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과 비정규 교사의 눈물

[칼럼] 도대체 10년, 20년 일하는데 '임시'강사가 말이 되나?

제 1호 진보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경기지역 공립유치원 임시강사 선생님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28일 교육청 정문 앞에 천막을 설치한 후, 1월 20일 천막이 강제 철거 당했고, 다음 날 다시 교육청 안에 천막을 치고 전기도 끊긴 채 혹한의 추위 속에 연말연시에도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임시강사 선생님들은 1년 단위 재계약을 폐기함으로써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할 것과 종일반을 전담하는 차별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립유치원 임시강사들은 1984년부터 초등학교 공립유치원 교사 수가 부족해 채용된 후 매년 재임용돼 지난 20여년 간 계속 근로를 해왔다. 길게는 20년 짧게는 10년 넘게 정규 교사와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유아 교육의 현장을 지키면서도 계약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고, 승진도 안될 뿐더러 호봉도 제한되고, 종일반만 전담하는 등의 차별을 받아 왔다.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 차별 받으면 안되고, 2년 이상 고용시에 정규직화 해야 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의 정신에 따르면 차별을 금지하고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 도대체 10년, 20년 넘게 일을 하는데 ‘임시’강사가 말이 되는가?

유치원 임시 강사 문제는 초중고의 기간제 교사 문제와 함께 연결되어 있다. 나아가서는 대학의 시간 강사, 초빙 교수 등도 정규직 교수와 동일하게 강의와 연구를 담당하면서도 차별을 당하고 있다. 교육계의 비정규직 교원들이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임금과 노동 조건에서 차별을 받아왔다는 점에서는 제조업, 공공 부문, 서비스 영역 등 부문을 불문하고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널려 있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와 같은 맥락에 있다. 전망 부재, 생계 곤란으로 자살하는 시간 강사들, 같은 라인에서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 비정규직이라고 차별 받는 것에 저항해 점거 농성에 나서는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은 경기도교육청 앞에 천막을 치고 투쟁하고 있는 유치원 임시 강사들과 마찬가지로 80년대 이래 전면화된 자본의 신자유주의 지배 전략의 피해자들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재능교육, GM대우 비정규직 등 현재 터져 나오고 있는 여러 투쟁들은 경기도 유치원 임시 강사 투쟁과 함께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한편 경기도 교육청의 수장이 경기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선출한 김상곤 교육감이라는 점에서 임시강사 문제는 선거 연대 정치와 관련해 시사점을 준다. 김상곤 교육감은 2년전 교육감 선거시에 민교협 추천 후보로서 당시 경기도 30여개의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경기희망교육연대에서 권오일 후보와 극적인 후보 단일화를 이룸으로써 선거 승리를 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당선된 이후 대립이 시작되면서 임시강사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같은 해 8월 3일 경기도 교육청에서 책임 있는 관료와 면담을 요구하다가 30여명의 임시강사가 연행되기도 했다. 2010년 2월에는 교육청과 사용자성을 일부 인정, 임시강사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을 골자로 한 새로운 근로계약서 및 지침에 합의한 바 있으며, 2010년 6월 2일 선거에서도 경기도 교육청 소속 4만7000 여 명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은 바 있으나, 아직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교육청에 보수세력이 많아서 못한다고 이유를 대고 있으나, 보수적인 교육감들이 있는 다른 도에서조차 임시강사 문제를 유치원 교사 신규 임용시 특채 형태로 채용함으로써 해결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교육청과 임시강사의 대립이 지속되는데도 선출과정에 후보를 지지했던 경기희망교육연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후보를 추천했던 민교협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를 위한 연대는 실제로 현실 정치에서의 변화를 위해 하는 것이지 않을까.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주로 상층 인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지금의 진보대연합, 민주대연합 논의가 실제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한달 가까운 천막 농성 끝에 교육감과의 직접 면담이 성사되어 대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임시강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경기도, 강원도는 작년도 선거에서 선출된 진보교육감들이 수장으로 있으며, 그 중 강원도는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들었다. 경기도에서도 합의한 대로, 또 선거시에 공약한대로 진보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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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강사 ,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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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무상급식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진보교육감의 몫이다.
    이것을 할수 없다면 차라리 교육감은 누가 되어도 상관 없는것 아닌가?

    즉각 비정규직 문제 해결해야 한다.

  • 유아임용준비자

    유치원임용고시8~90:1입니다. 10년을 넘게 저 시험에 매달린 사람도 있습니다. 저 이번에 기간제 계약직으로 종일반할껀데 10년하면 임용시켜줍니까? 그렇다 할 수 있는데;; 장난해요? 작년에 서울 한명도 안뽑고 이번에 서울 15명 뽑았는데,,이사람들 임용되면 또 티오 안나오겠네요,,매년 100명정도 뽑는 임용에 20명 정규직시켜주면..유아교육은 계약직도 거의 없습니다!! 제발 ,,휴배들 생각좀 하세요,,전 당신들의 기간제자리라도 들어가고싶습니다

  • 관료제가문제

    노동자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비판해야 할 점, 적어도 김상곤교수님은 개혁에 있어 노력은 해야하는게 한신인 구성원 보편적 생각, 하지만 한계점, 도교육감 한사람이 관료직 오르던 날부터 위험천만, 그이유, 지난 국민의 정부 10년 개혁은 좌초했고 가장 시급한 자신들이 대학재학시절 국보법 부당한 법때문에 감옥생활 경험적 사례 있으면서도 의원직에 오르자 철패하라는 후배들에게 감옥 보내고 경찰폭력 진압했던 반민주적 행태였다.

  • 유치원교사

    밑에 유아임용준비자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강사님들 배부른 소리하지 마세요. 기간제나,종일제 강사도 없어서 못 들어가는 사람 많습니다. 정교사들 속에서 똑같이 일하는데 대우가 틀리니까 불만이 있을수는 있겠지만 정교사들은 국가고시에 당당히 합격했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는 거잖아요. 해마다 노량진을 비롯 전국의 수많은 예비교사들이 임용시험에 매달리고 계시는거 안보이시나봐요. TO는 해마다 줄어들어 경쟁률은 장난아니지 시험은 더 어려워지고 가족들 눈치보고 시간없고 골병들고 돈들고 불합격하면 좌절하고 또 다시 공부하고...그래도 제대로 국가고시에 합격해서 당당히 정교사가 되겠다고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들 아주 많습니다. 눈물이요? 저희들은 피눈물 흘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