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돗자리 펴

28일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촛불문화제 열어

바람이 차다. 가을 기습 한파로 몸을 움츠릴 만도 한데 찬 바닥에 돗자리와 스티로폼, 이불을 편 사람이 있다. 이불속으로 쏙 발을 집어넣으니 사람의 온기로 따뜻하다. 천막하나 쳐지지 않은 농성장에 겨울 난방용품이라도 가져다 놓으면 좋으련만 전기를 쓸 수 없어 그런지 이조차 없다. 현대차 고객들이 광나는 신차로 도로를 매끄럽게 빠져나가는 그 사이를 두고 현대차 아산공장 출고센터 사무실과 농성장이 마주보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 협력업체 ㄱ물류 성희롱 피해자가 아침마다 아산공장 정문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27일부터 농성에 돌입했다. 피해자가 현대차 원청 관리자와 경비들에 의해 ‘폭행’ 당해 전치 4주 진단을 받아 입원해 있을 때는 충남지역 노동자들이 연대해 1인시위를 했다.

피해자는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 매일 아침 7시20분부터 오후5시까지 농성을 하기로 마음먹었단다. 위장폐업 논란중인 ㄱ물류 폐업이 8일 남은 시점이다.

피해자는 “업체는 현대차는 별 말 없어요. 무시하는지 사진만 찍어서 가죠. 옆구리와 무릎이 아직 아파요. 내가 태어나서 1인시위, 농성할 줄이야...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 가지고 노는 거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해요. 다른 문제도 아니고 먹고 사는 문제인데 성희롱 당한 사람을 해고하다니. 그 사람들도 처자식 있을 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피해자 옆을 피해자 대리인과 ㄱ물류에서 올 3월 해고당한 협력업체 노동자 장지휘 씨가 지키고 있었다.

장씨는 ㄱ물류로 고용승계를 거부당해 현대차 아산공장 주변에서 아침부터 낮12시경까지 1인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초등학생 두 아이가 있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밤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ㄱ물류 사장은 6명의 협력업체 노동자 중 장씨만 빼고 모두 고용했다. 애초 모든 노동자를 고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말을 바꿨다. 장씨는 당시 현대차 아산공장 출고센터 정규직 관리자들이 장씨의 복직을 거부해 ㄱ물류가 고용 승계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와 장씨는 서로를 위로했다. 장씨는 “지난번에 회사 직원들에게 피해자가 폭행당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했고, 피해자는 “장씨는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래도 끈질기게 잘 버티고 있다. 비오는 날 혼자 우산 쓰고 1인시위 하는 모습을 볼 때 처량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는 성희롱 피해자 폭행과 관련해 사측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지회와 충남지역 노동자들은 28일 저녁7시 아산공장 정문앞에서 불법파견 문제와 맞물려 촛불문화제를 열기도 한다.

또, 충남지역 노조, 사회단체, 정치조직, 진보정당은 ‘비정규직 없는 충남만들기 운동본부’를 구성해 ㄱ물류 성희롱 사건을 포함해 지역사회 불법파견, 간접고용 문제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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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성희롱 ,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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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분희

    이번 성희롱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며 몇가지 의문점이 든다.

    1.현대차 사내하청지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며 활동하던 사람이 몇년간 보이지도 않다가 왜 갑자기 나타나 성희롱 문제를 들고 마치 이 문제에 모든 것을 올인한 사람처럼 끊임없이 뒤에서 밀어부치는건가?

    2.또 지난 2-3년간 현대차 사내하청활동을 접고 서산 동희오토 투쟁사업에 전념하였다고 하더라도,동희오토 투쟁사업이 아직 끝나지 않고 진행중인데 무슨 이유로 그곳에서의 활동을 내팽겨쳐 버리듯이 하루아침에 접어버리고, 왜 또다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 기웃거리고 있는가?

    3.본인이 성희롱/성폭력 문제 전문가라고 평가 받을 수 있는 업적을 쌓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사내하청지회 내부에 투쟁방향이나 전략에 대해 사전에 상의한 적이 있는가?

    4.금양물류와 계약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던 현대차 자본을 엮을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났고, 피해자가 경비대 30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전치 4주 진단이 나올만큼 중상을 입었다라는 성명서를 내놓고, 책임자 고소고발 등 거기에 대한 후속조치 없이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은 피해자를 추운 곳에 끌고 나와 옆에 앉혀놓고 농성을 하여야 하는가?

    여러가지 의문가는 사항들이 많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무성히 나오고 있지만 그중에서 내년에 충남지부 부위원장에 출마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말이 진실이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불쌍한 피해자를 두번 죽이는 천인공노할 일이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