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농성해제 후 협상 들어가...140일 만에 본교섭

공장점거하고 몸에 불을 살라야 교섭하는 세상

KEC지회가 점거농성을 푸는 대신 회사는 본교섭에 나오기로 합의했다. 금속노조와 지회는 3일 낮 2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어 △점거농성해제 즉시 본교섭 개최 △노사 간 요청이 있을 시 즉시 교섭 재개 △징계 손해배상 고소고발 최소화 등 교섭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선 아침 11시 노조 박 위원장은 고용노동부 대구지청장과 회사 교섭대표를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회사 교섭대표는 지난 6월 30일 직장폐쇄를 단행한 이래 교섭 뿐 아니라 지회쪽과 어떠한 대화도 응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한 노동자 분신이 일파만파 퍼지고서야 기껏 노사간의 정식 대화가 성사된 것일 뿐. KEC 노사간의 본교섭은 이날 4시경 점거농성 해제와 동시에 시작됐다. 이 교섭이 또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분신 나흘째 본교섭 성사…사실상 1백40일 만

노조와 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섭에 나서겠다는 회사 말을 노동부 대구지청장이 공식 확인해 줌에 따라 이를 신뢰하기로 했다”고 점거농성 해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노조와 지회는 “파업 1백 40일 만에 정식 대화를 나누자는 것만 합의했을 뿐 노사 교섭내용에 대한 입장차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3일 오후 경북 구미 공단동 KEC 앞에서 열린 'KEC 투쟁승리를 위한 금속노조 결의대회에 참석한 KEC지회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출처: 노동과세계 이명익 기자]

노조의 박 위원장은 “김 지부장 분신에 대한 진상규명과 경찰청장 퇴진투쟁은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낮 3시 금속노조 소속 간부 3천여 명은 구미에서 대규모 집회를 펼쳤다.

김 지부장 분신 뒤 본교섭 성사 때까지 나흘이 걸렸다. 본교섭 성사에 앞서 지난 2일 저녁 7시부터 노조의 박 위원장과 KEC 사측 교섭대표 간 면담이 성사됐다. 이날 면담 때까지만 해도 회사는 징계와 손해배상청구 및 고소고발 최소화 등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KEC 조합원의 점거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을 고수했다. 이날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공장 밖에는 야5당 관계자들이 평화적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천막에서 농성을 펼쳤다.

이에 앞서 노조는 노동자를 분신으로 몰고 간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고 구미 KEC 민주노조 사수투쟁을 엄호하기 위해 총파업 돌입까지 결정했다. 노조는 1일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11일 총파업을 벌이기로 정했다.

이날 회의에 모인 노조 중앙집행위원들은 "정부와 공권력의 과도한 노사관계 개입이 김준일 구미지부장을 분신까지 몰고갔다"라며 "KEC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금속노조의 모든 힘을 집중시키자"고 뜻을 모았다.

금속노조 1일 총파업 결의하기도

같은 날 아침부터 정치권의 행보도 본격화됐다. 1일 아침 9시 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5당이 KEC공장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부장 분신 사건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3일 오후 경북 구미 공단동 KEC 앞에서 열린 'KEC 투쟁승리를 위한 금속노조 결의대회에 참석한 KEC지회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출처: 노동과세계 이명익 기자]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지난달 31일 구미에 내려가 밤 10시 반부터 점거농성 지도부와 사측을 번갈아 만나며 노사 간 의견조율을 시도하기도 했다. 물론 이때만 해도 회사는 점거 농성 중 노조와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그날 밤부터 1일 새벽 1시경까지 진행한 KEC 노사 간 실무교섭도 같은 이유로 결렬됐다. 야 5당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달 31일 낮 4시부터 KEC 공장 앞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같은 시각 서울에서는 이윤석 민주당 의원,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경찰청에 방문해 경찰청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 지부장의 분신항거 대응 투쟁은 분신이 있었던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민주노총과 야5당은 지난달 31일 낮 2시 서울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반인륜적 진압 행위를 규탄했다. 민주노총 등은 정부와 회사 측에 △농성장에 배치된 경찰과 용역 철수 △공장 안에 의료진과 식량, 생필품 제공 △직장폐쇄 철회 등 사태해결의 구체적 의지 표시 △국회차원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같은 날 저녁부터 김 지부장의 쾌유를 기원하고 KEC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가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시작되기도 했다. 김 지부장은 지난 1일 내시경 검사를 받았으며 그날 정오경 담당 의사가 “기도를 통한 화기환입은 없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본교섭이 극적으로 시작된 3일 사실상의 첫 교섭에서조차 회사는 김 지부장을 향한 공개적인 반성과 사과 한마디 없었다. (제휴=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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