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교섭이 아니라 함정이었다”

야5당, 일제히 이명박 대통령과 경찰 책임 거론

구미 KEC 공장 분신사태를 불러온 원인이 경찰의 함정이었다는 정황이 속속 들어나면서 31일 야5당도 일제히 이명박 정부의 책임론을 들고 나와 G20을 앞두고 노정 대결이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특히 분신한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후송된 한강성심병원에는 야5당 대표들이 일제히 찾아와 경찰의 연행시도에 분개했다.


김준일 지부장 “교섭 내용 전혀 없었고, 협상하려는 자세 아니었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민주노총 긴급기자회견에서 분신사태의 전말이 공개됐다. 김준일 지부장이 KEC 회사 쪽 교섭 대표를 만난 장소는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중인 1공장의 2층이었다. 노조는 노사대표 만남 전에 이미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한 상태였고 신변보호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교섭에 나선 것이다.

180여명의 노조원들은 1공장 1층에 농성중이었고 무리한 연행시도를 하면 얼마든지 노조원들을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김 지부장 연행을 시도했다. 이미 사복경찰까지 미리 배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부장은 2층에서 내려오다 경찰에 쫓겨 1공장 지하1층으로 피신했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궜지만 경찰이 유리창까지 깨고 연행을 시도했다.

따라서 김준일 지부장 분신 당시 상황은 경찰만 목격했고, 1차로 구미 차병원으로 옮긴 것도 경찰이었다. 노조관계자들은 김 지부장 분신소식을 김 지부장을 호위하던 사수조가 연행 되면서 전화로 알려와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도 노조 쪽에 분식 소식을 알렸다. 구미 차병원으로 김 지부장을 옮긴 경찰은 뒤이어 도착한 노조 관계자들과 가족 몰래 김 지부장을 대구로 옮겨, 그 와중에서 김 지부장 신원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차병원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전락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에 따르면 병원 관계자가 '치료중이라 나가달라'고 해 가족과 기다리다 가족들이 확인하러 들어가면서 경찰이 빼돌린 사실을 알았다. 경찰이 김 지부장을 어느 병원으로 빼돌렸는지 알려주지 않자 의사에게 항의해 대구 쪽으로 갔을 거라는 얘길 들었다. 이 본부장은 민주노총 대구본부에 갈만한 병원을 확인하도록 했다. 결국 대구 푸른 병원에 경찰력이 배치 된 것을 보고서야 김 지부장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사쪽 교섭대표를 독대한 김준일 지부장의 증언도 사쪽과 경찰의 함정이라는 정황을 뒷받침 해준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야 4당 의원들이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준일 위원장을 면회 한 자리에서 손 대표가 “내가 죄의식을 느낀다. 내가 그때 갔을 때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혹시 협상을 할 때 사측이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는냐, 내용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준일 지부장은 “전혀 내용이 없었고, 협상하려는 자세가 아니었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야당들, “노조 협상에 끌어들이고 연행 시도, 독재정권이냐”

이전락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섭이 끝나고 회사 교섭대표가 공장에서 나오자마자 경찰이 침탈했다. 당시 경찰이 교섭 결렬상황을 알기 어려운데도 바로 침탈한 것은 회사와 경찰이 사전 공모 했다는 정황이다. 구미경찰서에서도 ‘어차피 결렬 될 것 알고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검거를 시도했다’고 했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전락 본부장은 “문제는 안에 있는 조합원들이다. 회사가 수 차례 거짓선전을 해대고 어제 공권력이 쫓아 들어오자 우리가 죽어야 살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몰리고 있다. 공장 안에선 내일까지 최후 통첩을 해 놨다. 회사와 경찰의 답변이 없다면 책임질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수도 있다. 제2의 김준일 사태를 막기 위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구자오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KEC는 13년동안 노사분쟁이 없었다. 유독 올해만 노사관계가 최악이 됐고 처음에 타임오프가 빌미가 됐지만 결국 목적은 노조파괴였다. 공권력이 도발하면 어떤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그 경고를 무시한 공권력의 행위는 살인행위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강성심병원을 찾아와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87년도 아닌데 교섭 대표로 나온 지부장을 연행하려고 했다. 경찰이 자본과 권력의 충견 노릇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끝까지 반드시 진상을 밝혀서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건 교섭이 아리라 함정이다. 경찰의 공무집행이 아니라 폭력배의 사주를 받은 돌격”이라며 “노사간 교섭이 이뤄 질 때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식이고 철칙이다. 경찰은 그 철칙을 산산이 깼다. 노조를 파괴하려는 생각이 없었다면 돌격대가 된 경찰의 행동이 나왔겠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병원을 찾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어젯밤 노사협상이 있다고 해서 내일쯤 노조 가족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협상이 되는가 했더니 결국은 사측과 경찰이 노조를 속였다”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관에 문제가 있다. 아직 용산 참사의 기억이 생생한데, 노동자를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노조를 말살하려는 시도다. 협상에 대한 진지한 내용도 없이 노조를 협상에 끌어들이고는 체포하고 연행하려는 그런 시도였던 것 같다”고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지부장의 용태도 걱정스럽지만 지금 농성현장은 무슨 참사가 벌어질지 모를 심각한 상황”이라며 “주요 간부들은 농성돌입 때부터 유서에 가까운 편지를 가족들에게 남겼고, 생사고락을 같이하던 간부들이 연행되고 지부장이 분신하여 생명이 경각에 달린 상태에서 농성조합원들은 격앙되어 있으며 위험물질이 가득한 밀폐된 반도체 공장안은 화약고와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회사와 경찰이 농성조합원을 자극하거나 정부당국이 사태의 원만한 해결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구미 KEC 공장은 용산참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한 사태로 비화될 것”이라며 △농성현장에 배치된 경찰병력과 용역직원들 철수 △농성조합원들에게 의료진과 식량 및 생필품 제공 △직장폐쇄 철회 등 사태해결의 구체적인 의지 표시 △국회차원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1차로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지금 상황은 반노동정책으로 일관해온 이 정권이 자초한 것이며 정권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이런 극단적인 상황조차 기만으로 모면해 보려고 한다면 우리의 선택은 정권에 대한 전면전 밖에 없다. 11월 7일 전국노동자대회와 11월 11일 G20규탄투쟁 등 민주노총 차원의 대규모 집회와 행사를 앞둔 지금, 선택은 정부당국의 몫”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한강성심병원앞 농성에 돌입했고, 저녁 7시부터 김준일 지부장 쾌유를 위한 촛불집회를 연다.
태그

