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의 날’을 맞아 500여명의 장애인들이 차별과 억압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거리에 나서 자신들의 당당한 권리를 이야기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은 20일 오후 2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장애등급제 폐지와 보편적 복지 쟁취를 위한 투쟁을 선포했다. 420공투단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를 쟁취하고자 84개의 장애, 인권, 노동, 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든 연대투쟁체이다.


이들은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저들의 잔치”라며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4월 20일을 장애인권을 쟁취하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420공투단은 “인권의 역사가 그러했듯 장애인의 권리 역시 오직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서만 만들어져 왔다”며 “오늘 우리는 장애인을 차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해묵은 기계장치들을 부수고자 한다. 그것은 인간의 몸에 저울을 달아 등급을 매겨 권리를 제한하는 장애등급제와, 장애인을 가족에게 짐스런 존재로 만들고 장애인가족을 파탄으로 내모는 부양의무제”라고 선언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와 관련해 “여성도 사회적 약자이지만 그들에게 복지서비스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여성들을 등급화해서 나누지는 않는다”며 “장애인은 고깃덩어리가 아니다. 오늘 이 자리가 장애인들에게 낙인 그 자체인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보편적 권리 확보를 위한 투쟁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미비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배융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애초에 정부는 2011년까지 저상버스 33.5% 도입을 약속했지만 현재 저상버스 도입률은 10%에 불과하다. 덕분에 장애인들은 저상버스를 한번 타려면 30분에서 한 시간, 장애인 콜택시를 타려면 3~4시간씩 기다려야 한다”며 “우리나라 버스 3만1천900대가 모두 저상버스로 바뀌고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질 때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이원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연설에서 “장애인에게 중요한 것은 제도적 지원보다 마음의 창을 여는 것”이라며 국민들을 향해 “마음의 창을 열라”고 주문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정작 이명박 대통령 자신은 얼마나 마음의 창을 열고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대화를 했음에도 이런 현장에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마음의 창을 이 정부와 공무원들은 절대 열지 않을 거라는 걸 실감했기 때문”이라고 ‘불통’의 정부를 질타했다.


420공투단은 이날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 외에도 장애인들의 보편적 복지를 위해 보장돼야 할 12대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장애인활동지원 권리보장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 △발달장애성인의 자립생활 보장 △장애인의 탈시설권리 보장 △장애인 주거권 보장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교육권 보장 △장애인 노동권 보장 정책 수립 △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 확보 △장애인보조기기 지원법 제정 등이 그것이다.

이원교 회장은 “나에게 꿈이 있다면 이렇게 날씨 좋은 날 가족과 벚꽃놀이를 가면서 시민들 눈치 안 보고 저상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내 돈 내고 떳떳이 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런 세상을 꿈으로만 끝내지 않고 내 손으로, 동지들의 힘으로, 우리들의 투쟁으로 이 땅에 만들 것을 우리 자신과 약속하자”고 제안했다.


‘장애등급제 폐지! 보편적 복지 쟁취!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는 2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결의대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보건복지부까지 행진했다.

한편 420공투단은 지난 12일 보신각 앞에서 전국투쟁결의대회를 개최한 후 장애빈곤층 민생3대 법안 재개정을 요구하며 종각역에서 9일째 천막농성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