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 노조원이 선박 파손?...“공권력 투입 위한 회사 의도”

대량해고 일주일 째, 노사 대립 여전

지난 21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벌크선(선박)이 파손 된 일과 관련, 사측이 범인으로 노조 조합원 두 명을 지목한 가운데 노조가 “투쟁대오를 깨기 위한 사측의 의도”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9시 경, 영도조선소 1번 안벽에서 마무리 건조 작업 중이던 18만t급 벌크선 조타실이 크게 파손돼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측이 경비원이 벌크선에서 크레인을 타고 내려오는 파업 중인 조합원을 목격했다고 밝히며, “두 사람이 30m짜리 크레인을 타고 배에 올라가는 걸 본 뒤 내려오다 나와 마주치자 흉기로 위협하며 ‘우리를 봤다고 말하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라는 경비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파손된 벌크선 내부 [출처: 한진중공업]

또한 사측은 사건 이후 선박을 확인한 결과, 조타실의 레이더와 항법모니터 등이 파손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지회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밝히며, 오히려 사측이 노조의 투쟁대오를 깨기 위한 의도적 사건이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크레인은 모두 하청업체인 ‘삼진’이 운영하고 있으며, 크레인이 움직이려면 하청업체인 삼진기업의 협조와 크레인 운전을 땅위에서 신호하는 ‘신호수’가 반드시 배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가 주장하는 제1안벽 크레인은 100톤짜리 83호 지브크레인이며 승강용 박스를 배 높이인 30m까지 올렸다 내렸다 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회사는 올해 초, 배에 오르는 승강용 사다리를 모두 치워버려 조합원들은 30m높이의 배에 오를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노조는 “그리고 날이 훤히 밝은 오전 9시에는 농성조합원이 배에 오를 방법은 도저히 없다”고 강조했다.

사건발생 후, 노조 측은 자체적으로 조사에 나섰지만 역시 조합원에 의한 파손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사건이 일어난 후, 노조는 회사측과 직접 선박에 올라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조합원이 이를 파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이 났다”며 “선박에 오르기 위해서는 크레인을 운전해야 하는데, 조합원들이 이를 운전 할 수도 없고 운전하기 위한 크레인 열쇠도 구할 수 없는 상황으로, 회사나 노조 몰래 이런 일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조 측은, 그동안 조합원들의 사측 기물 파손에 대해서는 계속적인 예방을 기해 왔다고 밝혔다. 정리해고 명단이 발표되고, 이에 격분한 조합원들이 경비실이나 정리해고 명단을 작성한 사무실을 파손한 몇 건과 관련해서는 해당 조합원이 경찰에 출두하고 조사를 받은 적도 있지만, 노조는 이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규찰대’를 만들어 사고 예방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노조는 이번 사건이 회사 측의 의도가 다분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정리해고 대상자 및 비대상자 가릴 것 없이 파업대오를 굳게 유지하고 있는 투쟁대오를 깨기 위한 회사의 의도가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며 “이를 빌미로 경찰의 현장투입 투입 기회를 엿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회사는 사건발생 후, 언론 등을 통해 “회사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시설물보호요청에 따른 공권력 투입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2월 15일, 172명에 대한 사측의 정리해고 통보이후 노사간의 갈등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지부장과 채길용 한진중 지회장의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은 9일째를 맞고 있으며, 김진숙 지도위원 역시 47일째 고공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700여 명의 조합원들 역시 공장 안에서 파업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과 교섭을 한다 해도, 회사는 대량해고는 인정하되 다른 문제를 이야기 하자고 요구하고 있으며, 노조는 해고자 원직복직 후 이야기를 풀어가자고 요구하고 있다”며 “특히 사측은 과도한 고소고발로 조합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태인 만큼, 이에 흔들리지 않고 끝장 투쟁으로 원직복직을 쟁취한다는 것이 노조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아침 저녁으로 일상적인 조합원 보고대회와 촛불집회를 진행하며 농성을 지속하고 있으며, 오는 23일 7시 30분에는 에는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공동 주최하는 야간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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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가다피처럼 원유시설을 파괴하듯이
    한진족벌들도 극단적인 방법의 가다피가 아닐까?
    필리핀의 조선소의 생산공정의 유동자금이나 자금압박 대한민국 국민이 바보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필리핀의 조선소의 상업적 법인으로서 그들에게 금융적 혜택을 지원받고 한진족벌은 마르코스의 운명을 같이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