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정규직 되는 데 걸린 시간, 1895일

기륭분회 6년 간의 투쟁일지

‘비정규직 투쟁의 큰언니’. 기륭분회는 그렇게 불린다. 비정규직 투쟁의 선봉에서, ‘장기투쟁’의 하루하루를 경신하며, 기륭분회는 그렇게 싸웠다.

2005년부터 햇수로 6년, 자그마치 1,895일. 파견직이었던 기륭 조합원들이 정규직이 되는 데, 중학교 2학년짜리가 스무 살 대학생이 되는 시간만큼 걸린 셈이다. 그 긴 시간 기륭분회는 한결같이 싸웠다. 그리고 그 시작과 끝에 비정규직 문제가 있었다.

2005년 잡담을 하다가 잘린다는 ‘잡담해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같은 해 7월,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대표적 불법파견 사업장이었던 기륭전자의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당시 300여 명의 노동자 중에 200여 명이 순식간에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하지만 기륭 사측은 ‘계약 해지’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1년 미만 노동자들은 전원 해고했다. 이에 노조는 전면파업으로 맞서 해고 중단과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2005년 5월 17일 오전 6시경, 50여 일 동안 현장농성을 진행하고 있던 15명의 기륭전자 조합원 전원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연행되는 과정에서 경찰은 정문을 막고 있던 연대단위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을 폭력으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같은 날, 공장 밖에서는 조합원들과 연대단위 활동가들이 경찰의 진입을 막기위해 스크럼을 짜고 저항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투쟁이 장기화되자 2008년, 기륭분회는 투쟁 천일을 기점으로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했다.

그리고 5월, 기륭 조합원들은 철탑 위로 올라갔다. 시청 앞에서, 구로역에서, 35m 높이의 철탑에 올라 보름 넘게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2008년 5월 26일 월요일 오전 6시 30분 경 기륭노동자들이 구로역 CCTV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유흥희 조합원은 사측이 실질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쉽게 철탑에서 내려오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다시는 속지 않겠다고 말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10여 명의 조합원이 단식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소연 분회장이 94일 동안 단식을 이어가 많은 이들의 걱정과 우려를 낳기도 했다.

  2008년 8월 16일 단식 67일을 맞는 김소연 기륭분회 분회장이 주변의 설득 끝에 응급치료를 받기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김소연 분회장은 단식의 뜻을 굽히지 않고 20여 일을 더 버텼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기륭 문제가 전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기륭 투쟁에 연대하고 이정희, 조배숙, 박영선 등 국회의원들도 나서서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나 사측이 ‘취업알선안’을 내놓으며 교섭이 다시 결렬됐다.

10월에는 사측의 공장이전 막기 위해 기륭전자 최대 바이어인 미국 시리우스사까지 원정투쟁을 떠났다. 그 사이 기륭전자 측은 공장을 이전했다.

하지만 기륭분회는 구사옥 앞 농성장을 지키며 불법파견에 대한 ILO권고안(2008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정부에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반의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권고를 채택한 바 있다)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2010년, 기륭문제 해결 촉구 광화문 1인 시위, 주1회 집회 및 문화제, 최동열 회장 집 1인 시위 등 다양한 투쟁을 전개해 왔다.

최근에는 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두 조합원이 20일 동안 단식을 했고 김 분회장이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들어온 포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0년 9월 15일 포크레인이 기륭 분회의 농성장이자, 구 기륭전자 공장 부지를 덮쳤다. 이날 김소연 분회장과 송경동 시인은 포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김 분회장은 교섭이 타결된 11월 1일까지 포크레인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리고 마침내 11월 1일, 기륭전자 노사 간 합의가 이루어졌다. 2005년 10월, 54일간의 농성 끝에 경찰에 연행되가며 “우리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돌아오겠다” 부르짖던 외침을 6년 만에 실현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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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가

    와..진짜 대단하다 기륭전자 노동자들.. 그러게 평소에 부당노동 안했으면 이런일없을 터인데... 회사측도 옳은결정 했다 쓸데없이 회사이미지 떨어지게 할이유가머있나 노동자들 노동3권 제대로 보장하고 일할때는 열심히 일하도록하면되지...별거아닌 문제가지고 노사가 맞서니..근본문제는 부당한노동법 을 만들고 적용하는 쥐박이 정부에게 있다 쥐박이정부 는 누구 말 절대 안들으니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수밖에 . . . 이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