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 한미FTA 이견 폭발..정치공학 접근 한계 드러내

참여정부 때 체결한 한미FTA 원안 놓고 첨예한 대립

“이래가지고 야권 연대가 되겠나. 아직도 비판만 한다”

민주당 정책연구소의 한 관계자가 7일 국회 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미FTA에 대한 진보개혁진영의 선택’ 토론회가 끝나고 한 말이다. 반면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정반대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노항래 정책위원장이 너무 했다. 내용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국민참여당이나 민주당이 참여정부 시절 한미FTA 협상의 잘못을 인정해야 이쪽에서도 야권 연대를 좀 더 힘 있게 추진할 텐데”라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의 민주정책연구원, 민주노동당의 새세상연구소, 진보신당의 상상연구소. 국민참여당의 참여정책연구원등 야4당의 정책연구소와 한겨레경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이들 야4당 연구소는 공개 토론회 전에 2번의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한미FTA에 대한 이견을 확인하고 토론회에서 한미FTA 반대 전선을 통한 야권연대의 틀을 강하게 해보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준비했다. 한미FTA문제는 이명박 정권의 재협상이 매개가 되어 또 다른 반MB 전선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전선을 넘어선 선거의 야권연합에 한미FTA 원안의 문제는 중요한 잣대였다.


토론회 축사에 직접 온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야권 연대가 인적인 단일화나 조직적인 측면의 연대통합으로만 끝날 때는 역사적인 정당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이념과 비전이 같이 공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작은 차이를 뒤로 하고 크게 같은 것을 추구한다는 명분 속에서 단일화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손학규 대표의 기대감은 토론회가 진행 될 수록 서로의 차이가 작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드러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손학규 대표가 4.27 재보선이 야권연대의 리트머스라고 했는데 저는 한미FTA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용은 합의하겠지만 함께 막아내는 모습이 야권 단결과 연대의 중요한 요소중 하나”라며 “한미FTA 체계에선 복지도 무산되고 농업과 식량주권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이윤논리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오늘 이 자리가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한 야4당의 공책공조를 본격화 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 토론회가 내년 총선승리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현상적으로는 입장 차이가 크게 없는 것 같고 야4당이 재협상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 내고 있지만 사실 한미FTA 협상 그 자체는 4당 간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며 “FTA 불가피론이 있는가 하면 이것을 추진하다가는 시장근본주의로 가고 양극화와 복지가 자멸 한다는 입장 차이가 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겁내지 말자. 진정한 야권 연대는 가치와 정책의 합의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토론회는 각 당의 대표들이 요청한 공감보다는 이견을 폭발시켰다. 선거를 통한 야권 연대의 정치공학적 접근을 강조한 민주당과 달리 진보양당은 가치중심으로 접근해온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그만큼 2007년에 한미FTA는 뜨거운 감자였다. 한미FTA를 추진한 당이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국회와 길거리에서 투쟁한 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토론자로 함께 참석한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미FTA 반대투쟁으로 징역살이를 한 장본인 이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한미FTA를 체결했던 참여정부 집권세력이었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사과나 반성보다는 당시 한미FTA 체결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주로 강조했다.


토론회 내내 이어진 참여정부 체결 원안의 문제점 비판

사회를 본 박순성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은 “비공개 간담회를 했지만 아직 감정이 쌓여 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사회를 만들까 하는 문제도 얽혀 있다. 경제위기가 발생해서 경제위기 성격규정과 어떤 대응을 할까를 두고 다른 생각도 가지고 있다. 원안을 수정한 재협상이 있고 재협상안의 평가가 각기 다르다. 이런 원인으로 4당 전문가 논의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공개 토론회의 핵심은 단순 감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참여정부가 체결한 한미FTA 원안에 담겨 있던 심각한 독소조항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진보양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가 계속 이어지자, 원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지만 MB가 체결한 재협상 안은 야권연대로 힘을 합쳐 비준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당위적 반론이 되돌아 왔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부드러운 어조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이후 한국사회에 한미FTA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를 설명하며 단순 재협상안을 넘어 한미FTA의 근본적 재고를 강조했다. 정태인 원장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당이라면 한미FTA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원점에서 재협상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며 “특히 복지국가를 가로막고 경제위기에의 대응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은 철폐하거나 아주 구체적인 수준에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이어 “야4당은 각자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외교주권을 상실한 재협상, 정부가 대부분 협상이익을 보았다고 주장한 자동차 분야 이익 상실, 금융위기 이후 상황변화, 한미FTA와 복지국가의 상충가능성을 들어 최소한 한미FTA 비준저지에는 합의가 가능하다”며 “야4당과 시민사회의 한미FTA 전면 재검토 후 더욱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방이냐 쇄국이냐, 다시 재연된 왜곡된 논란

