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두 번 엎어진 ‘이승만 특집’ 재추진...‘이승만 홀릭?’

“뉴라이트의 이념을 설파한다는 비난을 자초할 것”

KBS가 ‘이승만 특집’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이승만 특집’을 고집해 왔던 KBS는, 내부 반대에도 또 다시 특집 강행 의사를 밝혔다. ‘이승만 특집’은 두 번의 특집 무산을 딛고 세 번째 도전하는 KBS의 특집 프로그램이다.

KBS는 지난 24일, 개편설명회를 열고 2011년 8월,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제1공화국(가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사측에서는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이라는 큰 범주 아래 이승만 대통령이 포함된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프로그램명이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제1공화국(가제)]라고 바뀌면서 사측은 직접적으로 이승만 특집을 전면에 내걸었다.

사실상 KBS가 이승만 특집을 기획하게 된 배경에는 김인규 사장이 있었다. 김인규 사장은 지난 7월, 점심식사 자리에서 “이승만은 대단한 사람이고, 방송에서 한 번 다뤄 봐도 괜찮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기획되기 시작했다.

김인규 사장의 발언 후, 콘텐츠 본부장은 역사팀에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이병철, 정주영 등 한국 현대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5명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선정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반발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KBS 내부에서 이승만 특집은 일선 제작진과 사측의 논쟁으로 번져나갔다.

하지만 일선 제작진과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두 번의 기획 무산을 겪었던 ‘이승만 특집’은, KBS 개편설명회를 통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는 2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KBS의 이승만 특집 강행을 규탄하고 나섰다.

우선 노조는 “사측은 정상적 절차를 무시하고 제작진을 전원교체하면서까지 이승만 특집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측이 방송문화연구소를 통해 객관적 조사를 거쳐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고 설명했지만,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조사에는 이승만 특집을 기획할 근거가 전무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을 움직인 인물에 대한 조사에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1위, 이승만 전 대통령이 공동 2위로 집계됐으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1위가 김구 임시정부 주석, 그리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8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노조는 “만약 정상적인 기획이었다면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전체 기획의 틀과 제목이 나오고 아이템이 배열돼 제작진이 구성됐을 것”이라며 “하지만 사측은 역사 왜곡으로 결론지어질 수밖에 없는 길로 가고 있다”며 비난했다.

또한 노조는 KBS 길환영 본부장이 이번 사태에 중심에 있다고 주장하며, 이승만 특집 계획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언론노조는 “추적 60분의 보도본부 이관, 천안한 모금방송 강행, G20 특집 동원 등으로 원성이 자자한 길환영 본부장이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점을 주목한다”며 “공영방송의 역사에 오점이 될 시도를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KBS [추적 60분] ‘4대강 편’의 불방 논란이 채 식기 전, KBS는 ‘이승만 특집’으로 또 한 번의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특히 KBS 새노조는 “제작진들이 피땀 흘려 제작한 ‘추적 60분-4대강 편’은 두 차례나 결방을 시키면서 이렇게 문제점이 빤히 보이는 ‘이승만 특집’에 그토록 미련을 가지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사장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졸속기획은, 뉴라이트의 이념을 설파한다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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