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현대차 농성장 안에 다시 들어가는 이유

“내 딸을 위해 농성장으로 돌아간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울산 현대차 점거농성장. 그곳으로 다시 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비정규직조합원이 있다.

지난 달 27일 공장 밖으로 나왔다는 그는,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시시때때로 단전단수, 언제 용역이 침탈할지도 모르는 불안한 그곳에 이제나 저제나 들어갈 수 있을까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는 농성장을 나온 이유도, 다시 들어가는 이유도 “두 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회사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농성장에서는 언제, 왜 나왔나
공장 안에서 2주 조금 넘게 있었는데 집사람이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있다고 전화가 왔다. 둘째가 태어난 지 한 달 반 됐는데, 너무 애기라서 원인은 잘 모르겠고 장염 같은 거라고 하더라. 그 연락 받고 지지난주 토요일에 나왔다. 가보니 농성 들어가기 전부터 아팠던 거 같더라. 농성하는 동안 아내가 혼자 병원도 데려가고 했던 것 같은데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연락 안 하다가 응급실에 실려가고 나서야 연락을 했다.

나와 있는 동안 농성장 안에 있는 사람들과도 연락 했었나
점점 여유가 없어지는 게 느껴진다. 처음 시작할 땐 여유가 있어서 농담도 하고 그랬다. 같은 공장 안에서 같이 일 했다고는 해도 별로 얘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농성하면서 사람도 많이 알게 되고 얘기도 많이 해서 좋았다. 근데 어제 통화할 때는 농담기가 싹 가셔서 ‘형 안들어 와요?’ 이렇게만 묻더라.

사람 먹는 거 못 올리게 하고 물끊고 전기 끊고, 솔직히 쪼잔해 보인다. GT4(Global Top 4, 세계 4대 자동차기업)라는 글로벌기업이 쪼잔한 싸움을 이렇게 목숨 걸고 한다. 그렇게 극한의 상황에서 좁은 공간에 500여명 남자들이 모여 있는 거다. 싸움 안 나는 게 신기하다.

근데 왜 다시 들어가나
우리 딸 때문인 게 제일 크다. 애들한테는 이런 안 좋은 상황 안 보여줬으면 좋겠다. 같이 일하는데 더 힘들게 일하는데, 월급날 되면 기분 나쁘고, 밖에 나가도 대우 못 받고. 백화점 가도 정직원은 받는 직원할인 못 받고, 같은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데 누구는 휴가 때 휴양소 간다 어디 간다 하는데 갈 데 없고, 이런 모습 안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나와서 3일쯤 지나니까 그런 생각 들더라. ‘애가 아파서 나오긴 했지만 내가 나옴으로써 다른 사람도 나오고 싶어지지 않을까.’ 나오는 사람 있으면 들어가는 사람도 있어야 힘이 나지 않겠나.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에 아이 퇴원 시켜놓고 계속 들어가려고 여러 곳에 타진했었다. 근데 상황이 안 좋아져서 못 들어가고 있다가, 오늘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위험할 수도 있는데 들어가다 맞아죽지 않을 정도면 들어갈 만 하다고 생각한다.

[출처: 합동취재팀]

가족들이 걱정이 많겠다
아내가 애기 낳고 조리하고 있을 때니까 인터넷뉴스 보지 마라 했는데 방송도 보고 다 봤더라. 사람들이 비닐 덮고 자는 모습 보면서 저긴 아니겠지 했단다. ‘(농성장으로 다시) 들어갈까?’ 했더니 마음 편한대로 하라고. 포기했다고. 가서 다치지나 말고 오라고. 안 다치면 뭐라도 안 해먹겠냐고 했다. 나보다 강한 사람이다.

친구 중에는 그런 애도 있었다. 초등학생이랑 5살짜리 애기가 있는 친군데 집에 계속 안 들어가니까 애기가 전화를 해서 ‘아빠 어디야?’ 하고 묻더라.
‘회사야.’ ‘아빠는 맨날 회사만 가 있고 왜 집에 안 와?’ ‘응, 너 잘 때 들어가서 자고 있을 때 나와.’ ‘그럼 오늘 들어오면 꼭 나 깨워야 되~’
직원들이 거의 대부분 30대 초중반이니까 이런 경우가 많다.

짐이 빠방하다. 뭐 들어 있나
오늘 전화해 보니까 먹을 게 없다고 일단 먹을 거 사오라고 하더라. 칫솔 이런 거 안 필요하냐니까 이빨이야 손으로 닦으면 되니까 무조건 먹는 거라고. ‘기름기’ 얘기하기에 저기 족발집 가서 아줌마한테 포장이고 나발이고 봉다리에 최대한 밀착해서 싸달라고 했다. 마늘 고추 이런 거 먹겠나. 고기랑 쌈장이나 있으면 되지. 쵸코파이도 사 왔다. 일병 이후로 끊었던 쵸코파이가 이렇게 맛있을 때가 있을지. 근데 못 들고 들어가면 큰일이다.

이후에 어떻게 흘러갔으면 좋겠나
일단 다들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전에 같은 업체에서 일했던 친구도 쓰러졌다고 하더라. 20대인데. 정말 마음이 안 좋았다. 다들 밖에 나오면 누구의 아빠이고 누구의 아들이고,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할 사람들인데 몸이라도 챙겨야지.

그리고 이제 기회된 거 같다. 회사에선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유럽에선 최우수차 선정됐다고 하고. 그거 만들 때 우리 앉아서 박수친 거 아니지 않냐. 솔직히 6년 넘게 일했는데 그 정도면 충분히 벗겨먹은 거 아닌가. 이제 정당한 대우 받았으면 좋겠다. 우리 애는 아직 어린이집을 안 다니는데, 어린이집에서 애들이 아빠가 같은 회사 다니는 애들끼리, 같은 아파트 단지 사는 애들끼리만 논다고 하더라. 그럼 나중에 그러지 않겠냐. 정규직 자식은 정규직끼리 놀고, 하청 자식은 하청끼리 놀고. 애들까지 그렇게 되면 어떡하냐. 우리 딸들은 ‘비정규직’, ‘하청’ 이런 말 몰랐으면 좋겠다. (울산=미디어충청,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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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가부르구만

    그 회사의 정규직아닌가? 돈도 많이 받으시드만 딸을위해서는 열씸히 일을해야지

  • 참나

    단전, 단수는 쪼잔하고 불법점거로 부품업체, 작업자 생활임금 줄이는 것은 정당하나,, 자기들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집단들. 연봉 4천만원이 적어서 연봉 6천만원 내놔라고 불법 점거하는 지밖에 모르는 자들.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는 단세포 동물들.. 먹는것 알아서 챙겨먹고, 알아서 생활하라.... 감성적 언론 플레이는 이제 안통한다. 국회의원 중재안도 싫다고 뿌리치는 XXX들아

  • 주헌

    현차 비정규직 동지들 언제나 응원하고 있습니다. 힘내십쇼!

  • 조합원

    참나]]님 연봉4천안되거든 8년근무해도 3천겨우넘을까말까구만 뭘 제대로 알고 욕하시지

  • 비정규직분들투쟁!!

    참나..여기두도배하네..(배가부르구만.참나)비정규직있는거알면서정규직이라구하냐??눈두삐었냐??참나...!!같은일해두 대우가다른게비정규직이다..국어두모르냐??다른나라에서왔는지~~!!니넨 정규직이니??글면 입다물구가만히있는게좋다!!니네두 언젠간 비정규직으로떨어지니..아니라구??글면조금만기다려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