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노조탄압, ‘단협해지’부터 ‘노조와해’까지

“정부 선진화 방안 극복 못하면 공공부문 노조 무력화 될 것”

이명박 정부의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은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뿌리를 어디까지 드러낼까.

공공기관 노조에 겨눠지는 칼 끝은 매섭다. 정부와 사측은 계획적으로, 또 강압적으로 노조 와해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5일 공개된 한국동서발전 일산사업소가 작성한 것 노조 와해공작 문서는 그동안 공공연했던 노조 와해 공작의 증거를 남겼다.

철도, 연금, 가스, 발전, 연구 부문에서 진행되는 노조 와해 공작은 대부분 비슷한 양상을 갖고 있다. 특히 대기발령, 해고 등의 방법으로 조합원을 압박하는 방식이나, ‘단협해지’로부터 시작하는 노조 파괴 양식은, 공공부문 노조 와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협해지’를 신호탄으로 노조와해작업 착수

동서발전의 노조 파괴 정책은 지난 2009년, ‘단협해지’를 시작으로 진행 돼 왔다. 2009년 11월 4일, 동서발전 이길구 사장은 발전노조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날, 발전 5개사는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복되는 노사분규로 합리적이고 선진적 노사관계 구축이 어렵다”며 단체협약 해지 이유를 밝혔다.

  사측의 노조탈퇴 공작으로 논란이 됐던 한국동서발전노조와 상급단체인 한국발전산업노조가 지난 18일부터 삼성동 한전 로비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발전 노사의 단체협약은 2009년 9월 유효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에, 갱신을 위한 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사측이 노조 측 요구 6개 안을 거부해 논의가 중단됐다. 이에 노조는 파업을 예고하자, 사측은 단협해지라는 맞불을 놓은 셈이 됐다. 하지만 사실상 노동계에서는 사측이 의도적으로 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함으로써, 파업을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파업을 이유로 단협해지를 이끌어내고, 그 후 본격적인 노조 와해 작업에 돌입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박종옥 발전노조 위원장은 “지난 2009년 11월, 동서발전 이길구 사장이 발전노조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기 이전부터 이미 사측은 노조와해 작업에 착수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단협해지 직전인 2009년 10월, 노사업무본부는 ‘노사관계 환경변화와 선진 노사관계 연구용역’을 동화노무법인에 발주했다. 이 연구 보고서는 복수노조의 발생 시기별로 3단계의 노조 와해 작업 계획이 담겨 있다.

뿐만아니라 사측은 무단협 상황을 1년간 지속시키며, 2010년 8월, 노사업무본부 사장단회의에서 기업별 노조 설립 추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0년 9월에는 ‘동서 기업별 추진위’가 기업별 노조 설립 계획을 발표했으며, 11월에 산별노조 탈퇴와 기업별 노조 설립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찬반투표에서 기업별 노조 설립 안건은 부결됐지만, 이후 추진위는 노조를 탈퇴한 후, 복수노조 설립을 위한 계획을 진행 중이다.

또한 2010년 10월 1일, 이길구 사장은 조합원 20%에 해당하는 240명에 대해 강제발령 계획을 공포했다. 발전노조는 이 과정에서 사측이 “발전노조 탈퇴 총회가 가결되지 않을 시, 대규모 강제발령이 진행 될 것”이라고 조합원들을 협박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 같은 노조와해 공작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서발전 본사지부 사측 관계자는 “공기업의 노무정책들이 사실상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와해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해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노조 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어서 추진위 설립에 대해서 “추진위에도 엄연히 (노무관련) 전문가가 존재하고 있으며, 회사 쪽에서는 노조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노무담당자가 없기 때문에 (추진위의 회사개입)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노조와해, 정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일환"

이 같은 발전노조에 대한 사측의 와해 공작논란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민주노총 탈퇴를 통해 높은 경영점수를 받기 위한 이길구 사장의 치밀한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노사관계 선진화’정책에 따라, 공공부문 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와해 작업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작년 5월부터 무단협 상황을 이끌며, 조합원들에 대해 직권면직, 징계, 해고 등을 조치했다. 철도공사 역시 2009년부터 1년 여간 무단협을 지속시키며, 조합원들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렸다. 철도노조는 작년에 200여명의 조합원 해고, 정직이라는 사상 최대의 징계를 받고서 간신히 단협을 체결했다.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은 지난 19일,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철도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했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불법이라고 단정하고 이후 일사천리로 지도부가 구속되기 시작했다”며 “200명이 넘는 조합원을 해고하고, 100억이 넘는 압류로 노조의 돈줄을 죄었으며, 13000여 명의 조합원을 징계하는 탄압을 자행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작년 9월, 단체협약을 체결하기까지 약 1년 6개월간의 무단협 상황이 지속됐다. 황재도 가스공사 지부장은 “가스노조의 경우, 지경부와 청와대가 나서 단협 해지를 주도한 사례”라며 “노조 투쟁을 인지한 정부는 2009년 9월부터 노조 파업을 진압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정부는 노사관계에 직접 개입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또한 2009년 12월 사측의 단협해지 이후 노조 간부에 대한 해고와 징계, 노조 탈퇴 압력, 복리후생비 지급 중단 등을 단행했다. 심지어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이라고 주장한 김이태 박사는 중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공부문 전반에 대한 탄압에 대해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준비위 위원장은 “공공기관들이 단협해지를 쉽게 자행하고 민주노조 말살 획책을 자행하고 있어 1년 가까이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만약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공공기관 노조는 무력화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때문에 무엇보다 현재로서는 정부의 선진화 방안을 무력화 시키기 위한 공공부문 노조들의 공동 투쟁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상무 위원장은 “2011년도 공공운수노조의 건설을 통한 더 큰 투쟁으로 잘못된 노동정책을 바꿔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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