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차량 십만대 오가는데 구제역 대책은 집회 철회?

민주노총 집회 철회에 매달린 지자체와 정부

온 나라가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덩달아 파업 한 달을 맞고 있는 전북 버스 파업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지난 4일 전북지역 생산자단체협의회란 단체가 나서서 8일 예정된 민주노총 전북집회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부터 불붙기 시작한 '집회 철회 논란'은 전주시와 전라북도의 여론몰이를 넘어서 중앙정부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생산자단체 기자회견에 나섰던 방승술 전북한우협회장은 "버스 파업을 절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로 위까지 찾아온 구제역을 피해 위험성을 줄이자는 것"이라며 집회 철회를 주장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한편으로 "파업을 해결하기 위해선 사측도 접점을 찾기 위한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사측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도심 집회 한 번에 이렇게 온 나라가 벌벌 떠는 이 순간, 정부는 지난 11월 말 구제역이 발생되기 시작한 뒤부터 과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정부는 지난 한 달동안 온갖 선심성 예산과 4대강 법안을 날치기 통과 시켰고, 북한과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전쟁 놀음을 했다. 관례적인 방역으로 쉽게 끝날 것 같았던 구제역은 충남까지 확산됐다. 대대적인 방역에 나선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정부는 12월 23일 뒤늦게 실시했던 가축 이동제한 조치마저 하루 뒤인 24일 해제하는 납득되지 않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곧 구제역 확산을 가속화 시켰고, 해제 직후 충남 당진에서 돼지를 구입한 김제와 진안지역 농가 1만2천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는 결과를 불러왔다.

대규모 외부차량 유입으로 구제역이 들어온다

이런 정부의 잘못된 대처에는 꼼짝도 않던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엉뚱한 곳에서 구제역 예방의 길을 찾았다. '민노총 집회에 따른 전북도 의견'에서 "전주지역 5천 여 명의 참가자와 대규모의 외부차량 유입으로 구제역의 도내 유입이 매우 높게 우려되고 있다"며 밝힌 내용이다. 일부 관변 단체로 의심되는 이들의 주장도 이와 비슷하다.

TMS(traffic monitoring system,교통량 정보시스템)에서 조사된 2009년 전주시 부근 주요 교통량을 살펴보면 삼례-전주IC 구간 42,190대와 김제IC-전주시 22,231대, 이외에 국도와 지방도로 유입되는 차량을 합하면 대략 1일 평균 10만대도 넘는 차량이 전주시에서 나가거나 들어온다. 또 전주역을 통해서는 하루 평균 1,013명(2009년 철도통계연보)이 전주시를 찾는다.

오는 8일 민주노총 집회가 개최될 경우 전세 버스와 대중교통 이용자들을 제외하고 승용차 이용자를 최대 1,000여대로 잡아 봐도 1일 평균 교통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전라북도가 차량유입으로 구제역 전파가 매우 우려된다고 판단하면 지금 당장 전주로 유입되는 차량 십 만대의 소유자를 파악하고 고작 1%에 해당하는 집회참여자에게 자제를 요청하지 말고 99%를 차지하는 차량소지자들에게 이동 자제를 먼저 요청해야 한다. 전염을 방지할 수 있는 확률 상으로도 더 많은 사람에게 요청하는 것이 맞을 듯싶다.

도심지역 차량과 사람의 이동이 구제역 전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그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는 그야말로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분석이 필요한 사례다. 책임 있는 지자체들이 그럴 것이라는 추측과 가정만으로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발언을 해선 안 될 일이다.

민주노총 집회 우려에 대해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김범석 교수는 "일반 사람들이 도심지에 모여 집회를 하는 것이 구제역 전파에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확실히 말할 수 없다"면서 "이보다는 축산업을 하고 계시는 분들과 주위 분들이 평소 소독과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농가와 그 주변에 집중된 방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농가 대 농가 전염 관리와 방역, 축산농가에서 도심지로 유입되는 곳에 대한 집중 소독, 축산업종 관련자들에 대한 모니터링 등에 더 집중해서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대규모 집회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안 할 때보다는 더 안 좋을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버스파업 본질 외면한 채 시민불편만 강조하는 지역언론도 문제

전북지역 언론도 지자체의 '여론 몰이식'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6일 하루도 지역 언론은 민주노총이 예정하고 있는 집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해 달라는 여론을 비중 있게 다뤘다. 구제역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계획하고 있는 집회는 적절치 못하다는 내용이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역언론의동향을 모니터한 결과를 발표하고 "버스 파업의 본질과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전북민언련은 "구제역 확산에 대한 지역신문의 우려는 충분히 수긍할만하지만, (집회 철회 보도 보다는) 전라북도를 비롯한 각 시군지자체의 구제역 방역 실태에 대한 지역신문의 심층적이고 깊이 있는 기사를 보고 싶다"며 구제역 공포를 증폭시키면서도 이를 점검하는 내용의 기사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은 아닌지 지역 언론에 우려를 표했다.

전북경제살리기도민회의, 전라북도농업인단체연합회...

한편 LH본사 전북이전에 힘썼던 전북경제살리기도민회의가 민주노총 집회철회 행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구제역 파문이 가라앉을 때까지 대규모 집회 연기를 간곡히 호소했다. 이 도민회의 14명의 대표 명단에는 버스노조와 교섭을 회피하고 있는 김택수 전주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장과 버스노동자 통상임금 '100만원 합의서'의 주인공 한왕엽 한국노총전북지역본부 의장이 들어가 있다. 버스 파업을 불러온 장본인들이 파업 집회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라북도농업인단체연합회 6일 기자회견.

뒤이어 이 단체 공동대표인 한국노총지역본부는 6일 민주노총의 불법행위를 고발하고 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간단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라북도농업인단체연합회가 연달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민주노총 집회 유보를 촉구했다. 며칠 사이 한편의 잘짜여진 각본처럼 지역언론과 일부 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민주노총을 성토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한국노총의 기자회견을 두고 "버스사업주를 대변하는 한국노총을 '어용'이라고 부른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한국노총의 TV토론 제안에 대해선 언제든지 열린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답했다.(기사제휴=참소리)

  ▲민주노총전북본부와 시민사회단체대표 10여명이 6일 송하진 시장과의 면담에 이어 시장실 복도에서 교섭 중재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8시께 버스 노조원들이 있는 시청광장으로 공무원들에 의해 끌려나왔다. 7일 오전 10시 다시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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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구제역은?

    일단 백신도 없다. 모든 문제가 나를 뺀 상대방 때문이다. 다른 사람 말은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사고가 터지면 다 네 탓이다. 문제는 그 주변 사람들도 모두 전염된다는 데 있다. 심지어 공중파로도 전염된다.
    인간구제역의 확실한 처방 - ??? 소나 돼지는 어떻게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