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본사 앞, 가대위와 함께 한 ‘촛불 문화제’

“우리는 모두 제 2의 가족대책위다”

영하까지 내려간 날씨 덕에 손과 발이 아려오지만, 오늘도 여전히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는 촛불문화제가 한창이다. 겹겹이 옷을 껴입고 촛불 문화제에 참가한 인원만 70여 명. 연신 손을 비벼대지만 누구도 먼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저녁 7시 30분부터 한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그들은 한 곳만을 바라봤다. 바로 거대하게 자리잡은 현대기아차 본사 건물이다.

문화제 장소 옆에는 바람에 펄럭이는 비닐이 두 장 쳐져있다. 상경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잠자리다. 천막조차 치지 못한 잠자리지만, 서초구청은 그것마저 철거하겠다면 지난 일요일 계고장을 보내왔다. 6일 오후 5시까지 철거하라는 경고였다. 행여 비닐 천막을 철거당할까, 조합원들은 비상상태다. 단체 회원들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모여들었다.

상경투쟁중인 우상수 대의원은 “서울바닥은 개판이다. 양재동에 비닐 천막을 치자마자 주 5일 일하는 공무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계고장을 날리고, 자본과 경찰과 구청이 합세해 노동자를 탄압한다”며 “연대단체들과 함께 이 개판 같은 양재동 바닥을 반드시 깨부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문화제의 분위기는 그 어느 집회 못지않게 뜨거웠다. 먼 곳에서부터 찾아온 ‘반가운 손님’을 맞느라 들떠있기도 했다. 6일 오전, 서울 상경투쟁을 벌이겠다며 울산에서부터 올라온 가대위 회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공장 점거 투쟁을 하고 있는 남편, 또는 아들의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무작정 서울행 기차를 탔다. 서울의 차가운 밤바람이 익숙치도 않을텐데, 그 누구보다 열심히 구호를 외치고 촛불을 들어올린다.

“어떻게 하다 보니 서울구경을 다 하게 됐네요. 처음으로 국회의사당도 가보고, KTX도 탔어요. 신랑에게 감사드려요. 이것이 웃을 일은 아니지만, 또 울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잖아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신랑이 조금은 밉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왜 그 사람이 공장에서 밥도 못 먹고 떨고 있어야 하는지 알게 된 후에는 울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에 막상 와 보니 칼바람이 너무 추워서 놀랐어요. 이 추운 날에 농성 투쟁을 하고 계신 해고자 분들과, 연대해 주신 분들 모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여러분을 믿고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김경자 가대위 부대표의 발언은 씩씩했다. “동지를 믿고, 나를 믿고, 비정규직 철폐하자”라는 구호도 그새 능숙해졌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온다. 가대위의 방문은 확실이 농성 투쟁 중인 조합원들에게도 많은 힘이 됐다. 우상수 대의원은 “가대위의 지지방문으로 큰 힘이 됐다”면서 “가대위을 비롯해 연대방문하러 와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꼭 승리해서 정규직이 되면, 여기오신 모든 분들께 크게 한 턱 쏘겠다”며 웃었다.

김종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집회 참가자들을 ‘제 2의 가대위’라고 칭하고 나섰다. 그는 “저는 제 아들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며 “여러분 역시 자녀가 미래에 비정규직의 차별, 억압을 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싸우고 있는 만큼, 우리는 제 2의 가대위다. 우리 모두 제 2의 가족대책위가 되어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자”고 주문했다.


울산 공장 앞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박스들처럼,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는 여전히 ‘서울판 몽구산성’인 용역 직원들이 버티고 서 있다. 조합원들의 농성은 여전히 ‘불법’으로 취급 받고, 추위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대위와 상경 투쟁중인 조합원들, 그리고 연대단체들의 기세역시 만만치 않다. 참가자들은 현대가아차 건물을 향해 “방심하지 말라”며 충고하기도 한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최성훈 조합원은 현대기아차 본사를 바라보며 “패배를 생각하고 투쟁을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도 이 싸움 이기기 위해 투쟁한다. 투쟁!”이라며 힘차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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