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실태 증거조작 의혹

라인에 칸막이 치고, 작업표준서 원청 마크 지우기도

현대기아차가 고용노동부 사내하도급 실태조사에 맞춰 불법파견의 일부 증거를 지우는 등 은폐조작 의혹이 드러났다. 참세상이 현대·기아차 각 공장 정규직·사내하청 노조 관계자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와 증언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작업표준서나 사양서 등에 나타난 원청 마크나 원청 관리자 결제 사인 란을 없애고 하청업체 마크나 하청업체 관리자 결제 사인으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기아차 소하 공장은 라인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분리 됐다는 식으로 일부 공정에 비닐 칸막이를 설치하고 불법파견의 증거를 은폐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기아차 3개 공장 중 실태조사 대상이 된 광명 소하리 공장은 지난 9월 추석 전에 PDI공정(완성차 최종 출고 직전 검사라인)에 파란색 라인을 그리고 투명 칸막이를 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분리돼 일하는 것처럼 꾸몄다. 사진 왼쪽은 간이 칸막이 공사전, 오른 쪽이 공사 후.

특히 취재과정에서 만난 노조 관계자들은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가 회사에 면죄부를 주는 실태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 전혀 신뢰를 나타내지 않았다. 애초 노동부가 실태조사 설문지와 방법을 설계하면서 노동계 의견을 대부분 배제하고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 하려 했다는 지적이 컸다. 이런 상태에서 노동부가 사용자의 협조를 받아 노조 몰래 실태조사를 강행한 곳도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22일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이후 고용노동부가 실시하고 있는 사내하도급 실태점검 결과의 신뢰성은 더욱 흔들릴 전망이다.

기아차 소하 공장,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 투명 칸막이로 눈 가리기

기아차 3개 공장 중 실태조사 대상이 된 광명 소하리 공장은 지난 9월 추석 전에 PDI공정(완성차 최종 출고 직전 검사라인)에 파란색 라인을 그리고 투명 칸막이를 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분리돼 일하는 것처럼 꾸몄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소하분회의 한 대의원은 “2005년 불법파견 조사 때도 노란선으로 라인을 그려 놓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따로 일하는 것처럼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그 라인을 파란색으로 그리고 간이 투명 칸막이를 쳤다”고 전했다. 그는 “현대차에서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이 터지자 이 구역이 원청과 사내하청업체가 분리 돼다는 표시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작업표준서. 오른쪽 표준서의 아랫부분에 기아차 마크가 있다. 최근 나오는 표준서(왼쪽)는 업체이름으로 나오고 있다.

기아차 소하공장은 칸막이 외에도 현대기아차 대부분 공장에서 진행 중인 작업표준서 마크 바꾸기와 결제자 바꾸기도 있었다. 이 대의원에 따르면 “불법파견 증거가 될 만한 것은 많이 바꿨다. 원래 원청인 기아차 마크가 찍혀 있는 작업표준서나 시설 등 원청이 관리하던 것을 다 협력업체 이름으로 바꿨다. 심지어 건물에도 관리자 확인란의 정부가 협력업체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의 담당 근로감독관은 이렇게 공장 내부가 바뀐 상태에서 노조가 임시대의원 대회로 바쁜 사이에 회사 쪽의 안내를 받아 실태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지부의 한 집행간부에 따르면 “노동부에서 실태조사를 하기 위해 소하분회에 미팅을 제의했지만 금속노조 지침은 실태조사 거부라 만날 의사가 없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임시 대의원 대회를 하느라 지부가 정신없는 틈을 타 10월 4일 께 회사 쪽과 함께 현장을 돌면서 라인에 들어갔다”며 “당시 현장 대의원들도 전혀 몰랐다가 실사가 끝날 무렵인 저녁에 현장 조합원이 대의원에게 연락하고 나서야 실사가 온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의 반발로 고용노동부는 다음 날부터 공장 내부 실사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간부는 “노동부가 실태조사를 몰래 한 것도 문제고, 회사가 실태조사에서 문제가 될 부분을 사전에 차단하고 미리 조작한 것은 더 문제가 심각하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위해 현장 보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아차 지부는 사쪽의 불법파견 증거조작 은폐를 두고 지난 10월 6일 실태조사와 불법파견 공정에 대한 축소 은폐 시도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김성락 지부장 명의로 보내기도 했다.

