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쟁대위는 △회사와 교섭을 전제로 1공장 농성을 먼저 해제하지 않는다. △회사와 교섭결과에 따라 조합원의 의견을 물어 농성해제를 결정한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비정규직지회가 합의서 이행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공동투쟁본부 등 특별기구를 구성한다는 내용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기존 선 농성해제 불가 원칙을 확인하면서 교섭이 진행된 후 일정한 의견 접근에 이르더라도 농성해제의 최종판단은 조합원의 의견을 묻겠다는 것이다. 쟁대위는 이런 내용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아산.울산.전주 비정규직지회 3주체 5자회의에 밝힐 예정이다.
쟁대위는 이날 밤으로 예정된 3주체 회의는 농성장에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현재 이상수 울산 비정규직지회장이 링거를 맞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8일 자정 현재까지는 3주체 회의가 농성장에서 열릴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회 쟁대위는 또 야4당 교섭지원단이 중재한 권고 내용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홍영표 민주당 의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김영대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등 야4당 의원들은 야4당 교섭지원단을 꾸리고 이경훈 현대차 정규직 노조 지부장, 이상수 지회장, 강호돈 대표이사를 만나 각 입장을 확인하고 일종의 중재안을 비정규직지회에 제시했다.
야4당 교섭단은 비정규직지회에 “노사 양측을 만난 결과 비정규직 노조가 제기한 ‘신뢰의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현 상황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회사측은 물론 노조 3주체는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교섭지원단이 언급한 ‘신뢰의 문제’는 선 농성해제후 성과 있는 합의 안을 내기 위한 사쪽의 성실한 교섭과 여타의 신분보장 조치에 대한 문제 등이지만 강호돈 대표이사는 여기에 대해 확약을 하진 않았다.
야4당은 강호돈 대표이사 면담 결과에 대해 △4가지 교섭의제와 관련하여 사측은 전향적인 입장에서 협력할 것을 약속했으며 △교섭주체는 4주체 혹은 금속노조를 넣어 5주체의 유연성을 약속했고 △교섭기간 신분보장 및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소, 손배소 취소는 구두로 약속할 수 없으나 그동안 노사관계의 관례, 현대차 지부의 선례 등을 고려 전향적 해결의 의지를 확인 △불법파견교섭에 대한 대책은 향후 성실히 4자 혹은 5자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임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야4당 교섭지원단은 “비정규직지회는 4가지 교섭의제를 둘러싼 입장을 설명하면서 이 교섭의제의 타결만이 현 사태를 해결하는 길임을 밝혔다”며 “이 4가지 교섭의제는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고 협상을 통해 풀어야 됨을 공유하였고 농성해제의 문제는 그동안의 노사관계 선례를 비추어 볼 때 전혀 신뢰가 없으므로 난색을 표했다. 야4당 교섭지원단은 사측의 의지가 있는 사항에 대하여 교섭의지를 분명히 할 경우 협상국면으로 전환할 것을 얘기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사측과 지부에 신뢰에 대한 문제를 확인키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런 야4당의 입장을 두고 비정규직지회 쟁대위는 사실상 선 농성해제 중재안으로 받아들였다. 지회 쟁대위의 한 관계자는 “문구가 두리뭉실해 중재 내용이 애매하지만 크게는 야4당이 신뢰문제를 보증하고 선 농성해제를 통한 교섭 제안으로 받아들였다”며 “그러나 신뢰문제에 대한 확실한 내용이 없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회 쟁대위가 야당의 중재 노력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이미 구미 KEC 노조의 농성 해제 과정에서 야당들이 나서 교섭창구를 만들고 사회적 약속임을 강조했지만, 조합원 징계와 손해배상 범위를 놓고 사쪽이 버티면서 노조에게 불리하게 된 선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울산=미디어충청,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