그러나 국민참여당 노항래 정책위원회 위원장이 참여정부 시정 체결한 한미FTA 협상을 두고 “한미간 이익 균형의 실현과 주권국가로서 통상을 통해 국민경제 이익을 다하는데 최선을 다한, 원칙을 지킨 협상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밝히면서 토론회는 전운이 돌기 시작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통상전략을 검토하고 선진통상 국가 비전을 세우는 그 정점에 한미FTA가 있었다. 그때 시점에 충분히 타당한 것이고 미래를 책임질 집권세력으로 당연히 할 일이었다”며 “80대 후반부터 통상협상의 세계적 추세였던 양자 간 협정을 통한 세계 시장의 추세와 새로운 시장 확보를 위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서비스산업 육성과 산업구조 혁신과 국제적인 표준 수용이 필요하다는 적극적인 통상 정책이 필요했고 집권세력의 당연한 비전의 정점이었다”고 강조했다.

노항래 정책위원장은 “대한민국 정부의 대외 시장 개방노력을 옹호하며, 일관성 있는 통상개방 정책을 촉구한다”며 “시장개방은 대한민국 경제의 기회를 확대하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국민경제 혁신 노력의 일환이라는 정을 일관성 있게 옹호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정태인 원장의 금융위기 이후 제기된 문제나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점검하고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규제강화, 외환관리 권한 확대 등의 국민경제 안정성을 위한 협정 내용의 재검토 필요엔 공감한다”면서도 “통상협상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가라는 질문에 야권이 시장개방에 비판적인 것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의 이런 입장은 참여정부 시절 한미FTA 논란의 핵심인 개방이냐 쇄국이냐 논쟁을 연상시켰다. 당시 참여정부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쇄국 정책이라 비난한 바 있다.

국민참여당의 이런 견해를 두고 다른 토론자들의 비판은 강경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대표해 나온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한미FTA 문제를 시장개방 찬성 반대로 이해하는 것은 한미FTA 반대를 왜 하는지를 모르는 잘못된 이해”라며 “통상을 반대한다는 것처럼 이야기 한다면 반대한 시민사회단체와 대화는 포기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우석균 실장은 “야당 전체가 복지국가 무상복지, 무상의료 등의 복지공약이 있는데 이 복지 부분이 야4당 복지공조의 핵심”이라며 “한미FTA가 비준되면 무상의료에 가까운 정책이나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일 수 없다. 최근 SSM 규제법안도 문제가 된다. 이런 상태에서 복지국가 가능이 어떻게 성립하겠는가. 여러 복지 부분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우석균 실장은 민주당에도 경고의 말을 던졌다. 그는 “오늘 제주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 세분이 총리를 면담하면서 제주도에 영리병원 허용방안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복지국가를 하려면 민영화나 영리화, 상업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신의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의료민영화 반대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한데 민주당 태도는 우려스럽다. 민주당이 한미FTA 폐기로 가지 않는 한 복지국가에 대한 민주당 입장에 끝없는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영 진보신당 정책위 의장도 “래칫조항(역진방지 조항)이나 투자자국가제소 조항과 같은 한미FTA의 구속력은 한미FTA를 완전히 폐기하기 전에는 비가역적 조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한번 비준하고 난 다음에 파기하고 재협상하기에는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며 “한미FTA는 추후 어떤 정권이든 다음세대든 복지정책을 국가정책으로 펼 수 없게 하는 반복지 정책이며 반서민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모두 한미FTA에 농업이나 영세자영업이나 중소자본들은 손해 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최규엽 소장, “MB만 틀렸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민주노동당 연구소인 새세상연구소의 최규엽 소장은 “두 차례 비공식 간담회 통해 한미FTA 비준을 막자는 데는 이견이 없는 걸로 노력을 했는데 중요한 문제에 합의가 잘 안됐다. 미국 금융공황 이후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독소조항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해보자고 했는데 민주당이나 국참당이 너무 바빠서 그런지 합의 봤던 게 진전이 없는 것 같아 대단히 유감이다. 07년 때 협상은 옳았고, MB가 틀렸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최규엽 소장은 “MB의 재협상도 옛 한미FTA의 연장선이고 일부분이다. 07년 때 이미 굴욕적인 협상을 했고 그게 재협상으로 가져갈 수 있는 필연성이 있었다. 내적 연관으로 봐야한다. 원안과 재협상안에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엔 비판적이다. 오늘 토론회도 재협상 안을 막자는 것은 이견은 없으나 더 깊이 있게 내용을 공유하고 좀 더 비공식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높였으면 좋겠다. 토론회가 서로 틀린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된 게 안타깝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홍영표, “한미FTA 추진했다고 참여정부에 신자유주의 딱지 옳지 않다”

