선을 다한 연대”를 약속했다.

부평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신현창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장은, “김소연 분회장이 (곧 투쟁이 끝날 거라 예상하고) 컨테이너박스 우리 준다고 해서 오늘 여기 와서 길이도 재보고 했는데 아쉽다”며 “기왕 이렇게 된 거 꼭 승리해서 승리의 기운을 담아 달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주기도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오석순, 윤종희 두 조합원이 옥상에서 61일째 반단식을 하다시피 하며 생활하고 있다.

결의문 낭독을 위해 마이크를 옥상 위로 올려 보냈다. 옥상에서는 오석순, 윤종희 두 조합원이 61일째 반단식을 하다시피 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작고 소박한 요구가 이렇게 긴 투쟁이 될지 몰랐다”며 입을 뗀 오석순 조합원은 “안 해 본 것 없이 투쟁한 것 같다. 세 번째 단식을 결의하면서 우리보다 연대하는 사람들이 더 마음 아파했다. 그 마음, 투쟁의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제 3차 단식 투쟁에 돌입하며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의 사람됨과 근로기준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 분신항거를 한 세월이 40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신문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비정규직 파견 노동을 확장하겠다는 소리만 넘쳐납니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육박하고, 냉장고가 커지고, 티브이가 평평해져 화려할수록 우리 일하는 사람들은 일회용 휴지보다 못한 처지로, 김치마저 먹지 못하는 서러운 세월을 살고 있습니다.

불의와 퇴행에 맞서 우리가 할 일은 오직 투쟁뿐입니다. 투쟁 없이 쟁취 없다는 진리가, 강고한 단결, 강고한 연대만이 승리를 가져온다는 진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우리 기륭전자 분회는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6년의 세월을 싸워왔습니다. 자본의 본질인 사기와 도적질에 맞서 투쟁하였고 이제 마지막 기륭 부지개발과정의 의혹 해소와 기륭문제 해결을 위해 포크레인 삽날에 맞선 옥상 농성이 61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그 사이 해결을 위한 모색이 없지 않았지만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은 기륭자본의 기만과 거짓을 재확인한 것뿐입니다. 저들은 비정규직의 피눈물을, 맨몸으로 저항하는 여성노동자들을 포크레인 삽날로 허물고 묻으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목숨을 달라면 목숨을 준다는 각오로 싸워왔습니다. 우리는 30, 90일 넘는 단식투쟁을 통해 우리의 결의를 이미 보여준 바 있습니다. 우리 몸이 부숴지고, 많은 분들께 우려와 걱정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투쟁은 우리의 자율적 선택을 넘어 부득이한 선택입니다. 그래서 많은 동지들의 우려와 만류 그리고 호소가 있었지만, 지금 우리는 기륭전자 자본의 불법파견에 대한 책임을 묻고, 6년째 끌어온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가장 낮은 요구마저도 가장 높은 투쟁을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불통과 절망에 맞선 것입니다. 우리의 투쟁은 적당한 타협과 후퇴가 아니라 누군가는 끝장을 봐야하는 투쟁이자 단사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가난과 차별의 뿌리,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딤돌을 놓는 투쟁입니다.

기륭투쟁의 핵심은 파견법에 있습니다. 기륭문제 해결은 현대판 노예제도 파견노동 간접고용 노동을 없애는 길의 첫 단추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바로 이 길을 위하여 다시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에 돌입하는 것입니다.

전태일 열사의 결의에 찬 모습이 보입니다. 전태일 열사의 투혼을 이어 비정규직 없는 새 세상의 장을 활짝 열어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


1. 최동열 회장의 기륭과의 관계는 전형적인 투기세력의 행태이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는 반사회적 기업인이다. 공정사회 건설을 위해 무엇보다 먼저 반사회적 기업인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의 사회적 응징과 퇴출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1. 기륭전자는 불법파견에 따른 책임을 지고 직접고용 정규직화 즉각 실시하라.

1. 우리는 현대차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대법의 불법파견 판정을 환영한다. 하지만 이 판결로도 2년 미만 불법파견 노동자에 대한 고용문제는 어떠한 해결책도 없다. 그 대표적인 피해자가 바로 기륭전자 분회 노동자들이다. 2년 미만 불법파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 사회가 즉각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1. 파견노동, 간접고용을 확대하려는 이명박 정권은 잘못된 정책을 즉각 포기하라.

2010년 10월 13일 금속노조 서울남부지역지회 기륭전자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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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투쟁 , 기륭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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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엇이힘

    세상은 힘에 의해 좌우된다 그힘은 총구에서 나온다 노동자들은 힘이없다 힘이없는 노동자의 외침은 자신의 인생만을 죽일뿐이다 인생은 한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