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용산’은 없어야 한다”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토론회 열려

2009년 용산재개발 지역. ‘사람 사는 집’에 철거가 시작됐다. ‘여기, 사람이 있다’고 말하려 망루에 올랐던 이들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망자가 되었다. 그리고 2년, 변한 것은 없다. 여전히 도시 곳곳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오히려 갈수록 늘어만 가는 철거지역들에 ‘제2의 용산’이라는 가슴 저미는 새 별칭이 붙었을 뿐이다.

용산 2주기를 앞두고 이제 ‘제2의 용산’은 없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법의 언어’가 되어 돌아왔다. ‘강제퇴거금지법(안)’이 그것이다. 주거권운동네트워크,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 제도 개선위원회,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등이 현재 개발법들의 대안입법 필요성을 느끼고 지난해 4월부터 8개월여에 걸친 논의 끝에 마련된 이번 ‘강제퇴거금지법’은, 용산참사와 같은 참담한 상황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주거권의 법제화와 더불어 강제퇴거를 예방하기 위한 원칙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고자 18일, ‘용산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토론회’가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렸다. ‘용산참사 2주기 범국민 추모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용산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해 백여 명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그리고 국회에서 실제로 강제퇴거금지법 입법 활동을 전개해 나갈 야4당 의원 등이 참석해 강제퇴거금지법에 대한 높은 관심과 기대를 나타냈다.

개발 중심에 ‘사람’ 있어야

이날 ‘사람’이 배제된 각종 개발법의 대안으로 제시된 강제퇴거금지법은 ‘주거권’을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으로서 명시하고, 인권을 중심에 둔 개발 사업의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강제퇴거금지법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주거수준을 확보하고 이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제2조)

때문에 “누구든지 거주민으로 하여금 강제퇴거를 하게 해서는 아니되”(제6조)며, 기본권으로서 주거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강제퇴거를 예방하고 재정착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제5조)

또 거주민에게 퇴거를 요청할 시에도 “개발사업 시행주체는 퇴거 요청 이전에 거주민 재정착 대책 수립을 위한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제10조) 하며, 특히 재정착 대책을 수립함에 있어 “모든 거주민은 개발사업 시행 전보다 더 낫거나 동등한 수준의 토지나 주거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제9조)

만에 하나, 개발 과정에서 퇴거 및 철거를 시행하는 자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현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경우 강제퇴거금지법에 근거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제18, 19, 20, 21조)

강제퇴거금지법, “합법적 인권침해를 불법으로 만드는 법”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용산참사와 같이 엄청나고 값비싼 비용을 치렀음에도 기존의 재정비사업 구조는 변하지 않았고, 현행법 체계에서는 기존의 주택과 영업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거주하고 영업할 수 있는 권리, 강제로 퇴거되지 않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생존권을 위한 주민들의 최소한의 저항권조차 허용하고 있지 않다”며 “거주자의 거주권과 생존권과 같은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당면한 과제”라고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도 “용산참사 이후 진상조사단 활동을 하며 개발사업 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었지만 그 모든 것이 ‘합법’이었다”며 “이번 ‘강제퇴거금지법’은 지금까지 있어왔던 ‘합법적인 인권침해’를 위법한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외에도 서종균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이은희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병덕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해 강제퇴거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용산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유족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우리 중 누구나 용산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한국사회의 야만성 때문”이라며 “재개발 관련한 기존 여러 법률들이 재개발을 신속하게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기술적 법률이라면 강제퇴거금지법은 무엇보다 주거권을 우리 사회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그 정신을 담은 법이다. 오늘 논의된 내용을 잘 모으고 야4당이 힘을 합쳐서 기본적 사회권으로서 주거권을 반드시 제도화하고 우리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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