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인정한 ‘녹음’ 공개돼

“현대차 노무관리자들이 전면에 나서 하청노조 탄압”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원청회사인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조를 일상적으로 노무 관리를 해 왔다는 정황이 담긴 음성 녹음 파일 2개가 공개됐다.

2개의 파일 중 하나는 송성훈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지회장이 자신이 속한 하청업체인 보광산업 사장과의 면담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이다. 다른 하나는 원청인 현대자동차 협력지원팀 한 모 과장이 식당 앞이나 공장안 집회불허를 통보하는 내용이 담겼다. 모두 송성훈 지회장이 당사자에게 녹음을 하겠다고 통보를 하고 녹음했다. 녹음 파일에는 원청인 현대차가 송성훈 지회장의 노조활동에 대해 경고한 공문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일상적으로 노무관리를 하고 노조활동에 대한 부당지배개입을 하고 있다는 정황 증거가 된다. 한마디로 지난 7월 22일 대법원 판결대로 불법파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산공장 하청업체 사장들은 이미 10여명의 사내하청지회 대의원, 현장위원 등과 면담을 거쳤고 모두 현대차로부터 출입 통제를 하겠다는 등의 공문을 들이댔다.

현대차 공문 내용은 대부분 업무 외 시간인 공장입구 출근투쟁이나 중식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계속 집회를 하면 공장 출입을 통제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보광산업은 면담 후인 22일에 무단이탈과 업무지시 불이행 등을 들고 송성훈 지회장 징계위를 26일 개최한다고 공고문을 냈다.

보광산업 사장은 음성파일이 녹음된 지난 18일 송 지회장과 면담에서 “송성훈 씨가 불법행위나 선동을 할 경우 이 공문이 마지막 경고다. (현대)자동차에서 마지막 경고까지 나왔는데 (계속 집회를 하면) 불상사가 일어날 것 같다”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보광산업은 예고대로 26일 오전 송성훈 지회장 징계위원회를 강행했지만 노조의 강력한 저지로 예정된 장소에서 징계위는 무산됐다.


현대차가 다른 하청업체 종업원 노조활동에 경고장 보내

지난 18일 송성훈 지회장과 보광산업 사장이 면담한 내용이 담긴 파일에서 보광산업 사장은 “(현대)자동차에서 송성훈에 대해서 불법행위에 대한 경고장을 9월 말경에 받았고, 오늘도 ‘귀사 종업원 송성훈의 불법행위에 대한 경고를 재통보 한다’고 자동차에서 왔다”며 “9월 17일, 9월 28일, 10월 14일 불법시위, 현수막 시위, 피켓시위 주동 등의 내용인데...보광산업 송성훈에 대해 불법행위 경고 재통고라고 왔다. 마지막에 ‘송성훈이 또다시 불법행위를 일삼을 시 출입금지 및 적법조치를 취할 것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고 조금 전에 현대차에서 공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보광산업 사장은 “이게 최종통보다. 그 다음엔 송성훈씨 여하에 달렸다. 불법행위나 선동을 할 경우 이 공문이 마지막 경고다. (현대)자동차에서 두 번씩 경고문을 내고 종업원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부탁이 왔다. 보광산업 직원인 송성훈에 대해 앞으로 행동을 자제해주고 조심하라고 하자는 뜻에서 근무 중에 면담을 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자동차에서 행동에 재제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어 “노조활동 얼마든지 하라고.. 근무시간 외에 하란 말이야 해. 누가 뭐라 그래... 자동차에서 마지막 경고까지 이렇게 나왔는데 불상사가 일어날 것 같아. 내 느낌에는 불상사가 안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렇게 보자고 한거야”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파일에는 지난 21일 원청의 한 모 과장이 라인에서 작업중인 송 지회장을 찾아와 “회사에서 허가하지 않은 집회는 하지 말라”며 “식당 앞이나 공장안에는 절대로 집회를 하지 않도록 해달라. 일단 통보를 해 드렸다”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노조에 따르면 녹음을 한 다음날인 22일에도 협력지원팀에서 다른 사람이 나와 비슷한 말을 전하고 갔다. 이번 녹음 파일 공개는 파일을 받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에서 공개했다.

녹음파일에 담긴 경고문, 현대차가 사내하청 불법파견 스스로 인정한 꼴

녹음 파일 내용을 두고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의 유상철 노무사는 “현대차가 원청 사용자성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며, 원청회사가 일상적인 노무관리를 하고 노조활동에 대한 부당지배개입을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상철 노무사는 “조합원이 사업장 안에서 휴식 시간 등에 피켓팅이나 집회를 하는 것은 업무 방해 요소가 안 된다”며 “하나의 사업장 내에 하청업체가 있으면 원청이 시설 이용권을 하청업체에 준 것이기 때문에 공장 내 식당, 건물 앞 등은 모두 공통 사용 장소다. 전혀 불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지환 현대차 아산 사내하청지회 교선부장은 “최근 현대차 아산공장은 사내하청지회의 중식집회나 심지어 업체항의 방문조차 현대차 협력지원팀, 총무팀 등 노무관리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탄압하고 있다”며 “이는 하청업체가 노무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원청이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것으로, 불법파견을 현대차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지환 부장은 “하청노조 탄압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이를 멈추지 않는 것은 그만큼 비정규직의 투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하청업체인 금양물류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해고, 업체폐업 그리고 송 지회장에 대한 징계가 추진되지만 어떤 탄압도 불법파견 철폐를 향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망을 꺾을 수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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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현대자동차 , 불법파견 , 사내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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