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산업단지=70년대 ‘구로공단’, 노동착취 심각

민주노총 ‘제2의 전략화 사업’ 선정...‘노동자의 미래’ 출범

1985년, 구로공단의 노동조합의 연대파업이었던 구로동맹파업은, 당시 70~80년대 산업 성장에서의 노동자들의 열악함을 전국에 알린 최초의 동맹파업이었다. 1960년대부터 수출산업공단으로 조성되었던 이 지역은 한국 노동자들의 실상을 고스란히 내보였던 공간이었으며,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아픔의 공간이기도 하다.

약 30년이 지난 지금, 그 곳의 명칭은 ‘구로공단’이 아닌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뀌었다.제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국가 산업 체계가 바뀜에 따라, 이곳을 디지털 단지로 탈바꿈 시킨 것이다. 하지만 30년 전에 이곳에서 자리 잡았던 노동자들과 지금의 노동자들의 사이의 간극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빌딩과 미화된 첨단 산업의 이미지는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열악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세사업장이 밀집한 이 지역에는, 용역 업체를 통한 파견 노동자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임금 역시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한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지난 2010년, 서울남부지역 전략조직화 사업과 인천공항 전략조직화 사업을 제2기 전략조직화 사업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시민사회단체 등은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노동자의 미래)’를 조직하고, 18일 오전, 서울디지털단지 키콕스 앞에서 출범식 및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쓰러져도 회사에서 쓰러지겠다는 분위기, 굉장히 억울한 거예요”

노동자의 미래는 출범식에 앞서, 서울남부지역 노동자들의 권리찾기 운동에 돌입한 이유에 대해 “서울남부지역 노동자들은 사실상의 ‘무권리 상태’로 방치 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월, 노동자의 미래가 디지털 단지의 제조업 여성 노동자들과의 실태 조사 결과 이들은 최저 임금, 고강도 노동, 고용과정에서의 불법 파견, 위험한 노동 환경 등에 노출 돼 있었다.

“저희 시급은 절대 고정이에요. 시급은 모두 다 최저임금이에요. 10원이라도 올리는 건...”

“최저임금 시급에 월급 120~150정도 받으려면 잔업을 뛰어야 해요. 매일 잔업하고, 주말에도 특근 나오고... 그래야 그만큼 받을 수 있어요.”

“잔업, 특근만 한 달에 160시간 넘게 해봤어요. 밤 12시까지 일하고 주말특근도 다하고 그랬어요.”

“잔업, 특근 못한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워요. 가정일도 있고 자기의 일도 있고 한데 포기하고 살아요... 어느새 확 늙어버리고 어느새 내가 이 회사에서만 밤 10~11시까지 일하다보니 내가 이렇게 4년이나 살고 있더라고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는 약 13만명의 노동자들이 밀집 돼 있으며, 이들 중 생산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인 시급 4,320원으로 임금이 결정 돼 있다. 또한 이들은 하루 2~3시간의 연장근무와 휴일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1주 연장근로 법적 한계인 52시간을 훨씬 웃도는 노동을 하고 있었다.

IT나 사무직 노동자들의 환경 역시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구자연 금속노조 남부지역지회 지회장은 “이들 노동자 대부분은 연봉제라는 미명으로 포괄임금을 지급받고 있으며, 때문에 연장근무, 심지어는 밤샘철야를 해도 수당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퇴직금, 연월차수당도 임금 항목에 넣어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와 고용 과정에서의 불법파견문제, 노동안전 문제역시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무서운 게 사람의 능력이라고, 10명이 200개를 뽑았다면, 7명으로 줄여도 200개를 그대로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있잖아요. 관리자들이 한 명 한 명씩 사람을 빼면서 기존 물량을 맞춰가요. 그만큼 노동강도가 세지죠.”

“면접은 원청이 해요. 채용 여부도 원청이 하고요. 파견업체가 사람을 보내도 원청이 거부하면 끝이예요. 파견회사들은 이력서만 제출하고 틀만 만들어 놓아요.”

“파견업체는 처음에 들어갈 때 빼고는 거의 만날 일이 없어요. 몸이 아파서 쉰다고 할 때도 원청회사에 이야기를 하면 되고요.”

“하루를 아파서 쉬게 되면 월급이 100만원 이라고 치면, 하루 빠지면 90만원을 받아요. 웬만하면 병가는 엄두도 못내요.”

“버티고 해요. 하루 종일 하다보면 손이 마비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냥 반창고 발라요.”


이곳의 노동자들은 불법으로 되어있는 ‘제조업 파견’의 일상화 속에서 파견업체를 통해 불법파견 되고 있었으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각종 근골격게 질환과 만성피로 등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의 미래는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은 종이조각에 불과하며, 근로조건을 향상하기 위해 노동조합이라도 만들고자 하면 돌아오는 것은 폐업과 계약해지 뿐”이라고 설명했다.

“3년의 대장정 후, 1만의 구로공단 노동자 함께 행진할 것”

출범식에서 이재용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지금까지 850만 비정규직에 대한 민주노총의 사업은 원론적인 부분에 머물렀다”며 “이를 극복하고 이 곳 공단지역을 모태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노동자 집단화와 권리 쟁취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역시 “3년의 대장정을 마칠 때쯤에는 구로공단의 1만 노동자가 모여 함께 행진할 것”이라며 “오늘의 행사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첫 걸음으로, 이후 노동자들의 미래가 희망의 결실을 맺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동자의 미래는 오늘 출범식을 시작으로 각종 사업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우선 상시적인 무료법률상담과, 무료 민생 상담, 그리고 무료 의료상담 등 노동자 상담 사업을 진행하며,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위반 등의 감시 감독 등의 활동도 병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역 노동시장 연구 및 정책개발 사업 △노동자 교육 및 소모임 사업 △노동자 문화, 복지사업 △노동조합 교육 및 설립 지원 △서울남부노동복지센터 설립 △3~4월에 걸친 지역노동자 임금, 노동조권, 건강권 실태조사 및 여론화 사업 △최저임금, 불법파견, 노동자건강권, 근로기준법 적용 및 준수, 연봉제(포괄임금)관련 지역 노동자 활동 및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구자연 지회장은 “노동자의 미래는 최저임금 인상 투쟁, 인력업체의 착취 근절, 포괄임금인 연봉제의 월급제 전환, 건강실태, 입법위반사례 조사 등 서울디지털 산업단지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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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꼭 성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