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열흘’ 이후의 이야기

[신간안내] 『러시아혁명의 진실』(빅토로 세르주, 책갈피, 2011).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운동이 진행되면서 혁명이 하나의 대세인 것처럼 풍미하고 있다. 대중들은 혁명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혁명이 비민주적이라는 것과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편견은 말 그대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21세기 민중들은 의회민주주의만이 유일한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자본주의를 넘어선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최초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인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을 좌파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들이 주목했었다. 특히 좌파들에게 러시아 혁명은 떨림과 울림을 교차시키면서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그 동안 한국사회에 러시아 혁명을 소개하는 책들이 많은 호응과 환영을 받은 것은 한국사회에서도 변혁의 전망이 긍정적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 혁명의 교훈을 생생히 전달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빅토르 세르주의 『러시아 혁명의 진실』은 러시아혁명을 둘러싼 모든 사건을 입체적으로 다룬 대작이다. 수많은 증언, 포고령, 보고서, 저서, 논문, 회의록 등 다양한 사료를 이용해 봉기가 일어난 1917년 11월부터 1918년 11월까지 세계를 뒤흔든 ‘열흘’ 이후의 이야기다.

지은이 빅토르 세르주는 일곱 나라의 혁명운동에 참여하고 10여 년을 감옥에서 보낸 투사이자 혁명의 참혹한 후퇴를 경험하고도 더 나은 미래를 포기하지 않은 진정한 혁명가였다. 스탈린의 반혁명에 반대해 맞서 싸우다 추방당한 영원한 방랑자이자 시인, 소설가, 역사가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 보여 주듯이, 1917~18년 러시아에서 민중의 전위라고 할 조직 노동자들은 압도적으로 사회주의를 지지했고, 혁명과 반혁명 사이에서 동요했던 다수의 농민은 사회주의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반동 세력의 반민중성에 반발해서라도 결국 혁명 편에 섰다.

러시아 혁명 이후 1년간에 걸친 투쟁이 결실을 맺게된 것이다. 도시의 중간계급은 노동계급에 대해 오랫동안 뿌리 깊은 혐오감이 있었지만 이제 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변화 과정이 감지되고 있었다. 많은 지식인들이 드디어 중립을 선언했고 가장 용기 있고 의식이 앞서 있던 지식인들이 정권에 합류했다.

멘셰비키 사회민주당 중앙위원회는 10월 혁명의 역사적 필연성과 국제 노동자 혁명성을 명백히 인정하였다. 그러면서 멘셰비키는 전 러시아 소비에트 집행위원회로 되돌아와 한동안 충실한 야당으로 활동하려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에 볼셰비키는 멘셰비키가 모스크바에서 잡지를 발행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레닌은 멘셰비키에게 말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합법적 권리를 부여할 것이오. 그러나 국가권력은 우리 힘만으로 유지할 것이오.”

물론 이런 전위 주도의 혁명이 권위주의로 전락할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의미에서는 위험한 부분도 있다는 점을 세르주는 충분히 지적한다. 그런데 전란 중의 나라에서 과연 전위 계급이 그 역할을 오로지 설득을 통해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면서 다할 수는 없다. 결국 1917~18년에 러시아는 극히 폭력적인 내외 상황이 허용하는 한에서는 혁명적 민주성을 경험했다는 것이 이 책의 귀중한 결론이다.

차 례

제1장_ 농노제에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제2장_ 1917년 10월 25일의 봉기
제3장_ 도시 중간계급 대 프롤레타리아
제4장_ 내전의 첫 불꽃: 제헌의회
제5장_ 브레스트리토프스크 강화조약
제6장_ 휴전과 영토의 축소
제7장_ 기근과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간섭
제8장_ 7~8월의 위기
제9장_ 승리 의지와 테러
제10장_ 독일혁명
제11장_ 전시공산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