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킨 책임을 묻자”

[기고] 반전평화운동은 민주적 권리 쟁취투쟁

두 대의 자동차

두 대의 자동차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잘 알 수 없지만, 두 대의 자동차는 벼랑 끝을 향해 나란히 달리고 있다. 점점 속도가 붙는다. 눈 깜짝할 사이 벼랑 끝에 가까워진다. 선택은 두 가지 뿐이다. 지금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거나, 아니면 둘 다 벼랑 아래로 떨어지거나. 공멸로 가는 자동차 게임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남북한의 치킨게임

제임스 딘이 출연한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도 나와 유명한 이 장면은 ‘치킨게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벼랑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차를 세운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불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국제정치학의 게임이론이다. 어느 한 쪽도 액셀에서 발을 떼지 않는다면 둘 다 겁쟁이가 되는 것은 면할 수 있지만 모두 벼랑 아래로 떨어져 결국엔 승자가 없는, 공멸의 게임이다.

연평도 사태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교전수칙을 바꿔 몇 배로 타격하겠다며 어깃장을 놓고, 미국 핵항공모함까지 들여와 군사훈련을 하겠다고 한다. 보수인사와 언론들은 연일 군사적 보복을 선동한다. 민간인 거주지까지 포격한 북한이나 이에 대응하는 남한이나, 누구 하나 브레이크를 밟을 생각 없는 치킨게임을 보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이 게임에 남북한 민중 전체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데에 있다.

북한이라는 ‘절대반지’

연평도 사태 직후 조선일보는 “국민 역시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자세로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 내부를 교란시키려는 분열적 책동을 경계하고 그에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말하는 ‘분열적 책동’이 무엇인지는 뻔하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파업을 비롯한 불법파견 철폐, 한미FTA 반대, 4대강 반대 등 정권과 자본의 폐부를 찌르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그것이다.

남한 지배세력은 북한이라는 존재를 늘상 민중의 민주적 요구를 짓밟는 ‘절대반지’로 활용한다. 그리고 남북한 대립이 격화되어 위기가 고조될수록 지배세력은 손쉽게 민중들의 민주적 권리를 억압할 수 있게 된다.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킨 책임자들이 오히려 그것을 빌미로 민중을 탄압하는 것이다.

반전평화는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할 것은 하나다. ‘남북한 대립 → 위기고조 → 이를 빌미로 하는 탄압’이라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저들이 더 이상 민중들의 생존을 볼모로 위험천만한 게임을 벌일 수 없도록 강제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킨 저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반전평화운동은 우리의 평화적 생존과 함께 민주적 권리를 쟁취하는 밑거름이 된다. 민중의 제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이 반전평화운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사력 경쟁의 비극적 결과

남북한의 군사력 경쟁은 상호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적대 정책과 호전적인 전쟁연습은 결코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의 군사력 경쟁에서 알 수 있듯, 한쪽의 군사력 강화는 상대방이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근거가 되어 극단적인 경쟁으로 치닫는 경향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경쟁의 사슬이 점점 더 비극적인 결과를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오늘 우리는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군 당국이 주장하는 ‘통상적’, ‘방어적’ 훈련조차 연평도사태와 같은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동북아시아 위기를 부추기는 한미연합훈련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서해상에서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실시된다. 이번 훈련에는 미국의 핵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위시로 한 항모전단이 참가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입증되었듯, 미국 항모전단은 웬만한 나라를 뒤엎을 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군 당국은 이번 훈련이 연평도 사태 이전에 계획된 것이라면서 관련설을 부인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한미연합훈련 소식이 발표되면서 방한을 취소한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의 도발이 없었다면 연합훈련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겨레 11월 27일자) 항모전단은 위기 상황 시 가장 먼저 파견되는 전방배치전력의 핵심으로, 항모전단의 파견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무력시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작전반경이 1,000km에 달해 북한 전역은 물론 중국 일부 지역까지 노출되기 때문에 북한은 물론 중국도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에 들어오는 것에 매우 강하게 반발해왔다. 서해상에서 실시되는 한미합동 군사훈련은 남북한 긴장 고조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크게 위협한다.

군사적 긴장 완화, 군축의 요구가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방위력개선비로 10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 붓겠다고 한다. ‘방위력개선비’ 중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핵심전력’ 확충비용은 올해 예산에서 14% 가량 늘어난 5조 9426억 원이 책정되었다. 사상 처음으로 30조를 넘어 반대 여론에 직면했던 국방예산 증액 논의가 연평도 사태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군사력 경쟁과 충돌의 반복이라는 악순환은 또다시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짓밟는 철퇴가 될 것이다. 따라서 남한에서부터 군사력 경쟁과 충돌 요인을 제거하는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군사훈련 중단! 적대정책 강화하는 군사력 증강 반대! 이러한 요구가 우리 민중의 민주적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노동자 민중의 단결로 반전평화의 목소리를 드높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