반면 참여정부에서 한미FTA 체결지원단장을 맡았던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미FTA를 추진했다고 참여정부를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그런 정부가 되어 버렸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처음 참여정부에서 체결한 원안은 최선을 다해 이익의 균형을 위해 노력했고 성공한 협상 결과라고 바라본다”고 반박했다.

홍영표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한미FTA를 포함한 FTA를 추진한 배경이해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한미FTA는 우리 대한민국이 불가피하게 규정지어진 분단체제도 많은 작용을 했고 불가피하게 개방형 통상국가로 4-50년동안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를 규정하는 환경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FTA와 복지국가를 상호 보완하면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비전 2030이라는 전략적인 복지정책을 동시에 제시했다. 그것을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미FTA 하나로 참여정부의 모든 것을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또 “지난 정부에서 사용사유제한 하나 때문에 비정규직 법안 전체거부하고 참여정부에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신자유주의 딱지를 붙이고 시민사회와 다른 야당과 대립 관계가 됐다. 그것에 대해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선진통상 국가를 위한 불가피한 국가적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한미FTA를 추진했다. 참여정부도 한미FTA가 가져 올 문제점을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정책 대안을 만들어가야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의원은 “근본적으로 한미 관계를 보면 현실적으로 협상할 때 부딪히는 것이 있다. 미국은 초강대국이다.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평등한 협상을 하자 이거는 어떤 측면에선 이상적”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마지막으로 “한미FTA 전체를 완전히 거부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이견이 있기 때문에 보완정책으로 복지강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의 입장까지 나오자 토론자들은 한미FTA 원안의 문제점을 더 강하게 비판했고 노항래 위원장과 홍영표 의원도 더 강하게 반박했다.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각 당에서 ‘이전에 정권을 잡았을 때 체결한 것은 문제가 없다’ 이렇게 보지는 말자”고 지적했다.

최규엽 소장은 “홍영표 의원이 미국이 초강대국이다 이런 발언 너무 솔직해 고맙다. 부시가 한반도를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가는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등 솔직한 속내는 이해가 간다”면서도 “한미FTA는 모든 독소조항이 있다. 대안을 놓고 토론을 하다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영 정책위의장은 “FTA와 복지는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는 데 비전 2030은 07년 국가예산에 반영이 안됐고 오히려 축소됐다. 일회용이었는지 의심스럽다. 개방형 통상국가와 복지국가모델은 충돌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미FTA를 전제로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사후적 복지고 보완적 복지다.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수도, 가스, 전기, 철도, 물, 교육, 의료, 교도소, 국방 ,연금 이런 서비스 분야를 포괄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한미FTA”라며 “한미FTA의 역진방지(래칫) 조항은 한번 개방하면 뒤로 되돌릴 수 없다. 정부의 공공서비스 분야를 기업에 넘겨 다시는 정부가 되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미FTA 비준되면 더 이상 복지는 없다고 잘라 말할 수 있다”고 한미FTA 원안을 재차 비판했다.

노항래 정책위원장은 “비전2030은 FTA와 함께 20년 이후까지 복지확대와 관련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재정까지 포함해 담은 복지정책으로 복지와 관련한 제반의 현재 논의들은 2030의 정책과제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본다”고 이재영 의장에 반박했다.

주 발제 당시 강한 비판을 자제했던 정태인 원장은 “금융위기라는 역사적 사건을 기회로 FTA에서 빠져나오라”며 “정말 금융중심 경제를 다시 살펴보자는 것이다. 금융허브나 서비스 위주의 경제구성이 뭘 의미하는지 다시 보자는 것이다. 참여당이나 민주당은 믿는다. 그러나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 돼서 다 민영화 되면 다시 정권 잡아도 돌려놓을 수 없다”고 충고했다.

홍영표 의원은 마지막으로 “정태인 원장이 참여정부의 작은 경험으로 참여정부의 모든 것을 규정하고 나만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은 우리가 힘을 합치는 데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민주개혁 세력이 앞으로 어떻게 힘을 합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비판하면 끝난다는 식의 논쟁이 안됐으면 좋겠다”고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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