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한-EU FTA 몸으로 저지하라 했는데"

민주당 외통위 의원들 어정쩡한 반대, 강기갑 홀로 표결강행 저지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하자 홀로 남경필 위원장의 한-EU FTA 가결 선언을 막는 강기갑 의원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한-EU FTA)비준안이 2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표결로 강행처리 됐다. 이 과정에서 표결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해 표결결과는 재적 25명중, 찬성 17, 반대 2,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그러나 민주당 외통위 의원들의 외통위 퇴장은 표결처리를 사실상 막지 않아 민주당 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조차 표결이 끝난 후 긴급 의원총회에서“우리 민주당 외통위원들도 최선을 다했는가 저 스스로도 반성하고 있다. 당 대표와 제가 (외통위)간사에게 ‘몸으로라도 저지를 하라’고 얘기했다. 농식품위 위원들도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표결에 아무런 저지를 하지 못한 것은 우리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우리 외통위원들이 자리를 비우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도 앞으로 문제가 있다”고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본회의 상정은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에도 외통위 위원이 아닌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만 남경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려 하자 남 위원장을 막아서며 “이런 식으로 하시면 되느냐. 이게 진짜 대책인가. 대책도 아니고 이렇게 문제 많은 것을 공청회를 하고 하자는데 그것도 거부하고 통과시키느냐. 그러니까 청와대 거수기라고 하는 것 아닌가. 왜 지금 꼭 강행처리 해야 합니까”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이미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외통위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남경필 위원장은 “이건 강행처리가 아니라 민주당도 다 합의한 사항이다. 저에게 거수기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17명의 의원들도 일제히 ‘민주당도 다 합의 한 것 아닌가. 나가달라. 부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홀로남아 항의하던 강 의원도 외통위를 나가자 남경필 위원장은 한-EU FTA 비준안 가결 의사봉을 두드렸다. 남 위원장은 “오늘 두려운 마음으로 의결을 했다”며 “정부는 모두가 지적한 소통의 문제를 반드시 충족하고 다시는 오류 문제 발생해서는 안 된다. 한미FTA가 예정 돼 있는데 다시는 생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타 위원회 소속 의원들 의견 듣기만 하고 표결 강행

이날 외통위에선 정부의 피해대책을 주로 들었다. 임정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축산농가 추가 세재지원 대책으로 축산업 구조조정 위해 양도할 경우 양도소득세 감면 방안 등을 밝혔다. 그러나 야당의원들은 정부의 지원방안은 “축산농 대책이 아니”라며 “폐업한 사람 대책이 아니라 국내 축산 산업 보호 대책을 가져 오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의 처리 일정 연기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대부분 합의가 됐다는 이유를 표결을 강행하자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의원들이 외통위에 모이기도 했다. 그러자 야당의원들의 표결저지 행동을 우려한 남경필 위원장은 야당의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도 발언권을 주며 최대한 합의 처리라는 모양새를 유지하려고 했다.

발언권을 얻은 최인기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은 “농식품위는 공청회와 전문가 토론을 거쳐 농식품위 의견을 외통위에 통보했지만 농식품위 통보에 깊은 논의 없는 외통위 의결은 절차상 맞지 않고, 정부도 농식품위에 대책을 보고한 적도 없다”며 이날 표결처리를 반대했다.

국토해양위 소속인 강기갑 의원도 발언권을 얻고 “한-EU FTA 협정은 국회 9개 상임위와 관련이 있고 500만 유통상인과 350만 농어민, 전 국민 의약품 가격이 연1조까지 직간접 인상요인이 있다”며 “협정문 공개 후 이렇게 급박히 처리하는 것은 국회 입법부 심의권 직무유기”라며 표결처리를 반대했다. 강 의원은 또 “자연 기후변화로 식량위기가 닥쳐오는데 식량자급 26% 불과한 우리나라가 최혜국 대우로 농업을 다 개방하면 피해대책이 무슨 소용이냐”며 “특위차원의 공청회라도 진행해야 한다. 오늘 처리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지만 남경필 위원장은 2시 30분께 표결을 강행했다.

비준안이 통과 된 후 민주노동당은 “한-EU FTA는 번역오류 등 졸속협상이 이미 국민적 비난의 도마에 올라 있을 뿐 아니라 구제역이 터지기 전에 체결된 것이기 때문에 응당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일 수밖에 없다. 피해 농가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작년 영세 중소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렵게 통과시킨 SSM 상생법마저 한-EU FTA가 통과될 경우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에도, 남경필 외통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반서민, 반농민 협정인 한-EU FTA를 강행처리하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또 ”본회의에서 반드시 비준동의안을 저지하겠다. 한나라당의 의회독재를 더 이상 묵과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이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일방독주와 오만을 심판하라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