kec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무장하자

    언제까지 김준일 지부장과 같은 희생을 방관할것인가 ?언제까지 맞고만있을것인가

    언제까지 죽어야 하나!

    준비된 무장을 해야한다 신무기로 민중을 탄압한다면 더강력한 새무기로 대응해야 한다 그들이 총을 든다면 그때가 바로 쥐명박 개명박이의 제사날이 될것이다
    결사항전 비타협 전투적 운동을 주저하는 운동형태로 변혁운동은 후퇴해왔다. 그선택이 옳았음이 역사가 온몸으로 증명하고있다 .
    준무장을 하고 전태일열사투쟁을 진행하자 !
    더이상 후퇴하고 맞고만 있을수는 없다 열사 정신을 계승하려면 준무장 투쟁이 필요하다.

  • 조현진

    언제까지교섭을피할거신가요빠른회복되기를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노동자탄압을중단할거슬요구하길원합니다

  • Conan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몇 명이 앞으로 스스로를 불태워야 모두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요...
    기사 내에 있는 오타는 곧 수정될 것으로 기대하겠습니다.

  • bijou

    도대체 왜 경찰탓인지요??이해가 안가네요...경찰은 정당하게 영장집행을 하다가 일이 일어난건데 경찰책임을 묻기에는 너무 억지 아닌가요?언론의 경찰때리기 기사 이젠 그만좀..

  • 태일

    왜 스스로 불태우는가 ? 김준일지부장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 분신과 같은 처참한 상황을 만든것은 견찰과 쥐명박 정부 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정권의 각개분열정책에 명확한 선도적 입장을 가지고 선명하게 싸웠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서둘러야한다 멀쩡한 사람 그만좀 고통받게 하자 구호만 내세운다고 되는것은 아니나 지금은 더이상밀려서는 안된다 확실한 방침으로 대중들에게 명확한 계급투쟁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저 심판하자 ? 대중이 지금 쥐정부를 그저 심판만하자고 하던가 ? 투쟁구호부터 손을봐야한다 그리고 진보신당,사회당 , 사민주의자들등 머저리같은 종파쟁이들은 무슨 세습이 어떻네 어쩌고 하면서 지랄방광 하면서 정권과 조중동 쓰래기 언론과 함께 북 흠짓내기에 앞장서며 헤게모니 장악에만 환장해 있는데 그래보았자 남북의 대중은 은 종파쟁이들을 쳐다보지도 않을것이니 헛힘 그만써라 니들이 진정 전태일정신을 이은 사람들이라면 그런 헛짓 꺼리를 할게 아니라 대중에 대한 헌신 노동에 대한 땀과 열정으로 인정을 받아라. 열사는 붕어빵 몇개로 아이들 먹이는 그런행복으로 살았다 한심하고 멍청한 것들...잘알지도 못하는 북상황을 선무당이 사람잡듯 함부로 나불대지말고.. 민중의 철퇴는 철저히 모든것을 계산한다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는 것을 알아야 할것이다 이말은 악덕 자본과 추종자들 매국노들 수구 꼴통에 도 해당되니 정신차리지 못하고 민중을 자꾸 죽음으로 내몬다면 철퇴가 어김없이 내려질것이다
    명확한 계급투쟁 목표를 제시하고 그 실현에 앞장서야 할 이때 이명박정부를 심판이아니라 퇴진 타도시키는 투쟁을 할때 전태일이 흘린 눈물을 조금 이나마 닦아줄수있지 않을까?

  • 녹두

    무장하라 노동자여 !

    전개하라 노동자 대투쟁 !

  • 파워파워

    정말 이해가 안가네요...
    그럼 불법파업을 하고 회사무단점거를 하는 행위를 그대로 나두어도 된다는 것인지.. 정당한 법집행이였는데 분신기도를 한다든지 해서 법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항상 이런식으로 대처하면 우리나라는 법집행하기 점점 어려워 집니다. 깊이 생각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