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규직 노조 조합원총회는 ‘양날의 칼’

‘노조 내분, 사회적으로 비판’...‘파업 파괴 행위’ 규정도

현대차지부(정규직노조)가 8일 중식, 야식 시간에 ‘비정규직 불파투쟁 관련 쟁의행위 찬반투표(이하 조합원총회)’를 한다고 6일 확대간부운영위원회에서 결정했다. 조합원총회가 시작되는 내일은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에 돌입한 지 24일째 되는 날이다.


현대차지부는 지난 22일 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부터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결정하면 현대차지부 조합원총회를 열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날짜는 확정하지 않았다. 당시 이경훈 지부장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현대차지부 규정상 총파업은 조합원 전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물어야 한다는 절차의 문제, 다른 하나는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해도 현실적으로 15만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은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이었다.

금속노조 대의원들은 지난 11월22일 논란 속에서도 75.3%의 높은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시켰다. 금속노조 규약에 전국적 쟁의행위의 경우 대의원대회의 결정을 통해 갈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대의원대회의 결정으로 금속 총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금속노조의 동력 문제에 대해서는 금속노조 중앙과 현장에서 총파업 조직에 매진할 것을 서로 주문했고, 박유기 위원장이 울산1공장 점거농성장으로 들어가 농성을 같이 하는 것이 최대의 총파업 조직화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대의원도 있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아직 총파업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총파업 일정을 잡기 위한 지난 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는 장장 9시간에 걸쳐 진행됐지만 또 총파업 일정을 두고 설전이 오갔고, 절차의 문제가 제기됐다.

또 현대차지부 관계자는 노조 역사상 총파업을 앞두고 항상 조합원총회를 해왔기 때문에 지부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부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정규직 조합원들이 반발할 거라고 추측했다.

이중 2007년 한미FTA 반대 총파업은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지만 부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차지부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총파업을 하기로 결단했으며, 일부 노조 간부들은 구속됐다.

조합원총회...정규직, 비정규직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이경훈 지부장 한계 드러난 것’ 분석도


이처럼 현대차지부는 여러 이유를 들어 조합원총회를 열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문제는 현대차지부의 조합원총회가 비정규직 파업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관련해 노동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금속노조 간부 L씨는 "조합원총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양날의 칼’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판단하기 쉬운 문제는 아닌데, 정규직 노동자가 볼 때는 ‘내가 총파업을 해야 하는가?’ ‘내일인가’...가부를 떠나서 판단을 강요하고 있다. 또 파업이 진행되면서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간의 갈등이 점점 드러났고, 공개적으로 표현되는 상황에서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일로 파업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이 파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 운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비판 받을 것이며, 현대차지부 내부에서도 내분이 일어날 것이다. 다 곤욕을 치를 것이다. 또 비정규직의 점거농성장 유지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위기는 양쪽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관계자 B씨는 현대차지부의 조합원총회는 ‘파업 파괴 행위’라고 단호히 규정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비정규직 아산, 울산, 전주 3개 지회가 참여한 ‘3주체 회의(혹은 5주체 회의)’를 통해 합의를 만들어 회사측에 교섭을 요구하기로 했음에도, 일방적으로 지부가 조합원총회를 결정한 이유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조합원총회를 연다는 현대차지부의 의도가 불순하다. 현대차지부는 정문 앞에 천막 한 번 친 적 없고, 자체적으로 원하청노동자 공동투쟁도 한 적이 없다. 점거농성장에 김밥을 올려주는 게 아름다운 연대라고 말한다. 진정한 아름다운 연대가 이런 건가? 결국 현대차지부가 쓸 수 있는 딱 하나의 카드인 조합원총회를 강행한다는 것은 이경훈 지부장이 사측한테도 밀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자기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조합원총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노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많다. 현대차지부조차 조합원총회를 하면 노노갈등으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수차례 말한 바 있다.

“현대차지부는 조합원총회를 여는 이유를 오히려 비정규직지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조합원총회를 한다고 말한 곳은 우리가 아니라 현대차지부다. 그런데 ‘3주체 회의’가 진행되면서 이경훈 지부장은 뜻대로 되지 않자 결국 조합원총회 카드를 내밀었다. 이경훈 지부장은 점거농성을 해제하고 회사와 교섭하자는 것이고, 점거농성을 해제하지 않으면 조합원총회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안도 비정규직의 파업을 확대시키고, 강화하자는 내용이 아니다. 파업을 빨리 정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두 번 당해봤는가. 비정규직이 어떻게 점거농성을 해제할 수 있겠나?”

비정규직지회 관계자 K씨도 조합원총회로 인해 노동자간의 갈등이 깊어질 수 있는 주장에 대해 현대차지부에 책임을 물었다. “노노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실질적인 연대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꼭 나쁜 면만 있는 게 아닌데 현대차지부는 정답이 없는 정규직 정서를 들먹이며 사실상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지부 6개 현장조직은 7일 오후 회의를 열어 조합원총회를 반대한다고 결정했다. (울산=미디어충청,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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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들이 불리하면 안하고 유리하면 하고
    누구 회사냐? 니들 회사도 아닌데 별걸 다 참견하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