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노동자들의 고군분투

'농성장에서 정규직 되기'

오늘로 현대차 비정규노동자 공장점거 농성이 3주째에 접어들면서, 고립된 농성장에서 정규직이 되기 위한 노동자들의 고군분투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보수적이라는 법원이 모두 다 우리가 옳다고 손들어 줬잖아요. 법원이 나서서 우리를 정규직 시키라는데, 언제 이런 날이 또 있겠습니까. 지금 끝가지 않으면 정규직 못 됩니다. 처음 온 기회이자, 이미 시작해 버렸으니 끝을 봐야만 하는 마지막 기횝니다.”

농성장 노동자들은 그렇게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법이 그렇게 말했다지만 이 세상이 그걸 곧이곧대로 들어줄까. 그들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길이 바로 ‘농성장에서 정규직 되기’다.

가정집이 아닌 자동차 공장 라인 바닥에서 기본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생활이기에 많은 것을 공장 안에서 구하고 활용해야 하는 생활이다. 종이박스, 검은 쓰레기봉투, 접착테이프, 비닐, 철망펜스 등 모든 것을 총 동원한 농성장 생활이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자동차 공장인 농성장에 빨래줄이 있을 리 없으니 많은 인원의 빨래를 널 곳도 많지 않다. 그나마 줄을 구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철망펜스 구멍에 종이를 말아 끼우고 빨래를 널고 있다. 양말의 경우 줄에 너는 것보다 더 빨리 마르는 장점도 있으니 기발한 발상이다.


  뜨거운 물에 찌그러진 플라스틱 잔을 든 손이 애잔하다.


점거농성이 길어지자 농성장 안에서는 종이컵 구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노동자들은 종이컵을 재사용하기 위해 아예 머리맡에 종이컵 걸이를 만들기도 하고, 그나마도 없는 사람들은 빈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잘라 개인 컵을 만들었다. 뜨거운 물로 찌그러진 컵에 커피 한 잔을 나눠 마신 노동자들은 “아~ 맛이 오묘한데”라며 서로 웃음을 자아냈다.

4~5백여 명의 노동자들이 생활하기에는 농성장의 시설부족에서 오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대변기 2개, 소변기 2개로 생리현상을 해결하다보니 화장실 앞은 항상 만원이다. 급하지만 지루한 화장실 줄서기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노동자들은 화장실 벽면에 게시판을 만들어 해결했다. 화장실 벽면 게시판에 매일 게시되는 점거농성 관련 언론보도는 차례를 기다리며 장의 압박을 잠시 잊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더할 수 없이 좋은 읽을거리다.

  급하지만 지루한 화장실 줄서기의 아이러니한 상황.

씻을 수 있는 공간은 화장실 안에 세면대와 샤워시설이 각각 하나씩, 그리고 화장실 밖에 수도시설 1개가 전부다. 그곳에서 세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니 좁은 3평 남짓한 화장실 안 역시 항상 붐비기 마련이다. 하지만 농성장에서 우물을 팔수도 없으니, 복잡한 시간을 피해서 사용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샤워를 ‘도전’으로 표현하는 노동자도 있다. 복잡한 화장실 안을 뚫거나 되도록 덜 붐비는 시간을 골라, 얼음장 같이 찬물을 온몸으로 맞을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시기가 11월 말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사측이 난방기를 꺼버린 농성장은 갈수록 온도가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점거농성이 장기화 될 것을 우려한 사측이 침낭 반입을 막고 있어 노동자들은 추위와 맞서는 다양한 방법을 선보였다.


침낭이나 이불 없이 잠을 청해야 하다 보니 그 대용으로 얇은 비닐과 옆 동료 체온으로 추운 잠자리를 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동료들끼리 “이것도 다 추억이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붙어서 같이 자보겠노? 그것도 씻지도 않고” “‘씻지도 않고?’ 그건 뭔 뜻으로 하는 소린데!”하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하다못해 그 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쓰레기봉투로 사용되는 검은 비닐에 속에 다리를 넣고, 신문지를 이어붙인 종이 이불을 덮기도 한다.

