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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이 전면 중단 된 현대차 울산 1공장 |
지난 15일부터 벌어진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1공장 점거농성이 7일째를 맞았다. 현대자동차 1공장은 베르나와 신형 엑센트를 만드는 공장으로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현대자동차는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를 자신들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농성중인 비정규직 모두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사내하청업체) 직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들이 사용주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 비정규직과 교섭을 벌일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비정규직들은 ‘우리 회장님이야말로 정몽구 회장님’이라고 주장한다. 더 이상 협력업체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투쟁에서 출입증을 사원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7월 22일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 최병승 씨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소송에서 불법파견이라고 최종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즉 현대자동차가 실질적인 사용주라는 판결이다. 이 판결은 이번 농성에 참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실제 판결이 나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지회) 조합원은 1600여명 가량이 늘었다.
불법파견, 수년 동안 합법 도급으로 위장
파견업이란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과 일을 시키는 기업이 다른 경우로 근로자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애초 노동자를 물건처럼 사고파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허용이 안 됐지만 98년 파견법으로 일부 업종에만 노동자를 공급하는 파견업이 허용됐다. 따라서 현대자동차 같은 제조업에 인력을 파견하는 것은 불법이다. 현행 파견법은 32개 업종만 파견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파견 가능 업종이 아니더라도 업무 계약을 통해 사실상 파견처럼 인력계약을 하는 방식이 도급계약 방식이다. 도급은 A(원청)기업에 필요한 일의 일부를 B(하청)기업에 도급계약을 통해 맡기면 B기업은 계약상 맡은 일을 완성해 A기업에 전해 주면 된다. 문제는 B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일터가 A기업 안에 있을 때 협력업체라는 이름으로 도급과 파견의 경계가 애매해진다. 이런 경우 대부분 원청 기업 관리자가 하청기업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노무관리를 한다. 명백한 불법파견인데도 도급계약으로 위장했기 때문에 위장도급이라고 부른다.
결국 대법원은 이런 방식의 근로자 인력 관리를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렇게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업체와 도급계약을 통해 인력 파견을 한 이유는 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사내 하청 업체 비정규직 직원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에 그치고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해 노동유연성 확보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신분상의 차별은 양극화까지 불러와 이젠 사회문제가 될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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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농성 7일째를 맞은 현대차 울산 1공장 농성장 |
비정규직들 대법 판결문 휴지조각 될 위기감 느껴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을 위장도급 불법파견으로 본 근거는 △현대자동차 조립 생산 방식은 대부분 컨베이어벨트 방식으로 최 조합원이 컨베이어벨트 공정에 종사 △컨베이어벨트 좌우에 정규직 근로자와 혼재 배치 △현대자동차 소유의 생산관련 시설 및 부품, 소모품 등 사용-현대자동차가 미리 작성 작업지시서 교부 △사내협력업체 현장관리인의 지휘명령권이 있어도 현대자동차의 결정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 △현대자동차가 직접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근태상황, 인원현황 파악 관리 등을 들었다. 대법은 이런 사실에 비추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차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파견되어 현대차로부터 직접 노무 지휘를 받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 판결로 현대자동차 불법이 바로 시정되지는 않았다. 현대차 사쪽은 파기환송 된 고법판결이 끝나지 않았다며 오히려 판결이후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하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실제 20일 분신한 황인화 4공장 조합원은 대법 판결이후 불법 파견 증거 사진을 찍다 관리자로부터 협박을 받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폭발적으로 노조에 가입하자 사내하청 업체들이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와 폭력이 난무했다. 9월 29일엔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한 사내하청업체 관리자가 비정규직 노조 대의원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때리고 식칼을 휘두르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 업체는 노동조합의 대법원 판결 설명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업체 휴게실 출입을 막았고, 아침 조회 시간에 소장이 노조가입을 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울산공장에서는 하청업체 소장이 조합원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을 노조에서 탈퇴시키라고 협박하고, 근무시간중 사무실로 불러내 노조를 탈퇴하라고 협박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심지어 하청업체에 입사할 때 추천인이었던 원청회사 관리자가 탈퇴를 강요하는 일도 벌어졌다.
아산공장의 한 업체는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불러내 “노동조합 가입하면 회사에 보고해서 징계하겠다”,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해고시키겠다”고 협박했다.
그리고 사쪽은 지난 11월 15일 협력업체중 비정규직 노조가 비교적 강성인 동성기업을 폐업시켰다. 동성기업 폐업은 단지 사내하청업체 폐업으로 기존 근로자들의 해고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쓰게 해 정규직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어 일으켰다. 또 강성 비정규직 노조원들을 고용불안 상태로 만들어 노조 무력화를 시도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사쪽의 이런 수가 오히려 비정규직 투쟁에 기름을 부었다.
현대차에 대법파결 이행을 위한 직접교섭 요구한 상태
지난 11월 4일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1940명은 (주)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집단 근로자지위확인, 임금차액청구 소송 등에 돌입했다. 금속노조는 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불법파견 노동자 집단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가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도 비정규 노조와의 교섭에 응하지 않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대화도 거부해 사상 최대의 집단소송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동시에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자동차에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준비에 들어갔다. 비정규직들은 직감적으로 그냥 법만 믿고 있으면 대법 판결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 소송이 대법까지 가려면 또 하 세월이 된다. 이미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난 상황에서 회사는 각개격파로 노조 탈퇴 압력과 동성기업 폐쇄를 통해 하청 근로자지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현대차 사내하청 3개 지회는 지난 9월 29일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며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 정규직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과정에서 부당해고 된 조합원 정규직으로 원직복직 △사내하청 노동자 입사일 기준으로 정규직과 차별해 미지급된 임금의 지급 △현재까지 진행중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 중단 등을 걸고 교섭요청 공문과 임단협 요구안을 전달했다. 즉 직접 교섭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파업과 점거농성 7일째인 아직도 교섭은 열리지 않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차 직접 교섭으로 요구안에 관철되지 않는다면 농성을 이어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울산=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