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편지 받아줘”...경호안전법 발동, 기자회견봉쇄

발레오공조 노조 기자회견문, 현수막, 차키까지 빼앗아

G20정상회의 기간, 경호안전특별법을 등에 업은 경찰의 철통경비는 대단했다.

12일 오전, 금속노조 발레오공조코리아 조합원들은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서 경찰의 대대적인 검문과 진압을 당해야 했다.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숙소인 강남 리츠칼튼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경찰은 경호안전특별법에 입각해 이들을 제압한 것.

  [사진:김용욱 기자]

경찰은 이미 조합원들의 차량을 교보타워 사거리 앞에서 가로막았다. 차에서 내리는 조합원들을 잡으려는 경찰들과, 잡히지 않으려는 조합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기자들에게 배포하려던 기자회견은 경찰들에게 빼앗겼으며, 기자회견 현수막은 제대로 펴지도 못한 채 압수 당했다. 심지어 경찰은 조합원들의 차량 열쇠까지 압수하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경찰의 갑작스런 진압에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편지를 전하려 왔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왔다”며 소리쳤지만, 경찰은 이들의 사지를 들고 골목으로 밀어 넣는 등 강경한 진압 방침을 고수했다.

“편지 전하러 왔는데, 왜 법적 근거 없이 제지하나”

경호안전특별법에 따르면, 경찰은 경호안전구역에서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의 탐지 등을 실시할 수 있다. 때문에 강남역과 삼성동 일대를 비롯한 경호안전구역에서의 경찰의 검문검색은 불특정다수를 향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경호안전특별법에 따르면, 경호안전구역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집회 및 시위는 원천 봉쇄되고 있다. 하지만 기자회견의 경우, 경호안전특별법에 대해 특별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발레오 지회에 대한 경찰의 진압에 대해 소속 조합원들은 “경찰은 기자회견을 막을 권리가 없다”면서 “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제지하나”라며 항의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에서는 “기자회견을 빌미로 불법 시위를 했기 때문에 경호안전특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자회견을 하려면 경호안전구역 밖에서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호 민주노총 충남본부 부장은 “경찰은 행위도 일어나기 전에 불법 시위라고 간주했으며, 이는 엄연히 자의적 판단에 의한 진압”이라며 “경찰이 우리를 잡으려 해서 피한 것이며, 기자회견문을 뺏으니까 이를 던진 것이지 시위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도로 중간에서 경찰이 차를 막아서고, 기자회견문과 차키 등을 빼앗는 등 국민 기본권에 대한 탄압이 도를 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G20기간, 시민을 상대로 한 경찰의 검문검색이 도를 넘고 있다. 코엑스 인근에서는 단체이름 및 메시지가 담긴 옷을 입은 사람은 검문대상이라며 ‘unicef’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시민을 불심검문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미키마우스 티셔츠역시 검문검색의 대상이 됐으며, ‘대학생으로 보이면 일단 세우라’는 지시역시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르코지, 우리의 편지를 받아줘”

지난 2009년, 프랑스 발레오 자본에 의해 수 십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은 현재 프랑스대사관 앞에서 17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일명 ‘발레오 먹튀 사태’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발레오 자본이 자동차 에어컴프레셔를 생산하는 공장을 인수한 후 5년동안 수익 일부를 자국에게 송금한 뒤 일방적으로 공장을 폐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발레오 자본은 천안공장의 청산 후 제품영업권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제 3국의 제품을 들여와 완성차회사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신종위장폐업’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낳기도 했다.


때문에 발레오 지회는 발레오 자본을 향한 프랑스 원정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10월 27일부터 프랑스대사관 앞 노숙농성을 진행하며 프랑스 정부가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리츠칼튼 앞 기자회견 역시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발레오 사태를 프랑스 정부가 나서서 직접 해결하라’는 요구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이택호 지회장은 발레오 노동자들을 대신해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편지를 전달할 예정이었다.

이 편지에는 “왜 이 공장을 그토록 일방적으로 청산해야 했는지 발레오 본사 프랑스 경영진들로부터 듣고 싶지만, 경영진은 노조의 대회요청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면서 “프랑스 정부와 대통령께서 적극 나서 주셔서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결국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전달되어야 할 편지는 한국 경찰들에 가로막혀 좌절됐다. 이택호 지회장은 “우리 가족 생존권에 대해 나라가 지켜주지 않으니 내가 직접 나서려는데 우리나라 경찰이 왜 막아서나”면서 “도대체 어느나라 경찰이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경호안전구역에서의 “발레오 사태, 프랑스 정부가 해결하라”는 그의 외침은 결국 한국 경찰의 철통같은 벽에 가로막혀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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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 G20 , 발레오 , 경호안전특별법 , 경호안전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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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소리

    발레오 노동자 여러분~정말 ... 힘들고 어렵지만..그래도 마음이라도, 몸이라도 건강하길 빕니다. 히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