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동자 고 김주현씨 유가족의 치유법

[기자의 눈] 아픔을 두드려 이겨낸 작은 승리

강원도 청평사 아래 매운탕집 주인이 갑자기 못 쓰게 된 다리를 고타법으로 고쳤단다. 민간요법에 대한 지식도 짧지만, 고타법의 효능을 경험한 이에게 직접 들으니 나 홀로 숙연해졌다. 병이나 상처가 난 자리를 두드려서 치유하는 방법인 고타법. 안 그래도 아픈데, 더 아프게 때린다...

주현 씨가 삼성LCD 천안공장 기숙사 13층에서 몸을 내던진 날 밤, 유가족은 양손으로 가슴을 치며 말했다. 삼성에 못 다니겠다는 아들에게, 그래도 사회적으로 알아주는 회사니 힘들어도 참고 다니라고 말했던 아버지. 피부병에 걸리고, 기계가 고장 날 때마다 리포트 20장 쓰는 삼성에 못 다니겠다는 동생에게, 그래도 월급 많이 주니까 힘들어도 참고 다니라고 했던 누나, 어려운 가정형편에 말썽 한 번 안 부린 자랑스러운 아들이 곧 회사에 적응할 거라고 믿었던 어머니. 자식이 자살 한 게 무슨 자랑이냐며 감출 만도 하지만, 유가족은 감추지 않고, 아픈 곳을 세상에 내보이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때렸다.

[출처: 엄명환 미디어충청 현장기자]

마음의 환부를 후벼 파다 보면 삼성이 있었다. 유가족에게 삼성은, 아들의 등 어루만지고 간 빼 먹은 ‘범죄자’였다. 월급 조금 더 주고, 삼성노동자라는 명찰로 어루만져준 대신, 전문의 소견에도 나와 있듯, 14~15시간 노동 등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방진복 착용 및 약품 취급으로 인한 피부병, 숨 막히는 조직 문화를 선물했다.

죽기 전 몇 차례 창문 난간에 홀로 있던 주현 씨를 비좁은 기숙사 방에 또 홀로 뒀던 삼성을 용서할 수 없었던 유가족은 노동사회단체와 삼성의 문을 두드렸다. 언제는 쫓겨나기도 했고, 언제는 경찰서에 갇히기도 했고, 언제는 비와 눈물이 범벅이 되어 1인 시위와 집회, 49재를 했다. 국화꽃이 누레지는데, 경찰은 내사종결하고, 노동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검찰은 또 보강 수사를 하라고 하고. 숨이 막혀 버럭 소리라도 지르며 뛰쳐나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밤낮의 연속이었다.

고(故) 김주현 씨의 유가족은 97일 동안 아픈 곳을 계속 두드리며 스스로 치유해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주현 씨에게 힘들어도 참으라 하고, 본인들도 그렇게 살아왔지만, 참는 일을 그만 뒀다. 삼성 회사측이 마지막까지 특별근로감독 진정 취하와 합의서 비공개를 조건으로 요구해 합의했어도 ‘고인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며, 위로의 말을 전한다.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며, 대책을 세운다’고 인정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또, 공개 사과와 개인 사과를 구분해 조문 오지 않아도, 삼성에서 일하다 다치고, 죽은 노동자들이 삼성에 깊숙이 박아 놓은 미늘이 빠지는 것도 아니다. 아픔을 이겨낸 유가족과 연대의 힘은 결국 작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직, 주현 씨의 유골을 집으로 가져갈 만큼 앞으로 멀고 먼 치유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유가족이지만, 그들이 보여준 모습과 하늘나라로 주현 씨를 보내기 전의 다짐에 박수를 보낸다.

“정말 어떤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특히나, 여기 오시진 않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성원해주신데 대해서 정말 고마운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정말 분노할 일도 많았지만,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미흡하지만, 명예롭게 이렇게 장례를 치르게 된 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주현이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저는 관심을 가질 것이며, 이 또한 여러분들한테 약속을 드립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말 넘지 못할 것을 각오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합치면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도 결코 용기 잃지 마시고, 끝까지 노동자를 위해서 노력해 주실 것을 정말로 제가 부탁을 드립니다. 차후에 어떠한 만남이 이루어질 때는 우리 그때는 웃으면서 좋은 일로만 만날 수 있기를 정말로 정말로 빌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고, 감사드립니다”(기사제휴=미디어충청)



고 김주현(26세) 씨 자살사건, 97일 장례 투쟁 일지

2010년 1월 4일,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공장 설비 엔지니어로 입사
2월 1일, 팹(FAB) 칼라필터 공정 발령
8월, 자재관리 부서로 이동했으나 곧 현장 근무로 배치
11월, 우울증으로 병가
2011년 1월, 두 달 병가 기간이 끝나 칼라필터 공정으로 복직 결정
1월 11일, 병가 만기, 현장 복귀 당일 아침 기숙사 13층에서 투신 사망
1월 17일, 유가족 진상규명 및 삼성의 사과와 책임 요구 1인 시위 시작
1월 18일, 아산경찰서 방문해 고인의 사망 당일 CCTV 기록과 자살시도 방치한 회사의 과실에 대한 조사 요구.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방문해 지청장을 책임자로 하는 특별근로감독 요구
1월 21일, 경찰서에서 고인의 사망 당일 CCTV 기록 확인, 사망 직전 4회의 투신 시도와 회사 측의 방치 사실을 확인
1월 27일, 유가족, 각 사회단체, 국회의원실 등 공동으로 삼성LCD 노동자 김주현 씨 사망 진상규명과 책임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2월 16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규탄 집회
2월 21일, 매일 낮 서울 삼성전자 본사 앞 1인 시위 시작
2월 28일, 천안역 동부광장, 고 김주현 진상규명 촉구 및 49재 추모문화제
3월 6일, 부친 김명복 씨 삼성전자 본사 경비들과 마찰, 심근경색으로 입원
4월 4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항의 방문, 이후 수차례 노동부 면담과 항의방문
4월 11일, 민주당 이미경 의원 김주현 씨 사건 국회 대정부 질의
4월 14일, 고 김주현 추모, 삼성 규탄, 제1차 전국해외공동행동
4월 15일, 삼성전자와 유족, 회사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합의
4월 17일, 고 김주현 씨 발인, 인천 자택에 유골 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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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김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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