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외부세력’에 대한 노동계의 시각

박유기, 김진숙, 김주철 한 마디...현대차, 현대차지부의 외부세력 차단 이유?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외부세력’에 공격이 이어진다. 09년 쌍용차 77일 점거파업 당시 회사측은 시민사회단체, 정치조직뿐만 아니라 노조 조합원들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까지 외부세력을 몰아갔다. 2010년 현대차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있는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외부세력 개입’ 주장은 노동법의 독소조항으로 비판받아 96년 폐지된 ‘제3자개입금지’로 이어진다.

특히 현대차 회사는 70년대 흑색선전식 문건까지 뿌리며 비정규직 파업이 장기화되는 원인을 ‘외부세력 개입’에서 찾았다. 현대차지부(정규직노조)도 ‘연대 온 노동자’ ‘연대세력’이라고 말하기보다 ‘외부인’ ‘외부세력’이라 표현하며, ‘색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차 회사에서 근무하면 내부인이고, 근무하지 않는 사람은 외부인이라는 논리부터, 파업 장기화의 원인이 외부세력에 의한 추동 때문이라는 ‘추측’은 현대차 회사의 책임을 면피하는 결과를 낳았다. 회사가 오랜 기간 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의 불법파견 문제를 모른 체하거나 부정,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를 탄압해 왔다고 비정규직 노조는 주장한다.

  현대차 회사가 직원들에게 뿌린 홍보물. 이들은 비정규직 파업의 책임을 '외부세력'으로 몰아갔다.

상황이 이러자 일부 언론은 현대차 노사가 외부세력 차단에 한 목소리는 낸다고 보도했다. 회사와 현대차지부가 외부세력 문제로 뜻을 같이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작 이번 파업의 주체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엇보다 연대가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이 가운데 외부세력에 대한 노동계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외부세력’ 운운에 대해 “회사는 당연히 외부세력이라 볼 것이고, 비정규직 조합원은 내부세력이라고 말할 것이다. 현대차지부도 비정규직의 파업 외에는 나머지는 다 외부인으로 보는 것이다. 내가 판단할 문제라기보다, 현대차지부가 정리를 그렇게 하는데, 다른 입장을 뭐 얘기할 게 있겠나. 이 투쟁에 연대하는 건데 그 외에 의미규정 할 게 뭐 있겠냐”고 말했다.

회사가 언론사조차 외부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왜 외부세력인지, 취재하러 들어온 기자들 모두가 외부세력인지, 회사가 자기 상식과 수준을 가지고 얘기한 것이고, 맞다 안맞다 얘기할 필요가 뭐가 있겠냐?”고 했다.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은 회사와 현대차지부로부터 외부세력으로 규정된 바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회사가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철저하게 고립시키는 것이다. 점거농성장 안에 있는 조합원들이 바깥 분위기를 잘 모르고, 점거농성을 처음 하는 것이라 불안한 마음도 있어 힘을 줘야 승리하는데, 사측이 이를 차단하고 고립시키는 것이다”고 회사를 비판했다.

또, “나는 98년 정규직의 정리해고 반대 36일 공장점거 투쟁에도 갔었고, 대의원교육, 조합원교육 등도 수없이 가며 교육을 계속 해왔다. 올해 이경훈 집행부 때 대의원교육도 갔다. 그런 일상적인 활동을 수십 년간 해왔다. 편의에 따라서 어떤 때는 외부세력이고, 어떤 때는 연대세력이고, 그건 현대차지부 입장이지 개의치 않는다. 안 불러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로만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싸우는 게 진정한 연대이기 때문이다. 외부세력 잣대는 좀 그렇다”고 지적했다.

외부세력 운운에 김주철 민주노총울산본부장은 “회사나 현대차지부나 결국 가장 핵심은 정규직 정서인데, 정규직의 반발심리와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 같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는 걸 차단하는 것이다”고 했다.

현대차지부에 대해서는 “‘외부세력’문제는 이경훈 지부장의 개인적인 견해일 수 있다.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는데,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지부장이 과거 과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5자협의(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비정규직 아산, 울산, 전주 3개 지회. 참관 민주노총울산본부) 때 비정규직지회가 내부에서 정리가 안 됐던 게 (외부세력 운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현대차지부는 그런 시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5자협의에서 이상수 지회장(비정규직지회장)이 강한 자신감을 보였으나, 내부 토론 과정에서 정리가 안 되는 게 있었다”고 전했다.

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조차 외부세력으로 몰리는 가운데 ‘연대’에 관한 의견을 묻자 김 본부장은 “이 투쟁과정에서 공조직에 대한 신뢰를 돌아본다. 그런데 공조직 내에서도 소통이 잘 안 되는 게 있다. 투쟁이 진행되면서 금속노조 내 이견도 존재하는 것 같고, 공조직 채널이 잘 작동이 안 됐다. 민주노총지역본부는 더 할 나위 없이, 논의와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과정이 없었다. 의견들이 공조직 차원에서 수렴되고, 결정되는 체계가 부족했다”며 “개별활동가의 연대도 중요하지만 아쉬운 것은, 투쟁과 관련해서 공조직에 요청해 공간을 열어가야 공동책임이 담보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투쟁 초반에 논의구조를 이뤄내지 못한 게 노동자간의 갈등으로 전개되는 것 같다”며 노동계 내부의 문제를 내비치기도 했다. (울산=미디어충청,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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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로 보자면, 결국 김주철은 이경훈과 똑같은 프레임을 가지는 거구만. 그럼 골치 아프지. 어차피 지회에서도 안받을거지만 지역대책위는 나가리이고.금속이나 잘해야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