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임금 2배주고 대체인력 고용

학교 ROTC까지 고용...노조 “점거농성 풀지 않을 것”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9일차. 여전히 차가운 바람은 매섭고 농성장 바닥은 딱딱하지만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뜨겁다.

11일 정오, 홍익대 정문 앞에서는 홍익대 학생들과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선전전이 이어졌다. 또한 공공운수노조 역시 ‘따뜻한 밥한끼의 권리 캠페인(따밥 캠페인)’을 진행하며 홍익대 노동자들에 대한 시민선전전을 벌였다.


“홍익대 학생여러분, 도와주십시오”

공공노조가 정문 앞에 쌓아올린 모형 지폐 탑 앞에는 ‘이것이 홍익입니까’라는 문구가 매달려 있었다. 4800억이 넘는 재단적립금을 쌓아 둔 홍익대학교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요구하며 집단해고 조치한 것에 따른 비판의 목소리였다.

학교가 쌓아두고 있는 재단적립금은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비롯된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존재와 운영 주체가 학생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 역시 학생들의 몫이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학생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김미숙(가명) 씨는 선전전을 통해 “벌써 열흘이 다 돼가도록 차가운 땅바닥에서 자고 있습니다”라며 “저희를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고 외쳤다.

강석기(가명) 경비노동자 역시 마이크를 잡고 “억울하고 억울합니다. 힘없고 빽없는 우리를 학생들이 지지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는 시민들도 있었다. 중학생 김모 양은 “지나다니면서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농성 모습을 자주 봤다”며 “75만원의 임금을 주면서 해고까지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친구들끼리 모여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고 이야기 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전원 해고 소식이 일파만파로 전해지며, 연대의 손길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홍익대학교 졸업생 및 재학생들은 청소노동자들의 든든한 후원자다. 11일에는 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모여들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그림’으로서 노동자들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내가 살던 용산’이라는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김홍모씨는 홍익대학교 92학번이다. 그는 홍익대학교 소식을 듣고 화가 나 마감도 제쳐두고 한 걸음에 이 곳을 찾았다. 그는 “트위터로 소식을 듣고 너무 열이 받았고, 동문회에서도 화가 많이난 상태”라며 “때문에 미대 선배들과 재학생들도 힘을 보태고 함께 연대하자는 의미로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옛날의 홍익대는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너무 부끄럽다. 총학생회도 예전에는 정의로운 투쟁에 앞장 서 왔는데 지금의 총학생회는 너무 찌질하다”고 독설을 내뱉기도 했다.

현재 미대 07학번에 재학중인 김민정(가명)씨 역시 선배들과 함께 연대를 결심했다. 그는 “처음에 문제가 터진 뒤, 총학생회의 행동을 보고 사람들이 홍익대 학생들에 대한 비난이 너무 심해 어이가 없었다. 방학이라 학생들은 잘 모르고 있었고 총학생회가 독단적으로 행동한 일에 학생 전체가 욕을 먹은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문제는 재학생으로서 나서기가 힘들다. 때문에 연대를 결심하면서도 내가 사회적 약자라는 것을 많이 느끼고 망설이기도 했지만 엄마 아빠 같은 분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민정씨는 손수 마트에서 생수 등의 생필품을 구입해 농성장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생 비정규직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지하지 않으면 아무도 청년 비정규직의 편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20여명의 미대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대형 걸개와 조형물, 현수막 등을 만들기 위해 붓을 들었다. 노동자 한 명 한 명을 만나며 그들의 얼굴을 그려나가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얼굴이 담긴 캐리커쳐들은 농성장 건물에 부착될 예정이다.


늘어나는 대체 인력, 학교는 여전히 대화 거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길어지고 있지만, 학교 측은 여전히 이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학교 측은 대체인력을 꾸준히 확대시켜 노동자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어 조합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현재까지 투입된 대체인력은 약 30여 명. 그 중에는 홍익대 소속 ROTC학생 역시 포함되어 있다. 권태훈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초소마다 경비 한 명과 아르바이트 학생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 중 ROTC 학생 3명도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이 농성을 진행중인 본관 사무처 역시 ROTC학생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권태훈 부장은 “경비실의 ROTC 학생들에게 임금이 얼마인지 물어봤더니 ‘아직 돈을 안받아서 모르겠다’고 대답했다”며 “이들은 대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정도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 된다”고 전했다.

대체근무 인력으로 ROTC까지 동원된 사실이 알려지며 홍익대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합원 결의대회에 참가한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역시 “홍익대가 ROTC를 타락시키고 있다”며 “어엿한 예비장교인 ROTC에게 청소노동자 감시를 지시한 것은 분명 ROTC를 모독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학교 측이 투입한 대체인력 노동자의 임금은 청소노동자 임금에 두 배에 달한다. 때문에 해고된 170명의 노동자들은 특히 더 분개할 수밖에 없다. 권태훈 부장은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미화노동자들의 하루 일당은 6만 5천 원 정도이고, 경비 노동자는 이보다 조금 많은 8, 9만 원 선”이라며 “이들은 현재 시급 8천 원이 웃도는 임금을 받고 있지만, 기존 청소노동자들은 3200원의 임금을 받아 왔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선전전을 마친 조합원들은 학교 관리실로 찾아가 대체인력 투입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관리실 앞에서 “대체인력 웬 말이냐, 현장으로 돌아가자”라며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한 관계자는 “집단해고 노동자가 버젓이 존재하는데 대체인력을 써가며 원직복직을 시키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학교 측이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점거농성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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