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오, “이제 프랑스 대사관이 나서라”

4일간 도보투쟁 마치고 프랑스 대사관 앞 노숙농성 돌입

지난 26일은 발레오공조코리아의 일방적인 공장청산과 노동자 해고가 일어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또한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의 투쟁이 1년을 맞는 날이기도 했다.


투쟁 1주년을 맞아 금속노조 충남지부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지회장 이택호)소속 30여 명의 노동자는 ‘위장폐업 철회, 공장정상화 촉구, 직접교섭 쟁취’를 위해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도보투쟁을 벌여왔다.

충남천안을 시작으로 서울 주한 프랑스 대사관까지 도보행진을 펼친 이들은 27일, 프랑스 대사관을 1Km 앞두고 3보 1배를 진행했다. 또한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프랑스 발레오 자본을 규탄했다.

4일간의 도보투쟁을 마친 김태년 조합원은 “걷는 것 자체는 힘들지 않았지만, 걷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막는 경찰 때문에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경찰은 지회의 도보투쟁 기간 동안 인도 위를 걷는 것조차 ‘미신고 집회에 해당한다’면서 이들을 막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김태년 조합원은 이번 투쟁에 대해 “1년간 투쟁을 하면서 정신적, 신체적, 그리고 가정적으로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동지애를 기를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도보투쟁을 계기로 서로 격려하며 동료애가 많이 싹튼 것 같다”고 말했다.

“G20, 발레오 자본에 반격할 수 있는 기회다”

프랑스 발레오 그룹은 지난 2005년, 충남 천안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생산회사인 발레오공조코리아를 인수했다. 이후 회사는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했지만, 발레오 자본은 작년 10월 26일, 일방적인 회사청산을 결정했다. 그리고 4일 뒤에는 조합원들에게 퀵서비스를 통해 해고를 통보했다.

‘사람은 일회용품이 아니다’라는 것 정도는 상식이지만,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초국적 자본의 목표는 ‘이윤 창출’이었으며, 프랑스보다 자본의 규제가 심하지 않는 제 3국에서의 이윤활동은 상식의 범위를 넘어섰다. 이윤이 많지 않다며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며, 노동자들이 이를 막자 아예 회사를 폐업시켜버린 것이다.

사실상 전 세계 27개국에 121개의 공장, 61개의 연구개발센터, 9개의 유통센터, 5만 4천명의 직원을 가진 발레오 자본에게 천안 공장 폐업은 치명적 타격이 아니다. 단지 회사 인수 뒤, ‘브렌티 지급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본국으로 가져갔던 월 매출액 3%만 없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공장 노동자들에게 공장 폐업은 생명줄이 끊어지는 것과 다름없다. 발레오공조지회 노동자들이 1년 동안 길거리에서 투쟁했던 것도 이 같은 절박함 때문이었다. 이들은 한 차례의 일본 원정투쟁과 세 차례의 프랑스 원정투쟁을 치렀다. 지난달 28일에 출발한 4차 프랑스 원정단 역시 프랑스노동자 3천 여 명과 연대해 발레오 자본을 압박하고 있다.

오는 G20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집중투쟁 역시 기획하고 있다. 프랑스 대사관 앞 집회에서 이시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지금은 비록 분산투쟁을 하고 있지만, G20 정상회의에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11월 7일, 집중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 날은 프랑스 발레오 자본과 정부를 향한 반격의 기회가 될 것이며, 승리의 투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택호 지회장 역시 “이 기간 동안 사르코지 대통령을 만나 발레오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노동자 생존권 보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더 이상 초등학생인 아들이 아버지의 해고 통지서를 받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가 발레오 문제를 해결하라”

발레오공조코리아 조합원들을 비롯한 약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발레오 문제 해결을 위해 프랑스 대사관이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들은 프랑스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택호 지회장을 포함한 5명의 대표자들은 항의서한을 통해 △공장 정상화 △사태 해결을 위한 프랑스 발레오 그룹의 직접 교섭 △프랑스 대사관이 나서서 사태해결을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이 곳 노동자들의 요구는 15년 이상 일해 온 공장을 다시 돌리고,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라며 “프랑스 대사관은 이러한 노동자의 외침을 본국에 생생히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의서한 전달은 프랑스 대사관 정문 앞에서부터 가로막혔다. 서한 전달을 위해 도착한 5명의 대표자들이 구호를 외치자, 경찰이 ‘미신고 집회를 하고 있다’면서 경찰 병력을 이용해 몰아냈기 때문. 실랑이 끝에 항의서한을 전달한 대표자들은 “프랑스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데 한국 경찰들이 앞장서 막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경찰의 대응을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발레오공조코리아 조합원과 충남지부소속 지회들은 27일부터 프랑스 대사관 앞 상경 노숙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노숙투쟁을 통해 프랑스 대사관이 직접 교섭을 성사시키는 등의 사태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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