추운데 장사가 있나. 무조건 더 입어야 한다. 찢어진 얇은 작업복 바지를 청테이프로 이어 붙여 한 겹 더 입는다. “야, 니 먼 뻘짓하노?” “테이프 아깝다 임마야.” 단, 동료들의 타박에 굴하지 않아야 한다. “다리가 엄청 춥다아이가.” 한 노동자는 새벽녘 추운 날씨에 발과 종아리가 시리다며, 은박깔판 조각을 청테이프로 붙여 두 발을 한꺼번에 넣을 수 있는 방한화를 만들기도 했다.

  농성장의 맥가이버, 만능 청테이프.

  새벽녁 찬공기에 발과 종아리가 너무 시리다.

  틈틈이 장기알을 만들며, 그렇게 정규직이 되기 위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한편, 좁은 공간 안에서 장기간 생활을 하다 보니 단조로운 농성장 생활에서 소일거리를 찾기도 한다. 농성장 한켠에는 굴러다니는 나무를 주어다가 장기알을 만들고 있는 노동자도 있었다. 그는 “사람은 많은데 장기알은 부족해, 하나 가지고 여럿이 돌아가며 사용하길래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사실 농성장 안에서만 생활하니까 개인시간에 특별히 할 게 없다”며 틈이 날 때마다 36개의 장기알 하나하나를 공들여 만들고 있었다. 말은 무뚝뚝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정규직이 되기 위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오늘로 현대차 비정규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이 3주째에 접어들었다. 28일 현대차 사측은 ‘협상이 아닌 협의’를, ‘사내하청 노조와의 협의를 한다면 하청업체 대표의 공동 참여’를 주장했다. 하지만 반드시 정규직 명찰을 달고 내려가겠다는 비정규노동자들은 여기까지 와서 그 희망을 버릴 수 없다고 했다.

여기 현대차 울산 1공장에 비정규노동자들은 오늘도 화장실에 줄을 서서 자신들에 대한 언론보도를 읽고, 차가운 공기를 견디며 얇은 쓰레기봉투 속에서 잠을 청할 것이다. 그리고 틈틈이 장기알을 만들고 애타는 가족들과 화상통화를 하며 정규직 명찰을 달고 내려갈 날을 꿈 꿀 것이다.

이 기막힌 비정규노동자들의 ‘농성장에서 정규직 되기’는 기약 없이 계속 되고 있다. (울산=미디어충청,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

  사진촬영을 지켜보던 한 노동자가 "이게 숫자만 자꾸 늘어나면 안되는데, 아~ 참 골치 아프네"하며 털털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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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파업 ,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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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구야!!

    넌 참 인간되긴 글렀다

    어째 조카 보다도 못하냐!!

    넌 일인자 되기는 글렀구나..

    생긴대로 노는구나

  • 슬픈현실

    정회장은 정말 질기고 독한것 같네요

    폭력을 쓰더니 단수에 난방도 껐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실망입니다

    절대 현대차 구입하지도 보지도 않겟습니다

    정회장이 싫어여

  • 회장 부/끄럽다

    ..어찌 끝까지 앉아소 돈샐생각만 하시는지...

    빨갱이 사상 가지고 있는 정회장!!

    이젠 타협하시죠

    어짜피
    노동자들이 다 벌어다준 돈 아닙니까...

    이사실은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인정할껀 하셔야지요

    선배답게 판단하시죠

    쌍놈이 되지 마사고..

    뻔뻔도 하시오

    그게 다 노동자들 피땀으로 벌어다준 돈인데..

    그돈으로 용역사서 폭력으로 답에서 되겠소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어른이 되시게나
    돈으로도 살수 없는게 있소이다
    당신은 참 ...
    어렵게살고계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