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차 정문 앞, 마침내 촛불이 켜지다

"1000개의 촛불이 켜졌으면 좋겠다"

지난 15일 오후 8시 현대차 울산공장 4공장문 앞에서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촛불이 켜졌다. 처음엔 "너무나 억울해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혼자서 든 촛불에 현장과 지역에 있는 노동자들이 함께 마음을 보탠 것이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누구보다도 동부경찰서 정보과 형사들과 교통경찰들, 현대차 보안팀에서 각별한 관심을 보여줬다. 어떻게 알았는지 이들이 먼저와 척후병처럼 사주경계를 하고 있었다.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한 정규직 활동가는 "현대차 강호돈 부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직접고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만큼 현대차는 현대차 정문 앞이 시끄러워지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현대차는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정규직 연대와 지역연대로부터 고립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12일 조합원 교육을 원천봉쇄한 것처럼 물리적인 탄압을 통해 지회의 조직력을 무력화시키고 불파투쟁의 미래를 자신의 통제 아래 두고 싶어한다. 그래서 지역에 있는 노동자들이, 전국에 있는 노동자들이 현대차 정문으로 달려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비정규직없는 공장만들기 원하청 투쟁단', 현대중사내하청지회, 노동자배움터, 공무원노조 회복투에서 함께했다.

현대중사내하청지회 오세일 지회장은 노래공연을 통해 촛불에 마음을 보탰고 참가자들의 노래와 촛불 발언들이 이어졌다.


현대차비정규직회 변창기 해고 조합원은 "자동차에서 10년동안 일하다 올해 초에 억울하게 해고당했다. 2004년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 이후 6년동안 투쟁해서 지난 7월22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너무 억울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이미 정규직이다'고 했다. 금속노조 조합원 자격도 복원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침 출근 선전전을 하고 저녁에 촛불을 들고 서 있는 것이다. '추석에 라면 먹었다. 추석에 라면 먹는 심정 아느냐', '우리 가정이 어렵다. 정규직으로 고용해라'며 그동안 혼자 촛불 들고 서 있었다. 오늘은 많은 비정규직,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촛불을 들고 서 있다"며 "노동자들이 뭉칠 때 자본가들이 깔보지 않는다. 회사는 불법파견 아니라고 국감에서 이야기했지만 이미 불법파견이니까 1만여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시켜 달라.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 때까지 촛불을 들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현대차지부 김철환 1공장 대의원은 "오늘 한 명에서 시작된 촛불이 너무나 많이 늘어서 마음이 훈훈해지고 있다"며 "2002년도 10월에 입사했다. 입사했을 때 경석이라는 동생이 내 곁에서 일하고 있었다. 3개월 수습이 끝나자 이 동생이 없었다. 어디로 갔는지도 몰랐다. 제 주위에는 비정규직이라는 자본이 붙여놓은 이름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나둘 씩 떠나갔다. 벌써 10명도 넘는다. 우리 주위에 너무 많은 비정규직이 있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회사가 필요해서 고용했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정규직이다. 업체 사무실 가보면 사무실 책상 하나, 컴퓨터 한 대, 경리 한 명이 전부다. 더이상 사람 가지고 돈 장사하게 하게 하면 안된다. 제 주위부터 시작해서 비정규직이 사라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9살 난 아들이 비정규직이 된다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스스로 정규직이라고 인정하면서 우리와 같은 정규직이라고 외쳐야 한다. 우리가 외칠 때만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외칠 때만 이곳에서부터 시작해서 자동차에서 납품하는 업체, 타 공장까지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외치자"고 호소했다.

현대차지부 1공장 사업부 박성락 대의원도 "불파 정규직화 내걸고 촛불을 들고 있다. 지난 대법원 판결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대법 판결은 현대차가 사내하청노동자들을 불법으로 사용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불법으로 사용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는 것이다.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것은 또다른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함께 만들어가자. 비정규직 없는 공장이 살맛나는 공장이다. 더이상 차별과 억압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현장에 들어가면 '불법파견 판정났다.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외쳐달라"고 말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김상록 해고 조합원은 "변창기 동지가 매일 촛불을 들고 쓸쓸하게 구정문에서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 이행하고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작고 쓸쓸한 촛불에 힘을 보태서 횃불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매주 금요일 촛불 문화제에 결합하게 됐다"고 밝히면서 "대법원은 5가지 기준으로 불법파견 판정했다. 혼재작업, 원청 작업지시, 작업수정권, 근태관리, 전체인원 관리 등등 이것이 불법파견의 기준이다. 지금도 정규직, 비정규직 혼재돼 일하고 있다. 원청이 모든 것을 관리하고 하청업자들은 원청의 지시에 단순히 따르는 하나의 부서에 불과하다. 그래서 불법파견이라고 판결내린 것이다. 똑같이 장갑 끼고 일하고 한쪽 바퀴를 정규직이, 다른 바퀴를 비정규직이 달고 있다"고 불법파견의 실상을 폭로했다.

이어 "우리가 차별과 억압, 착취를 막아내고 불법파견 폐지, 정규직화를 쟁취하는 것은 자동차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바로 착취당하고 억압받고 있는 이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바꿔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자배움터 강진관 회원은 "1000개의 촛불이 켜 졌으면 좋겠다"며 "1000개의 촛불을 켜기 위해 지역에서 많은 고민과 마음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다음주 금요일을 약속하며 마무리됐다. 오늘 한 개의 촛불은 20개의 촛불로 발전했다. 다음주에는 20개의 촛불에서 100개의 촛불로 이어져가는 마음과 마음의 연대를 기대해본다.

촛불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현장 안팎이 소통하면서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결정하고 마음을 보탤 수 있다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촛불에 의해 조금이라도 힘을 얻을 수 있고 그 힘에 우리가 박수를 보내줄 수 있다면 촛불은 이미 참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태그

비정규직 , 현대차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조성웅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결사대사령관비서관

    좋습니다.
    이명박의 무노조경영 책동정책을 박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