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사쪽이 김진숙 지도위원을 상대로 낸 '퇴거 단행 및 사업장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7일 부산지방법원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퇴거에 응하지 않자 지난 19일 부산지방법원은 김 지도위원에게 "크레인에서 내려올 때까지 하루 100만원씩 한진중공업에 지급하라"고 결정했고 한진중 사쪽은 19일 김진숙 지도위원과 민주노총부산본부, 한진중공업지회를 상대로 1억1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식물성 투쟁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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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 사쪽의 손해배상 청구도 부산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회사의 지시문도, 유례가 없는 한파에도 김진숙 지도위원은 꿈적도 않는다. 단 한 명의 조합원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기 위해 크레인 위에서 "텃밭을 가꾸겠다"는 식물성 투쟁의지를 키우고 있다.
강철 위에 씨를 뿌리고 씨의 뿌리를 내리게 하고 온갖 식물들이 자라날 수 있는 텃밭을 가꾸겠다니! 강철 위에서도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 정성을 다하면 생명이 자랄 수 있다는 이 놀라운 가능성을 김진숙 지도위원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불가능하다는 절망과 체념에 저항하며 지금 이곳에서 가능하다는 희망을 일으켜 세우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식물성 투쟁의지"는 크레인 아래로 조합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은 조를 나눠 24시간 크레인을 사수하면서 김진숙 지도위원을 따라 배우고 있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가꾸고자 하는 텃밭, 85호 크레인은 고립이 아니라 분열이 아니라 조합원들을 불러모으고 있고 대화를 이끌고 있으며 단결과 연대의 뿌리를 더욱 튼튼하게 내리고 있다.
크레인 아래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290명의 명단이 확인되고 조합원들이 흔들렸다. 지난 15, 16일에는 내부를 추스리며 생활관에서 대기했다. 회사는 산자들에 대해 교육발령을 내렸지만 회사의 명령에 말 잘듣는 조합원들 빼고는 교육을 받으러 가지 않았다. 교육 참여를 지회에서 막았고 참여자는 소수다. 이것이 안되자 회사는 직장들을 동원해 회식과 야유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따라주지 않았고 직장들도 적극적이지 않다"며 "조합원들이 안정을 되찾았다. 다시 해봐야겠다는 결의를 내비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식물성 투쟁의지"는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의 가슴 속에 끈질기게 뿌리를 내리고 단결과 연대의 광합성 작용을 하고 있었다. 지금 85호크레인 아래에선 매일 촛불집회의 무성한 잎들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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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분쇄투쟁의 두 가지 노선
85호크레인 사수대에는 한진중공업지회 간부들도 참여하고 있다. 크레인 밑에서 만난 한진중공업지회 한 임원은 "지금 도크에 있는 배들은 인도가 연기된 배들이다. 지금 하청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을 막게 되면 실질적인 옥쇄파업이 되는 것이고 공권력 침탈의 빌미와 한진중공업에게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라며 "여론에서 승리해야 정리해고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본의 이윤을 뿌리로부터 타격하는 공장점거파업의 지역적, 전국적 확대를 통한 정리해고 분쇄 투쟁 승리의 전망이 아니라 한진중공업지회 지도부는 이윤을 타격하지 않으면서 현장 밖 여론전에서 승리하겠다는 정리해고 분쇄 투쟁의 새로운 전형(?)을 개척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지회 지도부의 새로운 노선에 대해 한 조합원은 "쟁대위가 제대로 소집되지 않는다. 지회 지도부와 시민대책위 차원에서 투쟁방침을 결정하기 때문에 현장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지침이 공식적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대의원들도 일정을 모른다"며 "지도부는 노동조합의 공식체계인 쟁대위와 대의원대회, 현장조합원 총회를 소집해 우리가 참여할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투쟁방침을 정하는 데 우리가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지도부가 내린 일방적인 지침이 아니라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집단적인 힘으로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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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의 지침이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을 집단적인 힘으로 결정하고 싶은" 노동자계급은 자신의 형상을 따라 노동자민주주의 기구들을 건설해왔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스스로 노동자민주주의 기구를 건설하지 못하거나 참여수단이 가로 막히게 되면 투쟁의 주체로 서지 못하고 수동화된다. 조합원들이 수동화되는만큼 지도부는 조합원의 통제로부터 분리돼 관료화된다. 계급투쟁으로부터 이탈해 자본가계급에게 협력하게 된다.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 18일 노조사무실에서 부산시민사회단체 시민대표단과 대책회의를 열고 '5자협의회'(한진중공업 노사, 부산시, 상공회의소, 시민사회단체)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한진중공업 살리기를 위한 사회협약이 필요하다"고 투쟁방향을 제기했다.
많은 정리해고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에 적용했던 사회협약, 혹은 사회적 합의주의는 대부분 양보교섭으로 귀결됐다. 정리해고 철회가 아니라 정리해고의 수위와 범위를 정하는 것이었고 전원 복직이 아니라 선별적, 단계적 복직과 위로금으로 정리됐다. 최근 KEC 공장점거파업과 현대차비정규직 공장점거파업에서 야당의원들의 중재안도 사회적 협약의 형태를 취했지만 투쟁을 확대하고 승리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고립과 자본의 탄압에 길을 열여놓는 결과로 나타났다. 사회적 협약은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해체시켜 왔다.
