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쓰는 이유, 한국기업의 전근대적 문화 때문”

‘대기업의 사내하청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긴급토론회’ 열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26일 최근 대법원과 고등법원이 현대자동차와 관련해 잇따라 내린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인정’ 판결의 의미를 짚고 불법적 사내하청 고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대기업의 사내하청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긴급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7월 대법원이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해 내린 판결이 “원청회사와 전속적인 사내하청 사이의 법률관계가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임을 인정한 최초의 사례”이며 근래 고등법원의 판결은 “사실상 실제 자동차 공정 전반에 대해 범위 직접생산공정업무를 확대시켜, 결국 법원에서 컨베이어벨트 작업에서 도급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는 근본적인 부분을 지적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두 판결은 “사내하청업체들이 현대차에만 전속되어 있고 인사권과 근로조건에 관해서도 실질적으로 현대차가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등 사업경영상 독립성이 없다는 정황이 충분함에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2년 미만 불법파견 근로자에 대해서는 법적 보호를 외면했다”며 그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작년 현대차가 2조 넘는 순이익을 남겼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차별에 따른 임금착취를 통해 올린 것”이라며 “다른 데 전가해서 얻은 막대한 이익이 실제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대기업들의 이런 부도덕성과 불법파견을 같이 볼 때만 현대차의 불법파견 문제의 실체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는 “현대차 정몽구는 2004년 동안 파견법을 6년째 위반하고 있는 현행범”으로 “정몽구 회장에 대해 경찰이 지금 당장 직접수사에 나서면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영섭 전국금속노조 법률원장도 현대차 판례에서 인정되지 않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현대차 판례에서 “묵시적 근로관계의 적용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현대미포조선 등 유사한 판례를 들어 소사장, 모자회사 관계가 아닌 경우에도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되는 등 그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그 기준이 유동적이다”고 지적했다.

조승현 한국방통대 법대 교수는 이 문제를 “노동법 회피현상으로 파악해야 해결할 수 있다”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법체계론적으로 봤을 때 다양한 변형 근로가 일어나는 것은 사용자가 노동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므로 “실질적 사실관계를 통해 사용지시 관계를 파악하고, 사용자에게 회피의도가 확인되면 근로관계를 인정하게끔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회피금지규정을 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사내하도급 활용이 고용 증가도, 질도 떨어뜨린다”며 사내하청을 활용하지 않으면 고용 성과가 나빠질 거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그럼에도 국내에서 사내하청을 쓰는 이유는 정규직의 높은 임금과 고용경직성 때문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고용에 대한 전근대적 문화와, 규제 회피, 노동자의 용이한 관리, 그리고 질 높은 노동력을 싼 값에 쓰려는 동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은 박사는 10여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사내하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몇몇 대기업과 공공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개혁할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공공부분에서 기간제나 비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규정들을 다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비율과 외주화 비율을 보고하게 하고 일정비율 이상을 개선하지 않으면 공공부분에 물품을 조달하지 못하게 하는 등 단계적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300인 미만 기업들의 사내하청을 가보면 현대차 사내하청이라도 되고 싶다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기가 막힌 현실이지만 업계의 모델이 되는 기업에서 하청 유형이 전파되는 만큼 모델 업체가 좋은 기업이 되는 것은 중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현대차 비정규노동자들의 정규직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호 전국금속노조 정책연구원도 이번이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문제와 재벌 대기업들의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확인하고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며 “조직적 파업, 점거농성 등 최대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전 세계로부터 온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현대차 그룹의 약한 고리인 소비자가격 문제를 이슈화해 현대차가 얼마나 무책임한 글로벌기업 행위 해왔나 보여줄 것”이라고 밝히고 이어 “이 같은 파국적 상황 대신 현대차지부와 사내하청 3지회가 공동 요구하는 특별교섭요구안을 최고경영진이 받아들이는 길이 빠른 시일 안에 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김동욱 고용노동부 고용평등정책과 서기관은 “최근 사내하도급 실태점검결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조그만 기업만 잡고 나머지는 면죄부 주지 않았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으나 “사내하청 활용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변론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4년도부터 2006년까지 3년에 걸쳐 원하청 1930개소 특별점검을 했을 때도 하청 근로자 숫자가 많은 조선업종의 경우 파견법위반으로 적발된 건수가 한 건이었다”고 부연했다.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판례와 관련해서도 “이 판례 기조가 노동부에서 지침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준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내하도급, 파견 관련 내용들도 “장래에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을 해야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공론화 과정을 많이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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