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불안한 한국 사회를 향한 경고

[영화]노동자뉴스제작단, 공공서비스노조 공동 제작 “심장이 필요한 남자”

의료보험이 민영화된 멀지 않은 미래의 한국. 캐피탈생명보험이라는 민영보험사 강문기는 민간보험회사가 열람할 수 있게 된 개인질병정보를 이용해 보험가입여부를 심사하는 일을 한다. 문기는 아주 원칙적이고 깔끔한 일솜씨로 능력을 인정받는 과장이다. 보험 심사 결과 합격, 불합격을 판단해 사인하는 그의 손놀림은 능숙하다.

딸의 생일날, 일찍 퇴근하려고 채비를 하던 문기에게 형사가 찾아온다. 형사는 김선호라는 사람이 실종되었다며 문기의 10년 전 명함을 내민다. 그러나 문기는 선호를 기억할 수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낯선 자들의 미행과 동료 후배의 죽음.

영화는 추리물을 연상시키는 장르성을 선보이며 긴장감 있게 문기의 하루를 다룬다. 기억할 수 없는 선호를 기억해 나가는 과정은 문기와 ‘심장이 필요한 남자’ 선호가 하나 되는 과정이다. 승용차에서 캐피탈생명보험 로고송을 듣고 흥얼거리고, 백미러에 걸린 아내와 아이의 사진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던 문기는 오래전 약속한 어린 딸의 생일잔치조차 뒤로하고 새벽잠이 든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나 그 사람한테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이렇게 죄를 진 거 같지”


‘심장이 필요한 남자’(감독 정호중)는 특히 개인질병정보가 민간보험사로 넘어갈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담아 의료민영화의 허점을 꼬집는다.

비록 국가적 차원에서 시장의 자유를 가로막는 규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돈이 필요하고 돈만 있다면 장기매매를 위해 버스터미널 화장실로 갈 일이 아니라 개인질병정보가 집적된 민간보험사로 찾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장기매매를 영화의 소재로 끌고 온 영화는 우회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인 의료에 관한 최소한의 역할마저 포기하고, 의료서비스를 재벌과 대기업의 이윤 보장으로 까딱 고개를 돌려 적극적으로 편승해 간다면, 폭력과 차별이 난무하는 사회와 우리는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의료민영화가 시기마다 고개를 드는 불안한 한국 사회는 불과 2년 전 정부는 민간보험사에 개인질병정보를 팔아넘기려다 사회적 반발에 부딪혀 2009년 12월 국무회의에서 무산된 바 있다.

‘심장이 필요한 남자’는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영화 ‘안녕? 허 대짜수짜님!’을 제작한 노동자뉴스제작단의 극영화 제작팀 ‘그리고 필름 앤 드라마’의 두 번째 장편극영화이자, 정호중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한다. 특히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에서 공동 제작했다는 점이 주목받는 이유다.

  11월 5일 시사회로 첫 선을 보였다. [출처: 미디어충청 엄명환 현장기자]

시사회장에서 만난 공공노조 한선주 교육국장은 “오랜 기간 작업한 끝에 결실을 맺었다.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전했다.

영화는 지난 5일 필름포럼에서 첫 시사회를 열었으며, 공동체상영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관람문의는 노동자뉴스제작단 02-888-5123번. (기사제휴=미디어충청)

“문기가 선호가 되는 이야기”

노동자뉴스제작단 김호중 감독을 만나다

[출처: 미디어충청 엄명환 현장기자]
의료민영화를 주제로 영화를 만든 동기는
정부가 개인질병정보를 사기업에 열람할 수 있게 한다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것을 접하고 만들게 되었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노동 다큐, 극영화를 만들어온 노동자뉴스제작단의 영화 제작 과정 중 하나이기도 했다.

장르적 요소를 가져와 긴장감 있게 영화를 봤다. 반면 영화의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은 인상도 준다.
스릴러의 틀을 가지고 접근한 것은 맞다. 그래서 더 리얼할 수 있는 부분이 낮춰졌을 수 있다. 선택의 문제였다고 본다. 그러나 장르 영화가 다 그런 건 아닌데, 장르를 하나의 도구로 사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용이 더 채워졌어야 하는데 시간에 쫓긴 부분도 있고. 좀 더 잘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

음악 사용을 아낀 것 같은데
‘안녕? 허 대짜수짜님!’ 영화에서 음악을 과하게 사용했다는 지적이 있어 조심한 부분도 있고, 음악 감독도 필요한 곳에만 음악을 넣자는 입장이었다.

배우연기가 안정적이다
‘안녕? 허 대짜수짜님!’에서 아마추어 배우들이 연기했다면 이번 영화에서 전문배우들이 연기했다.

촬영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영화 촬영할 때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아파트 촬영씬에서 허가 받지 않고 촬용하다가 돈으로 물어 준 일, 배우들 스케줄 문제, 보충 촬영시 시간이 지나 배우들의 머리 스타일이 달라졌다거나. 기본적으로 내가 사건을 만들지 않으면서 촬영하는 스타일이다.(웃음)

장기매매를 소재했는데, 사회적 과제임에도 음지의 영역이라 다루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태국의 충격적인 아동 성매매와 장기매매의 실태를 다룬 <어둠의 아이들> 소설, 영화 역시 말이 많았다.
자료를 읽으면서, 미국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혈액샘플, 유전자 정보를 모두 보관한다고 한다. 장기가 없어진 채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접하기도 한다. 영화속 일만은 아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영화에서 문기의 마지막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문기는 보험을 심사하는, 일방적으로 대상을 판단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문기가 처음에는 선호와의 감정이입을 거부하다 대상에게 동화되어 가는 과정이다. 회상하고, 쫓기면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간다. 문기가 선호가 되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러긴 쉽지 않다.

다음 영화 계획이 있는지
비밀 프로젝트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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