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증거조작, 이메일 압수만 해도 줄줄

“고용노동부, 04년 불파 판정 후 행정지도 안 해 신뢰 없다”

현대기아차에서 발생한 불법파견 증거 은폐 조작 의혹을 두고 노동계는 노동부가 2004년 불법 파견 사실을 확인하고도 수년 째 불법을 방치해 언제든 은폐 조작 시도 가능성이 높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불법을 저질러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는 것을 원청도 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은폐 조작이 있어도 고용노동부와 수사기관이 의지만 있으면 은폐조작 시도를 언제든지 밝혀 낼 수 있는데도 원청이 은폐조작을 하는 것은 노동부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현대자동차 협력 지원팀 관계자나 하청업체 사장 이메일만 압수수색해도 광범위한 증거조작 행위 자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05년도에도 무슨 자료를 가져오고 이메일이나 사내인트라 넷으로 광범위하게 주고받은 증거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관계당국이 수사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찾아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고용노동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은 2004년에 있었던 고용노동부의 불법 판정 후 대응 때문이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2004년에 현대자동차 3개 공장을 불법파견으로 판정내린바 있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가 불법에 대해 전혀 행정지도를 내리지 않고 경찰고발만 하고 끝냈다는 것이다.

  지난 추석전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진 기아차 소하공장의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칸막이.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04년도 불법파견 판정 때 검찰이 기소를 안했다는 건 그렇다 치고, 그 후에도 생산라인에 하청노동자를 계속 투입해 일을 한 것을 노동부도 다 알고 있었다. 불법파견이라고 판정을 내리고도 용인해 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29개 사업장의 실태조사를 두고 민주노총이 현장 실사를 막게 된 것도 고용노동부가 초래했다는 지적도 많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은 일단 현장을 봐야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 할 것 아니냐고 하소연을 했지만 노동계는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지금도 각 현장에서는 불법파견 문제를 놓고 사내하청 노조에 대해 부당노동 행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는데도 노동부가 방치하고 있어 진정성이 전혀 안보인다는 것이다.

권두섭 변호사는 “노동부가 처음 민주노총에 보여준 실태조사 질의서를 보면 2004년 거 그대로 였다. 질문지에 답을 하면 뻔히 도급으로 결론을 낼 수 있는 답을 요구했다. 그걸 보고 노동부가 대법판결의 파장을 생각해서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비난했다. 노동부 질문지나 조사방법이 대법 판결 취지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옛날에는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는데 지금은 아니더라’ 혹은 ‘일부는 조금 문제가 있더라’는 식으로 결과를 낼 것”이라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오민규 정책위원도 노동부가 전혀 진정성이 없어 실태조사를 노동조합이 거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민규 위원은 “노동부가 허울이 아닌 실태조사라는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현대차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당지배개입부터 지도하라”고 촉구했다. 오 위원은 “현대차 아산공장은 불법 부당개입사례 녹음 파일이 공개 됐는데도 이에 대한 조치가 전혀 없었고, 매번 하청노조 집회를 방해하는 불법을 저지르는 원청 관리자들에게 부당노동행위 지도를 일체 하지 않는다. 어떻게 진정성이 있다고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고용노동부 고용평등정책관실 관계자는 “정해진 인력으로 전수조사는 불가능하다. 이미 실태조사는 04-06년 2년간 했다. 일단 큰 곳 부터 보자는 거다. 지방관서에서 각종지도점검 나가면서 인력을 빼기가 만만치 않다”며 “07년 만들었던 파견 도급 판단 기준과 이번에 대법이 판결한 판단 요지를 넣어 점검 하고 민주노총 의견도 일부 반영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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