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임금, 미안해서 묻지 못한다

[인터뷰] 현대차, 라인에 남은 정규직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현대자동차 울산 1공장 의장1부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남아 작업을 하고 있다. 늦은 시간, 그 중 몇 명의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앉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라인에서 함께 일하던 비정규직 동료 1명(A씨)이 지금 비정규지회 점거농성에 참여하면서 그들의 표정은 걱정스런 맘과 미안함,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자괴감이 복잡하게 얽힌 채 굳어있었다.


“예전의 A는 집회나 투쟁에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비정규지회에서 집단소송을 준비하면서 각 하청업체들의 근로계약 관계와 4대보험 등을 확인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 업체가 사업자등록을 ‘수궁 해물탕’으로 해놓은 것이 드러났었죠. 그러니까 한마디로 자신도 모르게 ‘수궁 해물탕’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그동안 현대자동차에서 일한 것이 아닌 게 되는 거죠. 그 사건이 알려지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A도 처음에는 비정규지회 가입문제로 고민이 많았어요. 많이 망설였겠죠.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고 점점 더 가입자 수가 많아지니까 용기를 낸 것 같더라구요. 자기도 7~8년 정도를 비정규직으로 있으면서 겪은 일들이 가슴에 쌓여있었겠죠. 그렇게 노조 가입을 결정하고 나서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결국 지금은 저 위에까지 올라가게 된 거죠. 오늘은 출근해서 전화통화를 하는데 비상한 각오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측이 계속 강하게 탄압하면 자신도 강경하게 맞서겠다고 해요.”

22일 강호돈 현대차 부사장이 가정통신문을 통해 “현대차 사내하청 업체 근로자 4∼5년차 평균연봉은 4천만원 수준”이며 이는 “전국 근로자 임금평균의 1.4배나 되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곧바로 “12시간 주.야 맞교대, 특근 안 빠지고 일해야 8년차 연봉 3천만원”이라며 사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서로의 주장이 판이하게 달랐지만,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은 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임금이나 노동조건이 열악한 것은 이미 한국사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다면 같은 라인의 정규직 노동자는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동료 임금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대답이 예상 밖이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함께 공장에서 얼굴 보면서 ‘형 동생’하는 사이지만 임금 문제는 사실 물어보기가 미안해서 말을 못 꺼내요. 뻔히 우리가(정규직) 훨씬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을 아는데, 어떻게 임금을 물어보겠어요. 그냥 짐작만 할뿐이에요.”

“그리고 작업을 하다보면 보통 한 달에 한 건 정도 불량이 나기도 하는데, 정규직과 달리 비정규직 동료들에겐 업체 소장이나 반장까지 내려와서 질타를 해요. 우리가 기계처럼 하루 10시간을 꼬박 일하고 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데 불량이 100% 없을 수는 없지 않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관련해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현대차 정규직과 정규직 노조 역시 그 따가운 눈초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공장에서 일하는 정규직들은 이번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과 점거투쟁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정규직들 사이에서 비정규투쟁을 욕하는 사람은 없어요. 무관심하게 애써 모르는 척하는 사람 반, 걱정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사람들 반이라고 보면 되요. 하루에 많은 시간을 같이 라인에서 얼굴보고 일했는데, 지금 저렇게 고립돼서 고생하고 있으니 남아있는 정규직 동료들은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 걱정을 많이 하죠. 지난 수요일만 해도 남아있는 정규직 동료들끼리 1만원씩 모아서 음식과 필요한 것들을 사서 올려 보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못하고 있어요.”

“지금은 전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남아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동료들을 생각해서 간식을 먹지 않고 놔두면 대의원들이 모으는데, 지금은 사측 관리자들에게 막혀서 그마저도 올리지 못하고 대의원실에 계속 쌓이고 있어요.”

  정규직 노동자들이 먹지 않고 모은 간식인 빵과 음료수, 라면이 비정규직 동료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대의원실에 쌓여가고 있다.

사측의 태도가 강경하게 유지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표정도 점점 변해 있었다. 단순한 걱정이나 미안함을 넘어 자괴감 마저 그들의 마음을 괴롭히는 듯 했다.

“안타까운 마음이죠.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잘 해결 됐으면 좋겠어요. 계속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찬 바닥에 생활하면 몸이 축날까 걱정이에요. 몸 아프면 결국 지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사측 관리자들에게 막혀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너무 답답해요.”

“함께 싸우지 않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대한 비판에 대해선 사실 할 말이 없죠, 뭐. 아무래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투쟁에서 발을 빼면 욕을 많이 먹겠다’는 생각도 들죠. 자기들 문제에는 열심히 하면서 비정규직 동료들의 문제를 모르는 척 하면 그렇지 않겠어요. 사실 정규직이 파업할 때와 비정규직이 파업할 때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요즘은 비정규직의 투쟁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정규직 노조 대의원들이 24시간 공장에 상주하면서 대오를 형성하고 비정규지회 투쟁을 엄호하고 있는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돼요.”