기아차 지부는 이 공문에서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확정 판결 후 사측의 불법 파견 공정에 대한 축소 은폐 및 증거 조작 행위는 사측 스스로 불법 파견을 자인하는 행위임을 알아 야 할 것”이라며 “불법 파견 공정에 대해 축소 은폐 및 조작 행위에 대해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첨예하게 실태조사로 대립하고 있는데도 지부 임시 대의원 대회가 진행되는 틈을 타 통보도 없이 노동부와 사측이 일방적으로 실태조사를 함께 시도해 현장을 분노케 하고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노동조합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노동부 실태조사를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차 3개 공장도 마크, 결제자 확인 바꿔

이렇게 불법파견의 증거를 지우는 작업은 현대차도 마찬가지로 진행됐다.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지회 한 관계자는 “작업 표준서 마크는 그대로지만 기본적으로 확인란을 업체 명의로 했다. 이전에는 정규직 과장이나 조반장이 사인을 했는데 요즘은 업체가 사인을 한다. 또 각 사내하청 업체에서 각종서류를 소각하고 파쇄기에 돌리기도 했다. 눈가리고 아웅이다”고 실태를 전했다.

울산공장은 오랫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 일을 하다 보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돌아가면서 작업을 했다. 그러나 불법파견 판결 후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작업 중에 얘기도 못하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공장은 기아차처럼 간이 칸막이 설치 같은 노골적인 방식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너무 혼재되어 칸막이를 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사측이 이런 방법을 써도 증거자료는 없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눈을 가리고 아웅해도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 자체가 전형적인 불법파견이다. 그런 불법파견 모습은 안 바뀐다. 현대차는 이런 은폐에 몰두하지 말고 사내하청지회와 협상에 나와 불법파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공장도 노동부 현장조사를 막았다. 지회에 따르면 노동부 감독관이 회사에 상주했으나 현장에 들어오는 것은 막았다. 지회 관계자는 “노동부 자체 조사는 인정할 수 없다. 저희 안을 거부했고 노동부 매뉴얼에 맞춰 진행하고 자체 발표를 해도 신용할 수 없는 발표”라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관계자도 이런 신뢰성 문제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노조에서 증거 조작에 대한 이의제기를 한 상태지만 노조가 막아서 현장 실태를 알 수가 없다”면서도 “노조를 자주 만나 노조와 교감이 된 상태에서 현장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서로 입장에 충돌이 생길 수 있다. 노조와 협의 한 후에 현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거조작 의혹을 두고는 “아직 현장을 보지 못해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왼쪽은 현대차 전주공장의 변경전 작업지시서, 오른쪽은 변경후 작업사양서. 지난 9월 초 하단의 칸 모양이 바뀌었다.

현대차 전주공장이나 아산공장도 울산공장과 마찬가지로 결제 확인자 바꾸기가 있었고, 현대차 마크를 지웠다.

현대차 전주공장 사내하청지회 관계자는 “각자 자기 작업 공정을 위해 머리 위에 붙어 있는 각 공정 작업 지시서나 사양서, 표준작업서가 기존엔 현대차 마크가 있었으나 하청업체 이름으로 바뀌었다. 관리자 확인란의 정부도 원래 정규직 반장이나 조장, 과장이었던 것이 아예 없어지거나 하청업체 관리자 이름으로 바뀐 상황”이라고 실태를 전했다.

전주공장도 울산공장처럼 작업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관계도 분리했다. 이 관계자는 “하청업체 인원이 많은 곳은 정규직 반장의 조정에 의해 회식이나 티타임도 전에는 같이 참석해 얘기를 했는데 정규직 조반장이 이젠 비정규직을 배제하라고 했다. 그 동안은 작업을 하다가도 화장실이 급하면 서로 업무를 도와줬는데 이젠 절대 비정규직을 도와주지 마라고 교육을 시키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아산공장도 비슷했다.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의 한 관계자는 “05년 불법파견 조사 때는 작업표준서의 사인을 하청업체 관리자가 사인으로 바꿨는데, 이번에는 현대차 마크를 지우고 업체이름을 집어넣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 고용평등정책관실 관계자는 이런 증거조작 행위가 실태조사에 미칠 영향을 두고 “기계에 붙은 라벨을 바꿔 붙여도 그럴 가지고 인정은 못한다. 진짜 하청장비 인지 판단을 할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실태를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

불법파견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