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부른 검거, KEC-경찰 사전공모 정황 드러나

문학진 의원, KEC 사쪽과 경찰 송수신 공문 공개

지난 10월 30일 구미 KEC 분신사태가 발생한 경찰의 무리한 검거 작전이 KEC 사측과 경찰이 사전에 공모했다는 정황이 담긴 경찰 공문이 공개됐다.

문학진 민주당 국회의원(행정안전위원회)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KEC 구미공장 사태 관련 사측과의 송수신 공문 현황’에 따르면, KEC 사쪽은 10월 28일에 구미경찰서에 세 번째 공장 점거 노조원 해산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29일까지 오후 5시까지 구미경찰서의 회신을 요구했다.


구미 경찰서는 10월 30일 KEC 사쪽에 “경찰력 투입시 위험물의 폭파, 분신, 쇠파이프 공격 등으로 많은 인명피해와 극단적인 변수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우선적으로 장애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최선의 대책을 마련 한 후에 강제퇴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회신공문을 보냈다.

또 공문에 “경찰에서도 위와 같은 장애요소 제거 후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여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미 경찰이 강제진압에 나설 경우 분신 등의 인명피해와 극단적 변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한 것이다. 그런데도 무리한 진압이 이뤄진 것은 장애요인 제거를 위한 회사와 경찰의 공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금속노조 김준일 구미지부장 분신이 사태가 벌어진 날은 30일 저녁이다. 당시 사쪽은 면담시간을 오후 3시로 요청했다가 저녁 7시로 연기하자고 통보해왔다. 김 지부장은 사수조 5명과 함께 점거중인 1공장 2층에서 김신일 사쪽 교섭대표와 노사 면담을 했다. 밤 9시 50분까지 면담이 이어졌지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수차례 정회가 이어졌고, 노사협상이 결렬되자 김 지부장이 ‘사수조’와 함께 화장실에 가자마자 화장실에 잠복해있던 수십명의 사복경찰이 이들을 덮쳤다.

회사는 29일까지 회신 요구->30일 면담, 경찰은 30일 장애요인 제거후 해결 회신-> 급습

공문과 정황이 일치하는 지점은 29일 오후 7시께 KEC 이 모 노무팀장이 농성장에 찾아와 김준일 지부장 면담을 요구했다는데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이 모 팀장에게 김 지부장은 교섭대표를 만나겠다고 했고 30일 오후 3시로 약속이 잡혔다. 그러나 사쪽은 30일 오후 3시 면담을 오후 7시로 옮겼다. 배태선 구미지부 사무국장은 “면담시간이 연기되자 ‘이건 뭔가’ 있다는 판단을 당시에 했었다”며 “이번 공문 공개로 공모 정황이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 회신 공문대로라면 노사 면담은 장애요인 제거 수단으로 활용 됐을 수도 있다. 경찰이 공문에서 장애요인이 제거되면 물리적인 방법으로 검거에 나선다는 것을 밝혔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사건이 나자마자 당시 정황을 놓고 노조를 검거하기 위해 회사와 경찰이 노사 면담을 이용해 지부장을 면담 테이블에 끌어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사 면담이 결렬 된 사실을 경찰이 미리 알기 어려운데도 이미 공장안 화장실에 잠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학진 의원이 공개한 공문은 이런 의혹을 뒷받침해준다.

이처럼 의혹의 시작은 KEC 사쪽이 경찰에 29일까지 강제퇴거를 요청해 놓고서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면담을 30일 하자고 먼저 나섰다는데 있다.

문학진 의원실은 “이는 KEC 사쪽과 경찰이 밀약해 노조원 강제퇴거를 위한 함정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김준일 구미 지부장은 경찰이 연행을 시도하자 여자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몸에 지니고 있던 시너를 자신의 몸에 끼얹고 연행시도를 중단하지 않으면 불을 붙이겠다고 맞섰다. 그러나 경찰이 화장실 문을 부수고 연행을 시도하자 몸에 불을 붙였다.

KEC 노조는 “김 지부장이 분신하던 그 시각 KEC 공장 일대에는 수천명에 달하는 경찰이 추가 배치됐고, 당시 여경들도 상당수 배치돼 이번 면담이 김 지부장 체포와 1공장 점거농성자 진압작전 차원에서 계획된 것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또 문학진 의원이 경찰청으로 제출받은 ‘KEC 구미공장 사태 관련 작전계획서, 무선 녹취록 및 경력동원 현황’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별도의 진입 작전 계획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검거작전에 나섰다. 경찰은 무전 연락 또한 녹음이 되지 않는 VHF 형식의 무전기를 사용해 관련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이는 경찰에서 진입작전에 따른 인명피해와 극단적 변수가 발생할 것이란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무리한 진입작전에 나선 것을 시인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제퇴거가 위험요소 제거 이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찰이 회신한 공문대로 위험요소를 제거한 후 강제퇴거 작전에 나섰는지 의문”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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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니스

    경찰이 사측에 보낸 공문에서 밝힌 입장은 무엇일까? 다수가 집결된 농성장에 경찰력을 투입하여 해산 또는 검거 작전을 하는 것은 분신 등 여러가지 위험성이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농성장을 벗어난 집행부를 검거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한 것이다. 경찰력을 동원한 다수 연행은 많은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1명 검거는 변수없이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록 분신사태가 발생했지만, 맥락이 다른 공문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공문 하나로 경찰이 정당한 법집행 과정에서 누구라도 분신했다고 하여 그 책임을 모두 경찰에 물어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