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가족대책위, “국회의원들이 나서라”

가족대책위 서울상경...국회 돌며 문제해결 당부

농성 중인 울산 현대차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족들이 6일, 무작정 여의도 국회를 찾았다.

울산에서 7시 20분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온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가족대책위(가대위) 8명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울산 상황을 알렸다.

김경자 가대위 부위원장은 “의원들과 약속 된 건 아니지만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일단 올라왔다”며 “의원들을 못 만나면 보좌관이라도 만나서 호소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가족들이 환노위 소속의 한 의원실 보좌관을 만나 선전지를 보여주며 현대차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가족들은 환노위 소속 의원실을 하나하나 돌며 의원 혹은 노동 담당 보좌관을 만났다. 그리고 점거농성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사연과 현재 음식물과 의료진이 드나들지 못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반인권적 공장의 상황을 알렸다. 현장을 꼭 방문해줄 것과 현대차와 교섭할 수 있도록 의원들이 중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경자 부위원장은 “5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난방도 안 되고 수시로 단전.단수되며 음식 반입도 안 되는 공장 안에서 언제 침탈당할지 몰라 불안에 떨면서 지내고 있다”고 전하고 “가족으로서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선전지를 쥐어주기도 했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은 한나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대법원에서 말한 건 판례고, 모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소송을 밟아서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도 “가대위가 주장하고 있는 단전단수 반대, 음식물 반입, 대체인력 투입 중단, 의료진 출입, 현대차의 즉각 교섭 부분은 상임위에서 언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영표 의원은 “오늘 오후에도 현대차 문제와 관련해 권영길, 조승수 의원과 대책회의를 했다”며 “필요하면 내일 오전에 울산으로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가족들은 “지금은 현장 상황은 더 비참하다”며 “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니까 꼭 좀 와서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승수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가족들은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토하듯 꺼내 놓았다.

“농성하는 사람들을 현행범이라고 잡아가면서 가는 동안 두들겨 패기까지 한다.” “맞아서 갈비뼈가 골절되고 금이 간 사람들을 병원에 보내지도 않고 경찰서에 구금해 뒀다.” “정치권에서 기업들을 압박할 수는 없느냐.”

이에 조 의원은 사측 용역들의 폭력문제에 대해 “해당 경찰서에 계속 질책하고 문제제기 해서 재발방지 하겠다”고 약속하고 “그들이 제일 겁내는 여론을 확장하고 쟁점화 시키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무기다. 기회 되는대로 알려내려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수 의원을 만난 가족대책위

가족들의 “도와주시라”는 요청에는 “돕는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 생각한다”며 “이런 문제 싸우자고 당 활동 하는 건데,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해서 답답할 뿐이다. 오늘이 아니라도 언젠가 우리가 이기지 않겠냐. 힘들 내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침 10시부터 자그마치 일곱 시간 동안 바지런히 국회 의원회관을 누비며 긴 이야기를 반복했던 가족들은 지는 해를 바라보며 국회를 나섰다.

“한나라당은 외면하지 않을까 했는데, 다 보좌관만 봤지만 나쁘지 않은 듯하다.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염려스러운데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 가지고 있다고 하고,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웠다.”

환노위 소속 의원을 만난 것은 단 두 명. 나머지는 보좌관을 만났을 뿐이고, 그들로부터 확실한 대안을 듣거나 해결을 약속 받은 것도 아니고, 그저 듣고 전해준다는 말을 듣는 것에 불과했지만 국회를 나서는 가족들은 남편을, 아들을, 처제를 위해 무어라도 했다는 생각 덕분인지 대체로 편안한 표정이었다.

이명자 씨가 말했다.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진심을 담아 얘기했으니 보좌관이 전달은 해주겠지. 최선을 다 해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교섭창구 열어주고, 인권적으로 밥은 넣게 해주고, 폭력 금지시키면 버틸 만은 할 것 같다. 국회의원들이 그것도 못해준다면 썩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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