한진중공업지회 지도부가 5자협의회를 통한 사회적 협약의 쟁취를 투쟁방침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장조합원들이 자기 발언을 할 수 있는 공식적이고 민주적인 자리(현장조합원 총회 등)에서 충분한 대화를 통해 방침을 결정해야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고 전술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대중적인 방침으로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비정규직 평조합원들은 25동안의 공장점거파업 기간에 자신이 발언할 수 있고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민주적인 기구를 건설했다. 1공장거점파업 농성장 총회, 비거점파업 조합원 총회, 각공장별 조합원 총회, 공장별 분임조 회의를 통해 쟁점들에 대해서, 요구안에 대해서, 전술들에 대해서 손을 들어 자기 스스로 발언하고 견해를 제출했으며 때로는 논쟁했지만 방침이 결정되면 방침에 따라 머뭇거리지 않고 직접행동에 나섰다.
지금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분쇄 투쟁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평조합원들이 건설했던 노동자민주주의이며 이 중심에 85호크레인이, 김진숙 지도위원의 "식물성 투쟁의지"가 수평의 힘으로 서 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분쇄 투쟁은 노동자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는만큼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오늘부터 저는 하루 100만원짜리 인간이 됐습니다"
지난 주말 그 추운 날씨에 크레인 밑으로
아빠를 보러 오겠다고 온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아빠~”부르며 달려오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는 아빠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아침에 출근했다 저녁에 퇴근해서 아이를 안아주는 거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이의 미래를 죽을 힘을 다해 지켜내기 위해 이 겨울,
아빠가 집에도 못 들어간다는 걸 아이도 알까요.
며칠 만에 만난 마누라에게도 미안한 마음뿐
집에서 애들이랑 뭘 먹고 사는지 묻지도 못하고
“춘데 말라꼬 왔노” 불퉁하게 한마디 던질 뿐입니다.
마누라의 가방에 삐죽 나와 있는 벼룩시장을 보고 또 마음이 내려 앉습니다.
일자릴 알아보는 걸까요. 아니면 더 싼 집을 찾아 다니는 걸까요.
애 딸린 마누라가 벌어봐야 편의점 알바이고 마트 비정규직일텐데...
아이가 뛰놀기에 공장은 너무 춥고 아이를 오래 바라보기도 마음이 고달퍼
서둘러 보내놓고는 추운 거리를 서성거리며 하염없이 담배만 피워뭅니다.
앞엔 허허벼랑인데 자꾸만 등을 떠미는 세상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해고통보를 받은 이후로는 사소한 일에도 화가 솟구치고
작은 일에도 설움이 북받치곤 합니다.
작년 겨울, 출근시위를 할 때 백일 떡을 받아 먹었던 그 아들내미가 돌이라고
크레인 위에서 돌떡을 받아 먹었습니다.
예준이가 두 돌이 되는 것도 이 공장에서 보고
민석이가 세 돌이 되는 것도 이 공장에서 보고
유주가 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다림이가 중학생이 되는 것도
현서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도 이 공장에서 지켜보게 될 거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하루 100만원짜리 인간이 됐습니다.
징역 살 땐 하루에 4만5220원씩 밖에 안쳐주더니, 제 가치를 이제야 인정받는 거 같습니다.
근데 이 투쟁 깨지면 저는 진짜 거시기 됩니다.
한진 자본은 2003년 시나리오와 똑같이 가고 있는지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이 크레인으로 하루 100만원을 벌어서
이 크레인을 운전했던 하청노동자에겐 얼마의 월급을 줬습니까?
한 이틀 디지게 추웠습니다.
안에 있던 것들도 다 얼어서 사과는 사과탄이 되고 바나나는 곤봉이,
시루떡은 보도블럭이 돼 있었습니다.
그 추운 밤에 이 크레인을 지켜주셨던 사수대 동지들
그리고 조합원 동지 여러분들이 피워올리는 가슴 속 장작불로 인해
저는 동상도 안 걸리고 감기도 안 걸리고 잘 견뎠습니다.
눈물겹게 고맙습니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무수한 고비를 넘으면서
수많은 무용담을 만들어 오셨던 아저씨들.
그 무용담을 신화처럼 들으며 한진 조합원이라는 자긍심을 키워왔던 동생들,
서로 서로 잘 지켜줍시다.
부디 잘 이겨내고 잘 견뎌냅시다.
총 맞은 동지들 우리 단결이라는 방탄조끼 입었잖습니까?
버티면 이기는 시간싸움이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승리할 수 있는 싸움입니다.
어차피 구제역 때문에 설날 고향도 못갑니다.
저는 우리 한진중공업 조합원동지들
그리고 연대투쟁을 몸으로 실천하시는 동지 여러분들을 끝까지 믿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1년 11월19일
김진숙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