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3시30분 민주노총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85호 지브크레인에 올랐다. 김주익 열사가 올랐던 85호 지브크레인, 김주익 열사와 김진숙 지도위원이 겹쳐서 걱정이 앞서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브크레인 아래에서 망원으로 당겨서 본 김진숙 지도위원은 밝게 웃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흔들어주었다. 하늘에 지은 희망의 집 위에서 자신의 온 몸을 깃발로 세워 펄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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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남은 조합원들은 "진숙이 누나가 올라갔다는 소식을 듣고 거짓말일 것이라는 심정으로 달려갔다. 해가 뜨면서 진숙이 누나 얼굴이 뚜렷하게 드러났을 때 눈물이 나고 안타까웠다"며 "현재 조합원들 단결력 최고조로 올라 있다. 진숙이 누나가 지브크레인에 오르고 울분이 쌓이고 있다. 사측의 희망퇴직에 흔들리지 않고 서로 믿고 단결된 투쟁으로 승리해 진숙이 누나가 웃으면서 몸 건강히 내려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하늘에 희망의 집을 지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간단하게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85호 지브크레인에 올라가게 된 심정과 이유는?
2003년부터 구조조정 이후 한진중공업은 개버릇 못버리고 있다. 작년에 합의서를 쓰고도 희망퇴직, 정리해고 통보하고 울산공장 폐쇄하고 있다. (편지 봤죠) 편지에 올라온 심정들 적어놨어요. 봐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서 조합원들을 지키낼 거예요.
어떻게 지브크레인에 올라갔나?
오전 3시30분에 지브크레인에 올랐다. 커터기(절단기)를 가지고 올라갔다. 쇠사슬로 엮어 자물통으로 문을 잠궈놨다. 커터기를 가지고 1시간 20분 동안 잘랐다. 손이 시려서 죽는 줄 알았다.
음식과 담요 등 필요한 물품을 가지고 올라갔나? 걱정이 많이 된다.
침낭 하나 있다. 물도 있다. 몸은 괜찮고 아까 잠깐 봤을 때도 계속 운동을 하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
조합원들이 올라가는 것은 쉬워도 내려오기는 힘든데 많이 걱정하고 있다. 분열하지 말고 일치 단결해서 투쟁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난 위에서 놀고 먹는데 추운 날씨에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 동지들에게 미안하다. 이번에 끝장내지 않으면 한진중공업 노조가 남아 있는 한 구조조정은 계속 될 것이다.
설마설마하는 기대하지 말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면 우리 투쟁 승리할 수 있다. [기사제휴= 울산노동뉴스]
"전 한진 조합원들 없으면 살 이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85호 지브크레인에 오르며 후배에게 남긴 편지
1월 3일 아침, 침낭도 아니고 이불을 들고 출근하시는 아저씨를 봤습니다. 새해 첫 출근날 노숙농성을 해야 하는 아저씨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 겨울 시청광장 찬바닥에서 밤을 지새운다는 가장에게 이불보따리를 싸줬던 마누라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살고 싶은 겁니다. 다들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남고 싶은 겁니다.
지난해 1월 26일. 구조조정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이후 한진에선 3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짤렸고, 설계실이 폐쇄됐고, 울산공장이 폐쇄됐고, 다대포도 곧 그럴 것이고, 3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강제휴직 당했습니다.
명퇴압박에 시달리던 박범수, 손규열 두 분이 같은 사인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400명을 또 짜르겠답니다. 하청까지 천명이 넘게 짤리겠지요. 흑자기업 한진중공업에서 채 1년도 안된 시간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그 파리목숨들을 안주삼아 회장님과 아드님은 배당금 176억으로
질펀한 잔치를 벌이셨습니다. 정리해고 발표 다음 날, 2003년에도 사측이 노사합의를 어기는 바람에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여기 또 한마리의 파리목숨이 불나방처럼 크레인 위로 기어오릅니다.
스물한살에 입사한 이후 한진과 참 질긴 악연을 이어왔습니다.
스물여섯에 해고되고 대공분실 세 번 끌려갔다 오고, 징역 두 번 갔다 오고, 수배생활 5년 하고, 부산시내 경찰서 다 다녀보고, 청춘이 그렇게 흘러가고 쉰 두 살이 됐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 생각했는데 가장 큰 고비가 남았네요.
평범치 못한 삶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결단을 앞두고 가장 많이 번민했습니다. 85호 크레인의 의미를 알기에...
지난 1년. 앉아도 바늘방석이었고 누워도 가시이불이었습니다.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 앉아야 했던 불면의 밤들.
이렇게 조합원들 짤려나가는 거 눈뜨고 볼 수만은 없는 거 아닙니까.
우리 조합원들 운명이 뻔한데 앉아서 당할 순 없는 거 아닙니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정면으로 붙어야 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한진조합원들이 없으면 살 이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우리 조합원들 지킬 겁니다.
쌍용차는 옥쇄파업 때문에 분열된 게 아니라 명단이 발표되고 난 이후 산자 죽은자로 갈라져 투쟁이 힘들어진 겁니다.
지난 일요일.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보일러를 켰습니다.
양말을 신고도 발이 시려웠는데 바닥이 참 따뜻했습니다.
따뜻한 방바닥을 두고 나서는 일도 이리 막막하고 아까운데
주익씨는... 재규형은 얼마나 밟히는 것도 많고 아까운 것도 많았을까요.
목이 메이게 부르고 또 불러보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김진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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