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 축의금 250만원 건네

"고통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꼭 이기세요"

28일 저녁 7시,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몽구산성' 앞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농성 천막에 금속노조 김형우 부위원장과 000씨가 찾아왔다.

지난 14일 결혼한 신랑 000씨는 "결혼 축의금을 받고 남은 돈을 의미 있는 일에 쓰려고 가져왔다"며 농성 천막에 있던 현대차 비정규직 2공장 해고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250만원을 건넸다.

후원금과 함께 000씨가 건넨 편지에는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넉넉하게 마칠 수 있었다"며 "늘 현장에서 함께할 수는 없겠지만 고통을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적은 액수의 돈을 준비했다"고 적혀 있었다.

편지에서 신혼부부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번 싸움에서, 그리고 각각 자신의 삶에서 승리하시기를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된 뒤 비정규직지회와 가족대책위원회에는 지금까지 모두 5000여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라면, 생수, 음료수, 침낭, 속옷, 양말 등 물품들도 매일같이 전달됐다.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은 제2병원 용역 반대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열흘째 파업을 벌이던 중 파업 현장에서 79만원을 모아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 전달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몇몇 사업부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조합원 1인당 1만원씩 모금하고 있는데 호응이 매우 높다고 알려졌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불법파견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민주노총 울산노동법률원도 현대차비정규직지회에 후원금을 보냈다.

노동조합에 아직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투쟁기금을 모아 지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전국에 있는 많은 분들의 후원으로 14일째 거점파업과 천막농성을 꿋꿋하게 이어가고 있다"면서 "정규직이 되기 전에는 농성장을 내려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울산=미디어충청,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동지들께

(신혼부부가 후원금과 함께 보내온 편지)

안녕하세요. 저희는 지난 11월14일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입니다. 서울서부비정규센터의 회원들이기도 합니다.

저희의 혼인날은 전태일 열사 40주기를 맞이한 다음날이었습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기억하고 보듬어야 할 것이 많아서 저희는 신랑과 신부로서 더불어 사는 행복과 즐거움보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홀로 겪어내야 하는 고통과 슬픔을 더 많이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부족한 저희의 뜻을 살펴주신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넉넉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어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나며 정신없는 통에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식이 저희의 마음 한쪽을 무겁게 했습니다. 늘 현장에서 함께할 수는 없겠으나 고통을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적은 액수의 돈을 준비했습니다.

이 돈은 저희의 것이 아니라 저희가 바른 사람으로 서서 좋은 가정을 이루고 이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길 진심으로 바라신 가족, 친척, 지인들의 것입니다.

저희 부부는 그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번 싸움에서, 그리고 각자 자신의 삶에서 승리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신랑 0000, 신부 000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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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파업 ,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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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구야봐라

    보고있냐!!

    넌 부끄러운줄 알아라

  • 이상선

    신부 000님과, 신랑 000 님에게

    여러모로 마음이 부끄럽게 하는군요~

    님들의 마음을 서울서부지역비정규센터에서 활동하는 지역 동지들에게 나누면서 좋은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았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