  자정을 넘긴 시간, 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비정규직 동료들에게 보낼 옷가지와 먹거리를 대의원들에게 맡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30일, 경상북도 구미에 있는 반도체 업체인 KEC에서 한 노동자가 분신했다. 그 뒤 벌어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공장 점거농성이기에 시작부터 긴장감이 팽팽했다. 그러나 우려가 현실이 되어 다가 왔다. 지난 20일,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황인하(34세, 4공장 드림산업 소속) 조합원이 분신을 시도한 것이다. 이 두 노동자의 분신 시도는 닮은꼴이었다. 구미 KEC 파업 당시 경찰이 공장에 진입하기 전 노조원 분신 가능성을 미리 예상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돼 논란이 되었던 것처럼 현대차 사측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저희도 ‘분신하는 사람이 생기지나 않을까’하는 우려를 했었어요. 그런데 사측도 그런 위험 가능성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분신 시도가 있던 전날, 반장이 라인에 있던 솔벤트나 신나와 같은 위험물질을 다 수거해 가더라구요. 사측이 그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경하게 나온 거라고 봐야죠.”

22일 열린 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석한 현대차 비정규지회 노동자들은 금속노조의 총파업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함께 하기 위한 금속노조 총파업 결의안이 현장발의 돼 장시간 토론됐다.

  22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장을 찾은 현대차 비정규지회 노동자들은 금속노조의 총파업을 호소했다.

“함께 하는 것이 맞죠. 지금 400여 명 정도가 올라가 있는데, 그 비정규직 동료들의 힘이 강하다고 할 수 없잖아요? 지금처럼 정규직 대의원들이 몸싸움해가면서 버티지 않으면 뚫리는 건 시간문제라고 봐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 현대차지부가 자기 실속만 챙기지 않았으면 좋겠죠.”

금속노조는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1공장 농성장에 대한 구사대 및 공권력 진압 시 즉각 전면 총파업 돌입, 현대차 회사가 11월 30일까지 불법파견 교섭에 나오지 않을 경우 금속노조는 12월 초 1차 총파업 투쟁을 전개한다’ 등을 결정했다. 이 소식을 접한 그들은 짧지만 많은 의미를 담은 말로 소감을 밝혔다.

“제발 그 결정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현대자동차가 정규직을 뽑은 지가 오래됐어요. 지난 2002년이나 2003년까지는 신입으로 정규직을 뽑으면서 그 중 40%는 현재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했었어요. 저도 그렇게 해서 정규직이 됐구요. 그런데 이제는 그마저도 없어요. 그렇게 정규직은 뽑지 않는데, 정년퇴직 같은 자연감소인원은 꾸준히 있으니까 사실 점점 정규직 수가 줄어들고 있는 거죠. 그러면 아무래도 노동조합의 힘도 그에 비례해서 약해질 거잖아요. A가 부디 몸조심하고 끝까지 견디고 투쟁해서 비정규직으로 있는 동료들이 정규직으로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힘내라는 말밖엔 할 말이 없어요.”

‘무겁다’라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았다. 함께 먹고 함께 일하던 동료가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자지도 못한 채 버티고 있는 상황을 마음으로 함께 견디고 있는 그들의 표정과 조심스런 말들이 ‘무겁다’. (울산=미디어충청,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사측 관리자들의 벽을 사이에 두고 나눈 이야기.
덧붙이는 말

미디어충청, 참세상, 울산노동뉴스는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보도를 위한 합동취재팀을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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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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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구야 보고있냐

    멍구야~

    니는 밥먹었제?

    목구녕 으로 잘 넘어 가뎌냐...

    멍구야!

    이제 정신좀 차리고 노동자들앞에 고개숙이고 니죄를 사죄하여라

    지옥가지않으려면 사죄하라

    돈은 얼마든지 있다고 계속 끌고 가라고 했다면서?

    인력 업체 계속 투입시키라고 했다믄서...

    돈은 돈처럼써라

    드럽게 쓰지말고 멍구야...

    똥누고 휴지말고 돈으로 닦제?

    멍구야! 똥꾸찢어진다

    멍구야!

    요양원으로 이제 가라

  • 가여운 노동자들

    국민 여러분...

    우리 같이 동참합시다

    우리의 가족이고 형제 입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 ...

    저는 주부입니다

    어제 농성장에서 저도 촛불을 켰습니다

    가슴이 찡하더군요

    여러분들도 같이 동참해서 이들에게 힘을 줍시다

    가서 보니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우리의 미래입니다

    미래의 우리 자식들이 이런 고통을 겪게 하지 않으려면 인간답게 살수있는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분...

    같이 동참해서 촛불을 켭시다

    우리의 힘이 필요할때 입니다

    돈이면 뭐든 해결할수 있다는 정회장에게 국민들의 힘을 보여줍시다

    정회장도 부모잘만나 호의호식하고 살았으면 이젠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주부들을 보면서 남의일이 아니였어요

    눈물이 났습니다

    신랑은 먹지도 못하고 아이들은 아빠만 찾으며 울부짖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같이 동참하여 힘을 줍시다

    정회장이 국민들과 조합원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죄하게 만듭시다
    그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