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 환노위 집단퇴장...“대기업 비호하나”

국회 환경노동위 파행..여당, 쌍용차 등 진상조사단 구성 표결거부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다수당인 여당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파행을 맞았다. 이날 환노위는 쌍용차 14명 사망 사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현대차 비정규직, 전북 버스파업 사태 등 4대 노동현안 해결 진상조사단과 청문회 구성, 백혈병 관련 산업재해 소위 구성 등 현안을 놓고 논란을 벌이다 표결에 불리한 한나라당이 집단 퇴장하면서 정회됐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이 5개 문제를 5대 노동현안으로 규정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이유는 표결에 들어가면 5:4로 진사조사단과 청문회 구성이 통과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속기록에 반노동 반민생 의원으로 남을 수도 있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환노위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이 집단 퇴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게 야당의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날 한나라당 환노위 의원 상당수는 여러 사정으로 불참했다.


환노위에 참가한 야당 의원은 김성순 환노위 위원장과 홍영표, 이미경,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등 5명이었고, 한나라당 의원은 이정선, 손범규, 신영수, 강성천 의원 등 4명이었다.

환노위가 파행으로 정회가 되자 야당 의원들과 쌍용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한나라당이 기업만 비호한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야당은 환노위에서 환경 관련 법안만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월요일께 간사 협의를 통해 법안 심사 문제를 풀겠다는 방침이다.

홍영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쌍용차의 정리해고, 한진 중공업 정리해고, 장기화한 전북 버스노조 파업,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국회차원의 진상조사와 청문회를 안건으로 제출하고 작년에 문제가 됐던 삼성 백혈병 문제를 다루기위한 산재판정 특별소위 구성을 하려고 했으나 사실상 한나라당이 반대해 이뤄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대기업을 비호하기 때문에 집단 퇴장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동영 의원도 “여기 오신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께 실망을 드려 미안하다. 관철해 보려고 노력했으나 안타깝다”며 “이게 한나라당의 본질이다. 문제가 있을 때 청문회를 하라고 국회의원을 뽑아준 것이다. 국민이 고통 받고 아프고 비명 지르면 달려가는 게 국회다.한나라당은 차라리 당당하게 우리는 사주의 편이니까 노사분규 현장의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하는 게 정직 하다”고 성토했다.

이미경 의원도 “오늘 제시된 5대 노동현안 만큼 민생현안이 어디 있는가. 한나라 의원들은 국회가 나서면 문제가 더 불거져서 해결이 안 된다고 했다. 이건 대기업 재벌들이 이 문제를 덮으려는 논리와 같다. 한나라당이 이 문제에 대해 본인의 태도를 안 밝히고 퇴장한 것은 비겁하고 민생을 외면한 것이다. 힘이 약한 야당이지만 함께 이 문제에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우리는 법안 심사를 하지말자는 것이 아니다. 임시국회 임무 다하고 나서 그 이후에 진상조사를 하자는데 그것마저 거부하는 한나라당이 서민정권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쌍용차 노조의 한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이 안 되면 끝없는 죽음의 행렬 예견된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영표, “5분이면 되고, 회기 중에 하자는 것도 아닌데”

마지막 정회에 앞서 오후 4시부터 정회를 거듭하다 진행된 환노위 회의에선 이 문제를 가지고 격론이 벌어졌다.

홍영표 민주당 환노위 간사가 “5대 노동현안의 갈등을 정부가 중재를 않기 때문에 국회가 나서서 중재하고 조정하자는 것이다.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진상조사단과 청문회 개최를 제안한다. 안건으로 채택해 토론해 달라”고 안건 상정을 요청했다.

반면 신영수 한나라당 간사는 “2월 임시국회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간사가 의사일정을 조정하고 합의했다. 오늘 채택이 안 되면 법안 심의 않겠다는 것은 국회기능 마비다. 여야가 합의한 의사대로 가야한다”고 반대했다.

홍희덕 의원은 “정리해고 문제나 비정규직 현안 문제를 모른 채 하고 어떻게 서민과 상생을 얘기하나. 진상조사와 청문회 안건 합의조차 없으면 서민과 노동자 고통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 환노위에서 진상조사단과 청문회 구성 건을 흔쾌히 동의해 달라. 대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 이것을 합의해도 법안소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은 “의원들이 나서면 불행한 사태가 더 악화된다. 더 미궁으로 빠질 수 있다. 국회의원의 고유권한은 법안심사다. 법안심사부터 진행하고 해야 한다”며 “현안을 해결하는 기관은 많다. 여당에게 국민을 외면한다는 정치공세는 문제가 있다. 정당의 이해관계를 안으로 끌고 들어와 자꾸 여당을 난처하게 하지 말라”고 공격했다.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도 “우선 법안심사부터 하고 하자는 거다. 그 다음에 공론화하자. 나도 노동계다. 위원회 반대 안 한다. 우선순위를 가리자”고 반대했다.

홍영표 의원은 “마치 민주당이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진상조사만 가자는 식으로 말하지 말라”며 “5대 현안은 굉장한 시급성이 있다. 중요한 문제다. 구성에 동의만 하면 된다. 처리하는데 5분도 안 걸린다. 한나라당이 5대 현안 소위구성과 청문회를 반대하기 때문에 안되는 것 아니냐. 입장을 분명히 하라. 5분이면 할 수 있다. 이 활동을 회기 중에 하자는 것도 아니고 회기 끝나고 하자는 건데 그걸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환노위 회의는 격론 끝에 오후 5시께 김성순 위원장이 표결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한나라당이 집단 퇴장하면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에 들어가지 못했다.

오후 7시께 신영수 한나라당 환노위 간사는 국회 정론관에 찾아와 기자회견문을 읽고 “민간문제를 국회에서 진상조사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민주당이 필요하면 당 차원에서 하면 되고 법안을 제출하면 되는 문제다. 한징중공업이나 현대차 문제는 관계기관에서 논의 중이고 쌍용차 문제는 이미 끝난 사항”이라며 민주당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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