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자살노동자, 장례 못 치른 채 49재

애도 넘어 삼성 책임 촛불 들어...“투쟁 결의하는 자리”

삼성LCD 천안공장에서 투신자살 한 고(故) 김주현 씨의 영혼이 49일째 구천을 떠돌고 있고, 시신은 차가운 안치실에서 변해가고 있다.

살아남은 자들이 올바르고 편안한 곳으로 고인이 가길 바라는 마음을 모아 기원하는 49재. 사람들은 28일 오후5시 천안역광장 차가운 아스팔트바닥에서 애도를 넘어 삼성의 책임을 촉구하는 49재 촛불을 들었다. 숙연한 가운데 고인의 넋을 기리는 진혼곡, 노래 공연이 이어졌고, 지나가는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춰 삼성을 규탄하는 유가족의 말에 귀 기울였다.



유가족과 노동,사회단체들은 삼성 회사측의 ‘방치’로 주현 씨가 사망했다고 말한다. 장시간노동, 동료 3명과 함께 사용하는 좁은 기숙사,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못한 채 사용하는 화학물질, 설비 이상시 매번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 리포트 20장... 대학 졸업하고,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다 삼성에 첫 직장을 얻은 주현 씨는 활기찬 청춘 생활 한번 맘껏 누리지 못한 채 13층에서 몸을 던졌다.

추도사를 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노조가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할 때 권력 앞에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김주현 씨의 죽음은 과로로 인한 자살이 명백하다. 산업재해 노동자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고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이르게 했는지 규명할 것이다. 갈 길이 얼마나 멀지 모르겠지만 고인과의 약속을 무겁게 생각하며 반드시 고인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하겠다. 장례도 못 치른 채 49제 맞이하지만 이 자리는 투쟁 결의하는 대단히 중요한 자리다.”고 전했다.

또, 앞서 쌍용차 무급휴직자 노제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쌍용차 무급휴직자와 김주현 씨의 죽음은 다르지 않다. 경쟁과 효율만 외치는 이 사회가 노동자들을 죽였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충남본부 정원영 본부장은 “노동부, 경찰 모두 삼성의 눈치를 본다. 노동부를 취업규칙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속수무책이다. 넋을 기리지 못해 억울함이 치민다. 삼성, 노동부, 경찰의 만행을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 알려나가겠다. 그래도 정리되지 않으면 지역의 모든 양심 있는 사람들과 규모 있는 집회를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는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땅이 충남 ‘천안’인줄 알았다. 그러나 억울한 죽음이 많아서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성질이 난다”며 “이건희 회장은 과로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노동자를 만들어내면서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이건희 회장이 사람이라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주현 씨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죽고 병들어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노동자를 위한 노조를 만드는 데 삼성 노동자들이 주춤하면 안 된다. 노조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 하는 일이 자기 자신을 지키는 길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고인의 친구와 유가족들이 편지를 읽어내려 갈 때 광장은 빗물과 눈물과 교차했다. 누나 김 정 씨는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 주현아. 살아서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누나가 미안하고 할 말이 없다. 더러운 세상에서 떠난 지 49일인데 하늘나라로 보내주지도 못하고... 양심도 없고 부도덕한 인간에게 사과 꼭 받아 줄께. 아직 누나와 엄마, 아빠 옆에 있어줘. 다시 태어나도 내 동생으로 만나자.”고 읊조려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부친 김명복 씨는 “이제 변해가는 주현이 시신마저 못 보겠다. 미안하고 죄스럽다.”고 통곡했다.



한편 노동부는 주현 씨 49재인 28일 정보공개청구 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의 취업규칙조차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게시, 비치되고, 관할 노동부에 신고해 공개되는 자료이다.



“일만 하다가 갔구나...보고 싶다”

고(故) 김주현 씨 친구의 편지

딱히 제가 말을 잇지 못해... 편지
나의 친구 주현아.
니가 떠난 지도 49일이 되었구나. 안 좋은 일로 그래서 아쉽구나.
너는 활발하고 웃음을 주는,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인데.
이렇게 볼 수 없다니 아쉽구나...
우리가 함께 지낸 추억이 많은데 이젠 기억에서 잊혀 가겠구나.
아직도 차가운 안치실에 있는 니 모습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일만 하다가 갔구나...
부모님과 누나가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단다. 그건 니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부디 좋은 곳 가서 근심걱정 없이 살아라.
보고 싶다.
하나밖에 없는 나의 친구 주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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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김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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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흠...

    칼라티비 중계한다더니...헐...어제 외환은행 지켜주자개소리느 하고있더라 대체 뭐지 혹시 삼성이 손 쓴건가 중계 못하게 할려고 위장 집회? 삼성-외환은행 노조 커넥션을 밝혀라!!!!이 시점에서 하필 그게 하는이유가 뭐냐 그것도 커널 칼라 두군데서 중계하더라 ㅁㅊ

  • 답답해

    삼성이 아닌 중소기업에서 일하다가 스트레스로 자실해도 노동단체들이 이렇게 지원을 해줄수 있어야 하는데...
    꼭 하는거 보면 남의 죽음을 가지고 자기들 목적달성하려는것 같은 찜찜한 생각이 드는건 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