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서비스는 국민의 권리"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 현황과 과제' 토론회 열려

복지는 국민의 권리다. 따라서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복지사업법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에는 이미 이러한 원칙을 천명하고 관련 절차를 자세히 마련해 놓았다. 이 신청권을 활발하게 작동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늦은 3시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린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첫 발제자로 나선 탈시설정책위원회 임성택 위원(변호사)은 중증장애인 3명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진행한 행정소송의 경과와 판결의 의미를 설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2009년 12월 16일 장애인생활시설인 석암베데스타요양원(현재 향유의 집)에 거주하는 황인현 씨(뇌병변장애 1급)와 음성 꽃동네에 사는 윤국진(뇌병변장애 1급), 박현(뇌병변장애 1급) 씨는 각각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주거편의 등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해달라’, ‘대도시에서 자립생활을 하게 해달라’라며 관할관청인 양천구청과 음성군청에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을 했다.

하지만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관할관청은 민원으로 처리해 회신하는 등 이들의 변경신청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황 씨는 양천구청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윤 씨와 박 씨는 음성군수를 상대로 청주지방법원에 관할구청의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소송은 ‘탈시설 자립생활’을 청구한 사건이자, 사회복지사업법에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를 도입한 이래 처음으로 제기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사회복지사업법 41조의2 등에 따라 관할구청이 시설입소에 우선해 지역사회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도록 지원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거부한 관할구청의 처분은 헌법, 사회복지사업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엇갈렸다. 지난 2010년 9월 30일 청주지방법원은 음성군수의 거부처분이 절차법상, 실체법상 하자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특히 대도시의 자립생활에 관한 서비스를 조사하고 연계해줄 의무가 없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반면 지난 1월 28일 서울행정법원은 양천구청장의 거부처분은 적법한 복지요구조사를 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으며, 나아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는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해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탈시설정책위원회 임성택 위원은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복지가 국가의 조치가 아닌 국민의 권리임을 천명한 사회복지사업법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을 활발하게 작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은 “청주지방법원 판결은 사회복지가 국가의 의무일지라도 예산, 인력 등의 제한으로 국가에 재량이 있다고 판단해 사법적 개입을 자제하는 일반적인 관행을 따른 것”이라면서 “반면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사회복지에 대해 국가가 재량을 가진다고 해도 절차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충실한 심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위원은 “청주지방법원은 음성군청이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구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다”라면서 “반면 서울행정법원은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를 기본적으로 원스톱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특히 장애인들의 경우 사회적 약자이고 활동능력이 제한되므로 양천구청이 원스톱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라고 설명했다.

임 위원은 “현행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는 당사자 중심의, 원스톱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훌륭한 전달체계”라고 강조하고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에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는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보면 사회복지는 여전히 권리의 영역이 아닌 국가의 조치 영역에 머물러 있다”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은 “사회복지서비스가 권리로서 인정되고, 권리의 영역에서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업법이 마련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이 활발하게 작동해야 한다”라면서 “이를 위해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와 절차에 대한 정보제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회복지서비스는 시혜와 동정이 아닌 권리라는 인식을 확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임 위원은 △행정청이 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확인해 직권으로 복지서비스제공신청을 하는 ‘직권신청규정’의 작동을 위한 노력 △사회복지서비스 실시절차의 실질적 구현을 위한 활발한 활용 및 행정소송 등 권리구제절차의 적극적 진행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규정의 명확화 등도 앞으로의 과제로 지적했다.

한편 현재 윤국현 씨와 박현 씨는 원고 패소판결 이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주거복지사업으로 시설에서 나와 서울에서 자립생활을 하고 있고, 황 씨는 양천구청이 항소하지 않아 이들의 소송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황 씨는 앞으로 양천구청이 어떤 처분을 내리는가에 따라 다시 소송에 돌입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기사제휴=비마이너)
태그

사회복지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홍권호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