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 단식농성장, 또 다시 ‘포크레인’ 침탈

15일, 철거장비 들이닥쳐...“체포영장 발부 위한 시나리오”

사측의 교섭 거부로 단식 3일째에 접어든 기륭전자 농성장에 또 다시 철거장비가 들이닥쳤다.


15일 오전 9시, 코츠디앤디(주)는 포크레인을 동원해 기륭 분회의 농성장이자, 구 기륭전자 공장 부지를 덮쳤다. 지난 8월 14일과 16일에 이어 세 번째 침탈이었다.

“아침저녁으로 밀고 들어오겠다”

기륭전자 분회 조합원을 비롯한 연대 단체 회원들은 포크레인의 진입을 막아섰다. 코츠디앤디와 조합원 사이의 실랑이가 오고가는 과정에서 코츠디앤디의 심 모 전무은 “아침 저녁으로 밀고 들어오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크레인 진입 저지 과정에서는 각종 위험한 상황들이 연출됐다. 공장 안으로 들어오려는 포크레인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싸움은 계속됐다. 일부 조합원과 단체 회원들은 포크레인 밑에 들어가거나, 포크레인 위에 올라가 농성을 하기도 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아침저녁으로 밀고 들어오겠다는데, 그럴 필요 없이 오늘 여기서 끝장을 보자”면서“2008년을 끝으로 우리는 죽은 목숨이기 때문에 더 잃을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침탈은 교섭 결렬을 강하게 비난하며 농성에 접어들었던 조합에 대해, 사측이 또 다시 강한 진압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철거 강행 과정에서는 용역이 배제되어 ‘조합원들을 구속시키기 위한 시나리오’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소연 분회장은 “지난 8월 16일에는 용역이 폭력을 행사해, 업무 방해에 대한 입증자료가 부족했을 것”이라며 “이번 침탈은 사측이 체포영장 발부에 필요한 입증자료를 만들기 위해 확실한 밑그림을 그려보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철거과정은 코츠디앤디의 주도 하에 이루어졌다. 공사의 책임을 맡고 있는 한라건설 측에서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합은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해 왔던 코츠디앤디와 최동렬 사장과의 관계에 더욱 강한 확신을 갖게 됐다. 강상구 진보신당 구로구당원협의회 위원장은 “코츠디앤디가 기륭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협상결렬을 기다려야 할 필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합 측은 기륭 구 공장 부지를 매입한 코츠디앤디와 최동렬 사장과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들은 “부지 개발 업체가 변경됐는데도 코츠디앤디는 컨소시엄을 그대로 승계 받았다”며 “또한 지난 2008년도에 조합원을 집단 폭행했던 용역들이 똑같이 고용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양보 할 만큼 했지만, 최 사장이 이를 뒤집었다”

기륭전자 분회와 사측은 지난 8월 초부터 사태 해결을 위한 물밑 접촉을 시도해 왔다. 4~5차례의 만남과 전화를 통해 서로의 협상 안을 전달하는 과정을 거쳤던 것. 협상 과정에서 사측은 주로 내세운 것은 재정난이었다. 김소연 분회장은 “사측은 협상 과정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기륭 분회는 ‘해고자 복직’에 해당하는 고용 문제를 중심 협상안으로 내 놓았으며, 회사의 재정을 감안해 임금 지급에 대해서는 양보 입장을 전달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해고자 10명에 대한 전원 복직을 중심으로 내세웠으며, 회사의 재정난을 감안해 32명의 임금 지급을 10명으로 최소화 했다”고 전했다.

조합 측이 양보한 안을 통해 사측과 조합은 어느 정도 협상의 이견들을 좁혀나갔다. 사측과 기륭 분회는 실무교섭을 통해 잠정 합의된 안을 도출해 내고 본 교섭을 통한 확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사측은 ‘본 교섭은 하지 말고 바로 조인식을 하자’고 제안해 왔으며, 분회는 절차 확인을 위한 공문을 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공문 발송을 계속해서 미뤘으며, 조합은 조인식 전날인 12일, ‘최동렬 기륭 사장이 그 안을 수용하지 못 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결과적으로 교섭 결렬을 맞은 조합원들은 지난 13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조합이 양보의 양보를 거쳐 만들어진 협상안을 회사가 하루아침에 뒤집었다”며 “ 때문에 조합원들은 농성 3일째를 맞고 있지만, 사측은 반성도 없이 아침부터 포크레인으로 농성장을 침탈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협상의 물꼬를 트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던 기륭 분회는 이번 교섭 결렬로 인해 또 한 번 기약 없는 투쟁에 나서게 됐다. 기륭 분회는 지난 2008년 8월에도 사측과의 릴레이 협상을 벌이며 교섭에 나섰지만, 고용형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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