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현대차 농성 21일,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연 속출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점거농성 중인 현대차 비정규지회는 5일, 농성 21일이 지나면서 조합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며, 현대차 사측이 하루 빨리 교섭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지난 15일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노동자들은 현대차가 하청업체 동성기업의 폐업과 조합원 해고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자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1공장 생산라인을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 관리자-용역들과 대치 중 지금으로 농성장으로 밀려났다.

그렇게 시작된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이 현대차 사측의 교섭 거부로 장기화 되자 농성장을 떠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속출한 것이다.

  안타가운 시간이 21일째 흐르고 있다.

입사 9년차인 ㅎ씨(30)는 농성장에서 아버지의 식물인간 판정 소식을 접했다. 그동안 그는 200만원 남짓한 월급의 절반을 아버지 병원비로, 나머지를 가족 생활비로 사용해 오면서 8천만 원이 넘는 빚을 져왔다. 비정규지회는 “만약 그가 정규직이었다면 단체협약에 따라 연간 2천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ㅎ씨는 “네가 하는 일이 맞다면 그 일을 끝까지 해야 한다”고 이해해준 어머니 덕분에 지금까지 아버지를 뵙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에서 11년째 1톤 포터를 만들고 있는 ㄱ씨(39)는 홀로 계신 76세 노모가 아들 걱정에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자 농성 중에 잠시 나가 돌봐드리고 돌아왔다. 그는 큰 누나의 사업이 망하면서 단 돈 500만원으로 울산에 와 어머니와 외조카를 부양해 왔다. 그는 2005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으로 노조에 가입했다가 투쟁이 성과 없이 끝나자 노조를 그만 뒀었다. 올 대법원 판결 이후 다시 농성에 참여한 그는 “우리가 당장 정규직화가 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를 한다던지 회사가 성의 있는 안을 내서 우리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힘겨운 농성생활을 견디고 있다.

또 대장에 생긴 큰 혹을 떼어내는 수술을 한 아버지를 간병하다가 농성에 참가한 한 ㅊ씨는 “동료들도 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얼마 전 4년 넘게 사귄 애인하고도 헤어졌다. 애인의 집에서 홀아비를 모시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정규직’이라는 네 글자가 노비문서가 돼버린 그는 사람대접 받기 위해 올라왔고, 절대 빈손으로는 내려가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가족들은 농성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이 외에도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 첫 아이를 낳은 지 한 달도 안 돼 종양 제거 수술을 하게 된 아내를 돌보고 다시 농성장으로 돌아오겠다는 노동자, 아들의 돌잔치를 현대차 정문에서 치르게 된 노동자 등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농성장에 넘쳐났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8년차인 한 노동자는 “우리가 이대로 내려가면 2005~6년처럼 사측의 온갖 탄압에 끝장이다. 이제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상황”라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2학년인 아이 둘이 있다. 아내는 처음에는 보고 싶다 그러다가 지금은 빨리 나오라고 그런다. 근데 지금 나가면 우리 식구 밥 굶게…”라며, 차가운 공장 바닥에서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21일이 넘도록 농성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전했다.

한편 비정규지회는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전하면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지난 십수년간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했어야 할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착취해 부를 축적해왔다”며 “법원의 판결대로 비정규노동자들의 절규와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하루 빨리 교섭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울산=미디어충청,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

  "정규직이 되지 못한다면 나는 여기에 뼈를 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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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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