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고치가 된 발레오 노동자들

[포토] 프랑스 대사관 앞 노숙농성 12일째 발레오공조코리아


“프랑스 대사관에선 반응이 좀 있습니까?”
“없쥬”
“지나다니는 프랑스 대사는 좀 봤겠네요”
“봤쥬. 출퇴근 하데유”

충남 천안시 입장면에서 올라온 이택호 발레오공조코리아 지회장 특유의 충청도 말씨엔 느긋함이 묻어 있었다. 이택호 지회장과 발레오 조합원들은 밤마다 누에고치가 된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프랑스 대사관 앞 길바닥. 밤 12시에서 오전 6시 사이면 누에고치들이 눕는다. 침낭과 비닐 한 장에 의탁한 잠자리는 영락없는 누에고치다. 비닐 밑에 사람이 누워 있다는 건 누군가 벗어 놓은 신발로 짐작할 수 있다. 새벽 찬기운을 막으려고 얼굴까지 침낭에 푹 넣었다. 밤새 누에고치 머리맡에 세워진 피켓은 장승처럼 누에고치가 된 노동자들을 보호하듯 서 있다. 그러다 동이 터오면 누에 하나가 벌떡 일어나 프랑스 대사관을 먼 산 보듯 본다. 고개를 젖히고 몸을 편다. 추위에 떨어선지 멍하다.





먼저 일어난 누에가 정신을 차리는 사이 그 옆 누에가 벌떡 일어나 먼저 일어난 누에에 살포시 기댄다. 침낭 속에서 조금 더 자보겠다고 버텼지만 추위를 참다 벌떡 일어난 거다. 곧 다른 누에들이 꿈틀거리며 일어나지만 밤새 노숙 농성을 한 누에들의 몸은 쉬이 깨어날질 않는다. 누에처럼 생긴 침낭에서 나와 누군가 담배에 불을 붙인다. 길게 연기를 내 뿜는다. 몇이 담배를 나누다 서로 웃는다. 웃지만 웃음은 쓰다.





농성 12일째다. 해마다 노동자 대회 즈음이면 날씨가 추웠다. 땅 바닥엔 은박 매트 한 장만 깔았고, 빨간 색 이불이 옆에 놓여 있다. 프랑스 대사관에서 조금 떨어진 이면도로 옆 인도에 그들은 24시간 내내 하염없이 앉아 있다. 프랑스 대사관에선 그들을 신경을 쓰는지 안 쓰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대사관 입구에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경찰차의 존재가 ‘아 국가가 신경 좀 쓰이나 보다’는 것을 인증해 줄 뿐이다.





밤새 누에고치를 지키던 장승같은 피켓엔 “프랑스 발레오 그룹이 저지른 만행 프랑스 정부가 직접 해결하라”, “먹튀자본 발레오의 위장폐업 방관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정부는 각성하라”, “흑자회사 당일청산발표, 퀵서비스 전원해고 통보, 살인적인 용역깡패 투입 박레오자본 박살내자”라고 적혀 있었다.




태그

발레오공조코리아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장명숙

    힘내세요
    겨울지나면 봄이오듯 좋은날 꼭올겁니다.
    화이팅!

  • 조합원

    왜지 내가 미안한 생각이 드네요
    언제나 제일 선봉에서 온 몸으로 저항하지만
    얻는 것은 티클 뿐,
    고단한 몸은 언제 호강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